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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Nov 25. 2024

첼로 독학을 시작하며

천천히 달팽이처럼 연습하더라도

사실 내가 가장 배우고 싶었던 현악기는 첼로였다. 

다른 악기보다 첼로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소리였기 때문에 무척 매력 있었다. 하지만 그즈음 나는 한창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고 또 인도로 오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게다가 첼로를 가져가려면 비행기 한 자리 값을 내야 한다는 소문을 들어서 아예 배울 엄두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모교 대학에서 자원봉사를 인도로 왔는데 그 학과가 바로 음악학과였다. 그리고 한국에서 비싼 악기를 가지고 오는 것에 부담을 느끼셨던지 인도에서 직접 악기를 사고 주고 가겠다고 하셨다. 

'아이쿠나~~ 이렇게 감사할 때가!'

음악학과 학생들은 인도에 와서 여러 학교를 다니면서 악기를 연주했고 인도 아이들에게도 평생 경험하지 못할 경험이었다. 자원 봉사단은 일정을 마치고 우리에게 첼로를 주고 가셨다. 인도에 있는 우리에게 첼로를 줄 때에는 분명 이 첼로를 잘 사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터. 나는 그들의 깊은 마음을 받아 첼로를 시작하게 되었다. 바이올린은 그래도 인도 친구들 중에 연주하는 사람을 가끔은 만날 수 있지만 첼로는 악기 자체가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첼로를 연주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포기할 취미부자인가? 공짜는 양잿물도 마신다고 했는데. 

이미 우리 아이들은 설마 엄마가 첼로도 배우겠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하는 눈초리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아이들에게 보란 듯이 첼로 연습을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활을 잡는 법과 악기를 놓는 법을 배우고 기초부터 연습했다. 꼭 이렇게 이야기하니 기초연습을 하고 지금은 꽤나 잘 연주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지금도 기초를 연주하고 있다. 사실 바이올린을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바이올린에 시간을 좀 더 투자하고 있다. 대신 한 달에 몇 번 정도만 첼로를 연습했다. 그것도 가끔은 잊어버릴 때도 많았고. 

그래서 이렇게 취미에 대해 글을 쓰면서 나는 다시 성실하게 첼로 연습을 하고자 한다. 적어도 이런 글을 썼으니 그 책임감에라도 내가 연습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취미를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내가 하는 취미들을 자랑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내 글을 읽으면서 누군가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수 있기를 바랐다.  개인적으로는 글을 쓰면서 나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해보자는 마음도 있었다. 사실 내가 가진 취미 중에 가장 최근에 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못하는 것이 아마 첼로일 것이다. 나의 지금 실력은 첼로로 생일 축하 곡 정도 연주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아직 제대로 연주하려면 갈길이 멀었다. 다른 취미 생활들이 많기 때문에 시간을 다 채워서 연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이 안되면 한 달에 두 번이라도 그것도 안 되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시간을 내서 연습을 하다 보면 아주 느리겠지만 조금씩이라도 실력이 늘지 않을까. 아니 실력이 늘지 않더라도 적어도 내가 무엇인가를 시작했고 자주는 아니지만 끊이지 않고 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나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느릿느릿 거북이처럼 못할 때는 더 천천히 걷는 달팽이처럼 연습할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오랜만에 집에 가면 첼로 연습을 아주 조금이라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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