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달팽이처럼 연습하더라도
사실 내가 가장 배우고 싶었던 현악기는 첼로였다.
다른 악기보다 첼로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소리였기 때문에 무척 매력 있었다. 하지만 그즈음 나는 한창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고 또 인도로 오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게다가 첼로를 가져가려면 비행기 한 자리 값을 내야 한다는 소문을 들어서 아예 배울 엄두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모교 대학에서 자원봉사를 인도로 왔는데 그 학과가 바로 음악학과였다. 그리고 한국에서 비싼 악기를 가지고 오는 것에 부담을 느끼셨던지 인도에서 직접 악기를 사고 주고 가겠다고 하셨다.
'아이쿠나~~ 이렇게 감사할 때가!'
음악학과 학생들은 인도에 와서 여러 학교를 다니면서 악기를 연주했고 인도 아이들에게도 평생 경험하지 못할 경험이었다. 자원 봉사단은 일정을 마치고 우리에게 첼로를 주고 가셨다. 인도에 있는 우리에게 첼로를 줄 때에는 분명 이 첼로를 잘 사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터. 나는 그들의 깊은 마음을 받아 첼로를 시작하게 되었다. 바이올린은 그래도 인도 친구들 중에 연주하는 사람을 가끔은 만날 수 있지만 첼로는 악기 자체가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첼로를 연주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포기할 취미부자인가? 공짜는 양잿물도 마신다고 했는데.
이미 우리 아이들은 설마 엄마가 첼로도 배우겠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하는 눈초리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아이들에게 보란 듯이 첼로 연습을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활을 잡는 법과 악기를 놓는 법을 배우고 기초부터 연습했다. 꼭 이렇게 이야기하니 기초연습을 하고 지금은 꽤나 잘 연주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지금도 기초를 연주하고 있다. 사실 바이올린을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바이올린에 시간을 좀 더 투자하고 있다. 대신 한 달에 몇 번 정도만 첼로를 연습했다. 그것도 가끔은 잊어버릴 때도 많았고.
그래서 이렇게 취미에 대해 글을 쓰면서 나는 다시 성실하게 첼로 연습을 하고자 한다. 적어도 이런 글을 썼으니 그 책임감에라도 내가 연습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취미를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내가 하는 취미들을 자랑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내 글을 읽으면서 누군가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수 있기를 바랐다. 개인적으로는 글을 쓰면서 나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해보자는 마음도 있었다. 사실 내가 가진 취미 중에 가장 최근에 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못하는 것이 아마 첼로일 것이다. 나의 지금 실력은 첼로로 생일 축하 곡 정도 연주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아직 제대로 연주하려면 갈길이 멀었다. 다른 취미 생활들이 많기 때문에 시간을 다 채워서 연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이 안되면 한 달에 두 번이라도 그것도 안 되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시간을 내서 연습을 하다 보면 아주 느리겠지만 조금씩이라도 실력이 늘지 않을까. 아니 실력이 늘지 않더라도 적어도 내가 무엇인가를 시작했고 자주는 아니지만 끊이지 않고 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나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느릿느릿 거북이처럼 못할 때는 더 천천히 걷는 달팽이처럼 연습할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오랜만에 집에 가면 첼로 연습을 아주 조금이라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