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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Jun 07. 2016

그 아이가 살아가는 방법

기차에서 만난 아이

후덥지근한 바깥바람이 창문을 통해 들어온다. 천장에 달린 수십 개의 먼지 가득한 선풍기들이 돌아가고 있지만 기차 칸 안의 더위를 막을 수는 없다.

인도의 기차여행이란 항상 그랬다. 그리 유쾌하지 않은 공기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덜컹거리며 달리는 기차에 앉아 창 밖을 보고 있노라면 평소 하지 않았던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곤 했다.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


가족과 함께하는 기차여행!

아이들은 에어컨이 나오는 기차 칸 보다 창문을 열고 가는 일반칸을 더 좋아한다.

왜냐하면 더 많은 잡상인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차 침대칸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다 보면 침대보, 핸드폰 배터리, 싸구려 장난감, 옷, 신발, 시계, 등을 파는 다양한 잡상인 아저씨들이 들어온다.

아이들은 물건을 들고 다니며 파는 잡상인 아저씨들이 지나갈  때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외친다."엄마. 이거 이거 사주세요."


기차 안에는 잡상인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들,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사람들, 지저분한 옷을 입은 아이들,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 사리(인도 여성의 대표적인 옷)를 입고 당당하게 돈을 내놓으라고 손뼉을 치며 달려드는 동성애자들.

모두가 때론 당당하게 때론 애절하게 돈을 구걸하고 있었다.

그럴 때면 난 그리 달갑지 않았지만 할 수 있는 한 돈을 조금씩 주곤 했다.

인도의 기차역

그런데 그 아이는 달랐다.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는 옷도 머리도 지저분하게 짝이 없었다. 그 아이는 돈을 달라는 말 대신 조용히 기차 칸을 돌면서 의자 밑과 통로를 빗자루로 쓸고 있었다. 사람들이 먹던 땅콩, 팝콘 부스러기들, 음식 쓰레기들을 조그마한 빗자루로 모두 쓸어 담았다. 그 아이가 지나간 곳은 적어도 조금은 깨끗해졌다.

물론 나 역시 그 아이에게 기쁜 마음으로 돈을 줬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으니까.

어쩌면 그 아이는 구걸이 아닌 정당한 일을 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이는 너무 어린 나이에 세상의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었는지 모른다. 홀로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벌써 알아 버렸으니까.

어리광만 피워도 모자랄 그 사랑받아야 할 시기에 그 아이는 삶을 개척하기 위해 매일 기차 바닥을 쓸고 있었다.


기차는 여전히 달리고 난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그 아이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 아이가 보여준 삶의 방식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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