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름나물을 한단 사와
국간장과 들기름에 무쳤습니다
어머니는 늘 고추장을 넣고 무치셨죠
흰밥에 무침을 비볐더니 옛날 맛이 오롯이 소환됐습니다
비름 특유의 향기가 입안 가득 고입니다
그대는 지금 카레나 돈카스나 햄버거를 먹고 있겠지요
고속도로 중간 휴게소 맛집에서 허기를 달래고 있을 테니까
늘 시간에 쫓기며 사는 일상이니 제대로 된 식사나 할는지 모릅니다
고추장에 비름나물 무침을 들기름 넣고 썩썩 비벼 함께 먹으면 좋을 텐데
그날을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바람도 불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비도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햇살에 기억을 내려놓습니다
부디 먼 길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문경새재처럼 길을 돌아서 가렵니다
하얀 거실 벽에 카리브 해안 노을이 집니다
맨발에 샌들을 든 여인이 노을을 마주 보며 서 있습니다
고은 모래도 붉게 물듭니다
그림 한 점이 하얀 벽에 노을로 지고 있습니다
SUV 혼다 차량 한 대가 고속도로를 달려와 겨울집 앞에 정차합니다
그리워하다가 지치면 어떻게 할까요
나이를 먹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세월만 보내는 거지요
그래서 영혼이 머릿속에서 지워지면 그때 영원히 그리움에서 멀어지는 거지요
오늘은 그리움이 담긴 그대 식탁에
하얀 밥과 된장찌개와 비름무침과 호박전이 저녁상으로 차려져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