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 말고 거절

by 카밀리언


다섯 번째 이야기


동료가 야근을 도와달라고 한다. 사실 오늘은 가족과 저녁 약속이 있다. 하지만 거절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아, 저도 바빠서요. 다른 일이 있어서..." 어색한 핑계를 대며 자리를 피한다. 그 후로 그 동료와는 말을 섞기가 어려워진다.


친구가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 지난번에도 빌려준 돈을 아직 안 갚았는데 또 빌려달라고 한다. 화가 나지만 직접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연락을 피하고, 만나지 않으려 한다. 친구는 왜 피하는지 모르고, 관계는 점점 멀어진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결국 관계를 아예 끊어버린다. 연락을 차단하고, 만나지 않고, 없는 사람 취급한다.


이게 '단절'과 '거절'의 차이다.


단절하는 사람은 대화 자체를 피한다.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도망친다.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관계를 끊어버리는 것이 더 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도망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오해만 깊어진다.


거절하는 사람은 다르다. 불편하더라도 솔직하게 말한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도와드릴 수 없어요. 가족과 약속이 있거든요." "돈은 빌려드릴 수 없어요. 지난번 돈도 아직 안 갚으셨잖아요." 명확하게 선을 긋는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No"라고 말하는 천재였다. 수많은 아이디어와 기능들을 거절하며 진짜 중요한 것에만 집중했다. 그는 말했다. "혁신은 1,000가지를 거절하는 것이다." 거절을 통해 애플은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가 되었다.


일본에는 "아메후라시"라는 표현이 있다. 비가 내리기 전에 미리 우산을 준비한다는 뜻이다. 거절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커지기 전에 미리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그래야 관계가 더 건강해진다.


사회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명확한 거절은 오히려 관계를 강화한다. 상대방도 어디까지가 경계선인지 알게 되어 더 편해한다. 반대로 애매한 태도는 서로를 불편하게 만들고 오해를 부른다.


단절 말고 거절하라. 도망치지 말고 대화하라. 관계를 끊지 말고 경계를 그어라. 회피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라.


진짜 좋은 관계는 모든 것을 들어주는 관계가 아니다.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관계다.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이가 진짜 편한 사이다.


거절은 상대방을 싫어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더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다가 관계가 망가지는 것보다, 미리 선을 그어서 관계를 지키는 것이 낫다.


오늘부터는 피하지 말자. 어려운 대화라도 나누자.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게 진짜 성숙한 관계를 만드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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