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음악회를 준비하면서
지난주에는 연말 음악회가 있었다.
교회에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했는데 나와 바이올린을 연습하는 친구들은 바이올린 연주를 했다. 사실 우리가 연주한 노래는 전에 교회에서도 한 번 연주한 적이 있는 곡이었다.
그리고 매주 일요일마다 모여서 연습하던 곡이어서 어렵지 않게 연주할 수 있었다.
나를 포함해서 세 명이 함께 연주했는데 나름 화음을 넣어서 한 명은 소프라노 한 명은 알토 그리고 나는 테너를 연주했다. 야외에서 하는 연주여서 더 떨리기도 했지만 연습한 대로 최선을 다해 연주했다. 아직 모두 초보여서 좋은 연주를 하지는 못했지만 틀리지 않았으니 만족스러운 연주였다.
게다가 바이올린을 거의 구경하지 못하는 인도 사람들이었기에 우리의 연주는 연주의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바이올린을 들고 있다는 것 자체로 아마 감동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연주가 끝나자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우리 팀은 인사를 하고 나오면서 서로 수고했다고 우리 이번에 너무 잘했다고 이야기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이렇게 기뻤던 적도 없었던 것 같았다.
기쁨에 심취해서 뒤로 나와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우리 어땠어? 잘했지?"
나는 남편이 자랑스러운 얼굴로 내게 칭찬을 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만큼 만족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남편은 말했다.
"아니. 소리가 그게 뭐야. 자꾸 음도 떨어지고."
순간 남편의 반응에 놀랐지만 나는 애써 태연한 척 이야기했다.
"뭐래~ 잘했구먼. 당신은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 하하하."
뭐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전에 한국에서 지낼 때는 교회나 어디서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틀린 음을 내거나 실수를 하면 인상을 찌푸렸으니까. 나는 바이올린을 하지 못했지만 주위에서 멋지게 연주하는 사람들의 연주를 많이 듣다 보니 듣는 귀는 있었던 것이다. 남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워낙 잘 연주하는 전문가들의 연주를 듣다가 우리의 연주를 들으니 당연히 그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하지만 나는 인도에 있으면서 또 다른 귀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니까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노래 소리나 악기 소리 그 너머에 있는 사람들의 노력한 마음을 들을 수 있는 귀.
며칠이 지난 후 큰아이와 남편과 이야기하면서 나는 말했다.
"나도 예전에는 잘하지 못하면 나서서 하지 않으려고 했거든. 그리고 잘 연주하지 못하면서 잘 노래 부르지 못하면서 나와서 하는 사람들을 보면 좀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했었어. 그리고 인도 와서도 처음에는 그게 힘들었어. 잘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열심히 앞에 나가서 하려고 하는 거야. 내가 가르치던 어린이 찬양대는 어떻고. 못하는데도 얼마나 애들이 하고 싶어 하는지. 한 이 년 정도 걸린 것 같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 것이 말이야. 이제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좋지 않고 음치여도 아이들이 노래 부르고 싶어 하는 그 모습을 보게 되더라. 바이올린도 마찬가지고. 잘 못하지만 노력하는 그 모습을 생각하니 그 과정을 생각하니 얼마나 사랑스러워. 그래서 나는 누가 뭐라 그래도 우리 바이올린 그룹이 자랑스러워. 리코더 교실 아이들도 마찬가지고."
내 이야기를 듣고 큰 아이가 얼마만큼 나의 마음을 이해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의 어떠한 말에도 내가 실망하지 않고 인도 친구들과 함께 바이올린을 연습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노력하는 이 과정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력하는 나와 인도 친구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느리지만 취미 부자처럼 많은 취미들을 하나씩 해나간다. 나를 그리고 함께 하는 친구들을 뿌듯하게 바라보면서.
**연말이어서 정신없이 일주일을 보내면서 연재가 두번이나 빠졌었네요. 다음주에는 좀 더 성실하게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