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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Dec 05. 2024

10년이 지나서야 남편에게 칭찬을 듣다

플루트 연습 중

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로 일할 때가 2005년 정도였다. 그때만 해도 싸이월드가 엄청나게 유행이었다. 싸이월드에 특히 노래들을 많이 사서 배경음악으로 넣을 수 있었기 때문에 자주 배경음악을 구매하고 내 싸이월드에 잔잔하게 들리게 했다. 

병원 밤 근무를 하면서 잠시 시간이 날 때였나 보다. 싸이월드의 노래들을 듣던 중 누구의 싸이월드였는지는 모르지만 "She"라는 영화 OST 노래를 플루트로 연주한 것을 들었다. 그 순간 나는 그 플루트 음색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그 아름다운 음악에 매료되어서 꽤 오래 그 플루트로 연주한 음악을 듣다가 결국 플루트를 배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때가 결혼하기 전, 간호사로 일하던 때였다. 내가 일하던 곳은 재활병원이었는데 재활학교까지 같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학교에 이미 플루트를 배우고 있는 선생님이 계셨다. 그렇게 나는 그 선생님의 소개로 나보다도 젊었던 앳된 플루트 선생님을 만났고 매주 한 번씩 플루트를 연주하게 되었다. 

모든 악기가 그렇듯이 처음은 쉽지 않았다. 심호흡하는 것부터 플루트를 연주하는 것까지. 매주 열심히는 아니어도 적어도 레슨 시간에는 플루트를 불었으니 나름 정규적으로 하는 나의 취미 중 하나였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플루트를 하게 되었다. 교회에 계신 집사님께서 플루트를 하셨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교회에 갈 때마다 가르쳐 주셨다. 그때만 해도 우리 큰 아이가 3살 둘째가 1살이었는데 나는 둘째를 등에 업고 플루트를 배웠다. 

그 이후로 인도에 오게 되었고 플루트를 배우지는 못했지만 종종 연습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래도 다른 악기 그러니까 독학을 하는 바이올린이나 첼로와 비교했을 때 플루트는 그래도 연습하기 양호했다. 적어도 기초는 선생님에게 배웠으니까. 하지만 기초를 배웠다고 좋은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아무리 플루트를 연습해도 남편은 칭찬해주지 않았다. 거의 10년이 지난 후에야 나의 플루트 소리를 듣고 남편이 말했다. "와~ 당신 플루트 소리 참 좋아졌다." 

빈말은 하지 않는 남편이었기에 그의 짧은 칭찬이 내게는 아주 큰 용기가 되었다. 

플루트를 자주 연주하지는 못한다. 사실 바이올린과 첼로 같은 새로 시작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매주 교회에 갈 때나 가끔 집에서 가족들과 있을 때 플루트를 연주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자랑하려는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연주를 하기 위해서 교회를 갈 때마다 플루트를 들고 간다. 그리고 사람들이 노래를 부를 때 나는 플루트를 연주한다. 


사실 취미 부자라는 글을 쓰면서 마음에 많은 혼란이 있었다. 정말 이렇게라도 조금씩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다 포기하고 딱 하나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아직까지는 그 답을 잘 모르겠다.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은 많고 해야 할 일들은 많지만 취미를 사랑하는 나는 그 하고 싶은 것들과 나의 얼마 안 되는 시간들 사이에서 계속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결국 나의 시간과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이 세상 누구와도 같을 수 없으니까. 그 방법도 이 취미를 해 나가는 것도 내가 찾아야 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 글을 쓰면서 취미들을 해 나가는 것이 그 여정 중 하나일 것이다. 

처음 취미 부자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고 할 때는 플루트까지가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내가 매주 취미를 하면서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어 볼까 한다. 

나의 삶을 조금 더 윤기 나게 만들어 주는 취미들을 기억하며 쓰며 반짝반짝 빛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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