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세요! 그게 무슨 연애미수야!

[외전2] 호의는 언제 사랑이 되는가

by 스토리텔러

"이게 바람일까?"


한창 사랑을 하고 있는 여자의 친구가 여자에게 물었다.

여자는 제법, 좋은 조언자였고, 이런 상담은 꽤나 잦았다.


"바람이면 바람이지 바람 일까는 뭐야?"


"아... 나는 바람 같다고 생각하는데,

얘는 그게 어떻게 바람이냐고 한단 말이야...

직장 동료인데,

퇴근하고도 연락을 주고받고,

사적인 이야기도 곧 잘해.

이거 바람 아니야?"


여자는 어떤 조언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

논리적인 조언을 할 것인지,

같이 맞장구를 치며 공감을 해줄 것인지.

하지만, 자신은 알 수 없는 문제였다.

여자는 직접적인 이야기보다,

보편론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네 입장에서는 바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


여자는 잠깐 숨을 돌리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이었다.


"이런 말 하긴 좀 웃긴데,

심리학 책에서 봤거든?

보통 남자는 육체적인 관계,

여자는 정신적인 외도를 바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대."


여자의 친구는 작게 감탄했다.

사랑하는 이와 아무리 이야기해도 좁힐 수 없던 관점이,

쉽게 정리되는 느낌.


"오... 얼추 맞는 거 같은데?

뉘앙스가 비슷했어."


여자는 작게 웃었다.

사실 자신이 말했지만, 공감하는 건 아니어서.


"근데 그 이유가 좀... 뭐랄까, 깨. 꽤 많이.

그걸 생물학적으로 파고들면 완전 무슨 동물의 왕국이야."


"동물의 왕국? 뭔데 그래?"


여자는 어색하게 웃으며 답변했다.

친한 친구라지만, 민망하긴 했다.


"결국엔 자기 씨, 자기 새끼 문제라는 거야.

남자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키우게 될까 봐 육체적인 관계에 민감하고,

여자는 아이 양육에 소홀해질까 봐 정신적인 교감에 민감하다는 거지.

좀... 정 떨어지지 않아?"


친구는 앞에 놓인 포크로 케이크를 쿡 찍으며 말했다.

한 마리 동물처럼 우악스럽게.


"와, 진짜 동물의 왕국이네.

그렇게 따지면 연애를 어떻게 해?

근데... 그 말 들으니까 더 헷갈려.

난 그 이론이랑은 좀 다른 거 같거든."


여자도 조심스럽게 동의했다.


"하긴 나도 그렇긴 해.

사람의 감정과 관계를 너무 축약해 버린 거 같아"


친구는 포크로 케이크를 휘휘 휘져었다.

분명히, 케이크를 먹기 위한 행동은 아니었다.


"여자라서 그런가...

차라리 술 먹고 한 번 실수한 건,

머리 쥐어뜯고 싸우더라도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나 몰래 다른 사람이랑 썸 타고,

마음 주고, 미래를 상상하고...

그건 못 견딜 것 같아.

배신감이 차원이 다르지 않아?

이게 양육의 문제는 아닌 거 같은데."


여자는 작게 전율했다.


"그렇지...

나 모르게 다른 사람과 관계가 이어지고,

깊어진다는 거 자체가 좀 별로야."


친구는 사랑하는 남자를 떠올렸다.

사랑하는 남자의 입장을 이해했으므로,

여자와 더 정리하기보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이와 더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입장을 좁히지 못했던 관점은 어느 정도 정리 됐으니까.


그래서, 눈앞에 있는 여자를 놀리기로 했다.

차가운 척 하지만 정이 많고 놀리면 꽤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자신의 친구.


"그나저나 요즘 자주 이야기하는 그 남자랑은 어때?

여전히 안 사귀고, 여전히 거절하고 있어?"


여자는 당황했다.

이런 점이 사랑스러운 것이다.


"여기서 그 이야기가 왜 나와?"


"아니... 그냥. 바람을 이렇게 깊이 있게 생각하시는 분께서,

어떤 연애를 하고 있나 궁금해서"


"연애 아니야...

그래, 우리 연애 미수 하기로 했어.

사랑과 우정 사이 어딘가.

그 사람이랑 이야기하고 있으면 즐거워. 재밌어.

하지만, 불 같은 사랑이나 연애 감정 같은 건 아닌 거 같아."


친구는 빙글빙글 휘적거리던 포크를 들어

여자를 겨누며 말했다.


"그럼 지금 다른 남자랑 이런저런 이야기해?"


"아니 그러진 않는데?"


친구는 포크로 여자를 찌르듯 흔들며 계속 물었다.


"다른 남자랑 단둘이 만난 적은 언제야?"


"....어... 글쎄. 기억 안 나는데.

일 때문에 만난 거 빼면 최근에 없는 거 같아"


친구는 작정한 듯 포크로 여자를 찌를 기세다.


"정서적 관계를 쌓는 사람도 없고,

만나는 남자도 없어.

거의 정절을 지키고 있으면서, 무슨 연애미수야 연애미수는!

네가 말하는 정신적 바람에 해당하는 것도 없네!"


"아... 아니 하지만 사귀는 건 아닌데..."


"육체적 관계를 사귀는 걸로 보시는 거예요?"


포크가 이제는 목젖에 닿는 거 같다.

아니 사실은, 포크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진 것은 아니었다.


"어... 그것도 아닌데."


친구는 포크로 접시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보세요!

내가 보기엔 사귀는 거 같은데.

무슨 연애미수야!"


"어... 그... 그게..."


"앞으로 논리적인 척 하지 마라.

한 달간은 논리 내밀지 마!

논리적인 척은 다하면서, 이 모순 덩어리야!"


여자는 민망했다.

그리고 남자를 생각하는 것이다.

남자였다면, 적당한 타협안을 내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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