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두미 Jan 26. 2017

삶이란 거인과 싸우는 아이들

너무 일찍 삶을 알아 버린 아이들

낡은 밧줄 위로 아슬아슬하게 굴러가는 굴렁쇠 위에 사뿐히 얹어 놓은 발이 있다.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 낡은 시장 가방을 들고 떨어진 야채를 손 빠르게 줍는 손들이 있다.    


새벽시장을 가야 싸고 신선한 야채를 구할 수 있다. 아침 7시. 오늘은 좀 늦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서 물건을 구해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대부분 작은 야채가게를 하는 소매상인들이었다. 야채를 팔기 위해 온 농사꾼들도 많이 보였다.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적어온 야채 목록을 펼쳐 들고 가게들을 찾아다녔다.


어디선가 환호성 소리가 들렸다. 야채 시장 한 복판에 특별한 공연이 있는 듯했다.

대나무로 만든 기둥 사이로 연결된 낡은 밧줄. 그리고 그 작은 밧줄 위에 아이가 있었다. 검은색의 츄리달(인도옷) 위로 양 갈래로 땋은 까만 머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맨발로 밧줄을 걸어가던 아이에게 이번엔 굴렁쇠가 주어졌다. 굴렁쇠에 사뿐히 올려놓은 아이의 긴장한 발이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의 아버지처럼 보이는 사람은 그 아이가 움직일 때마다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몇 번의 공연이 끝나자 사람들은 다시 야채를 사러 또 야채를 팔러 갔다. 남편과 함께 오이를 고르고 있는 동안 그 아이가 가게 주인에게 다가왔다. 가게 주인은 당연하다는 식으로 10루피(180원)를 주었다. 아이는 돈을 받자마자 다른 가게로 발걸음을 돌렸다.      


장을 다 봤다. 이제 릭샤에 짐들을 넣어 주차해 놓은 곳으로 운반하기만 하면 된다.

자전거 뒤에 나무로 만든 운반용 릭샤 위에 감자 한 포대와 양파 호박 등 갖가지의 야채들을 싣고 사람들 사이를 지나쳐 가고 있었다. 그때 그 아이들을 봤다.

어른들 사이에 빠르게 움직이는 4명의 아이들은 비밀 부대처럼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빠른 걸음으로 야채 시장 속을 걷고 있었다. 낡은 시장가방 안에 떨어진 야채들을 보이는 대로 줍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삭 줍기를 하고 있었다.

조금 긴장된 아이들의 얼굴.

거친 상인들과 어른들 사이에서 가능한 한 빨리 많은 야채들을 주워야 한다고 다짐한 아이들처럼.

아이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데 좀 전까지만 해도 지저분해 보이던 떨어진 야채들을 보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배우는 삶이 너무 힘들지만은 않기를.

아이들이 만나는 사람들이 너무 거칠지만은 않기를.

작은 아이들의 눈에 보이는 세상이 너무 차갑지만은 않기를.


그날 아침 난 너무 일찍이 야채시장 안에서 삶이라는 큰 거인과 싸우고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