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낭만을 주웠다 (야구장 편)

by 카밀리언

큰맘 먹고 향한 야구장
비는 예보보다 빨랐고
응원가는 2회가 끝나기도 전에 멎었다


오늘 계획은 결국 비에 젖었다


그런데, 정말 그런데


비 오는 날

물웅덩이를 만난

어린아이처럼

우산 없는 사람들이

가장 신났다


비가 와서 춥다며

노래라도 틀어달라는 외침에

‘워터밤’이 울려 퍼지고

모두가 들썩였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옥수수수염차는 유난히 따뜻했고
맥주는 더욱 차가웠다


먼 길 달려온 관객들을 달래려
선수들도 방수포 위로 미끄러져 웃었다


완벽한 하루는 아니었지만
완벽하게 젖은 오후였다


어긋나고, 틀어지고, 미끄러져도
그 순간을 웃으며 붙잡을 수만 있다면
춤추며 돌아오는 길을 만들 수만 있다면—


이게 낭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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