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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Jul 03. 2019

베트남에서 베트남어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

저도 아직은 아무말 대잔치하며 삽니다

지난 글에 이어서 베트남어 이야기 2탄! 


영어 잘하고 싶던 대학생 시절, 나도 영어 쓰는 나라에서 1년쯤 살면 영어는 자유자재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하던 때가 있었다. 생활 속에서 항상 부딪히니까 시간만 지나면 유창하게 외국어를 바로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 부끄럽지만 베트남 오기 직전의 나도 그랬다. 


단호하게 얘기하면,

본인이 피나는 노력하지 않는 이상 외국어는 절대 자동으로 늘지 않는다. 외국어에 노출되는 환경은 플러스알파이지 그것 자체로 실력이 될 수 없다는 걸 요즘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나이가 어릴 때야 언어 습득 능력이 좋아서 금방 따라 할 수도 있겠지만... 특히 지식이 0인 외국어를 공부 없이 생활에서 익힌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천재적인 언어감각이 있다면 예외)


마치 헬스장 끊어놓기만 한 상태에서 살 빠지길 기다리는 그런 마음가짐이라고 해야 할까. 


지난 1년 간의 나는 적당히 공부하고 즐기는 타입이었다. 그랬더니 일상생활에서 유아 수준으로 내가 아는 단어를 나열하는 아무말 대잔치는 가능해졌지만 '베트남어 완전 초급' 이상의 라벨을 달기는 어려웠다. 실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나의 엉망진창 베트남어를 다 이해해주는 편이기도 하고...  그래서 올해는 베트남어 능력시험을 고려해보자는 마음 가짐에서 이 글을 시작해 본다. 



베트남에서 베트남어 배우는 방법


다행인 건 베트남에서 베트남어 배우는 건 (당연한 얘기지만) 한국에서보다는 훨씬 쉽다. 나는 베트남어 글자도 못 읽는 상태로 베트남에 왔고 1년 동안 간단한 문장을 말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1. 호치민 인사대 & 똔득탕대학교 베트남어 코스


호치민 인문사회과학대학교

호치민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처음 도전하고자 하는 게 인사대 (인문사회과학대학을 줄여서 인사대라고 부름, 베트남어로는 Trường Đại học Khoa học Xã hội và Nhân văn) 베트남어 수업이다. 


호치민 인사대 베트남어 강의 시간표와 수강료


나도 이 코스를 들어보려 했지만 매일 아침에 수업을 들으러 갈 자신이 없었다. (... 반성) 전해 듣기로는 매일 수업이 있는 만큼 따로 복습을 안 해도 될 정도로 꼼꼼하고 확실하게 배울 수 있다고 한다. 한 코스가 끝나면 시험(!)도 봐야 하고... 초급 기준으로 1코스에 2달 정도 걸리고, VSL 교재를 절반 정도 나갈 수 있다. 두 달이 너무 길다 싶으면 하루에 4시간씩 하는 인텐시브 코스로 들으면 된다.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파온다)


호치민에서 베트남어 배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책으로 공부한다

참, 인사대 베트남어 코스는 처음에는 2-30명으로 시작했다가 뒤로 갈수록 점점 학생이 줄어서 몇 명 안 남은 상태로 코스가 끝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다가 단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중간에 폐강될 가능성도 높다고... 베트남어 꾸준히 배우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호치민 인사대 베트남어 코스 주간 스케줄 확인

>> 저녁 시간대 수업 (월수금, 화목)도 있어서 직장 다니는 사람들도 베트남어를 배울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동일한 교재로 7군에 있는 똔득탕 대학교(Đại học Tôn Đức Thắng)에서도 베트남어 수업을 진행한다! 찾아보니 인사대보다 시설이 좋고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있다고 한다. 7군에 거주한다면 똔득탕대학교 수업을 고려해도 괜찮을 듯! 


호치민 똔득탕대학교 베트남어 코스 스케줄 확인


#2. 학원
대표적인 베트남어 학원 VLS 

주변에 베트남어를 배울 수 있는 학원도 많다. 인사대나 똔득탕대학교까지 거리가 있어서 다니기가 쉽지 않은 경우 학원을 알아보기도 한다. 


강사가 영어로 가르쳐주는 곳도 있고, 한국어로 베트남어 가르쳐주는 능력자들도 있다는 점. 나는 학원은 알아보지 않아서 자세한 정보는 패스. 


#3. 개인(그룹) 과외


처음 베트남어 공부하던 날

스케줄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거나 소규모로 공부하고 싶은 경우 과외를 받는다. 이건 본인이 조율하기 나름이고 앞서 말한 대로 (베트남 사람에게) 영어로 베트남어 배우기, (베트남 사람에게) 한국어로 베트남어 배우기, (한국 사람에게) 한국어로 베트남어 배우기 등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나는 당시 살던 아파트에서 사람들을 모아서 그룹 과외를 받았었는데 이동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또 처음 베트남어를 배우는 거라 베트남에 오래 거주한 한국 분에게 과외를 받았는데 첫 단추를 꿰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는 6개월 좀 넘게 걸려서 VSL 1권과 2권을 끝냈고 (정말 끝내기만 함) 지금에 이르렀다. 하지만 기초 수준을 넘어가고 나서는 원어민에게 수업을 받는 게 듣고 말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 듯하다. 


#4. 인터넷 강의
대표적인 베트남어 온라인 강의, 시원스쿨 베트남어

나는 인강을 대학교 수업 이후로 들은 적이 없는데 남편이 베트남 오기 전 호기롭게 결제한 베트남어 온라인 코스가 있었다.(정작 남편은 지금까지 저 강의 2개인가 들음) 정신 차리고 보니 유효기간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아(...) 내가 요즘 이걸 열심히 듣고 있는 중이다. 꼭 컴퓨터가 아니어도 핸드폰만 있으면 강의를 들을 수 있으니 어디서든 공부를 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나는 이미 과외로 베트남어를 배운 상태에서 강의를 듣는 중이라 확실하게 복습이 되는 느낌이다. 인터넷 강의로 베트남어 공부 첫 시작을 하고 베트남에 온다면 큰 무리 없이 연착륙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근차근 잘 알려준다. 하지만 모든 인터넷 강의가 그렇듯 가장 큰 적은 바로 자기 자신. 게으름만 이겨낼 수 있다면 효율이 아주 좋은 학습 방법이다. 


* 시원스쿨 베트남어 강의는 수도가 있는 베트남 북부 발음 기준으로 진행된다. 내가 사는 호치민과는 발음이 조금 다르지만 표준어는 북쪽이라는 점! 


#5. 책과 유튜브 등으로 독학

베트남어는 처음부터 독학하기에는 쉽지 않은 언어다. 하지만 모든 언어가 그렇듯이 초반 몇 시간을 제외하고서는 누군가 칠판 앞에 서서 문법과 단어를 알려주는 시간보다 나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그게 스스로 큰 소리로 문장을 읽는 것이 됐든, 밖에 나가서 광고 전단지를 해석하든, 따로 책이나 영화를 보든 간에 새로운 언어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요즘은 워낙 책부터 유튜브까지 다양한 컨텐츠가 있어서 내가 어릴 때 영어 배우는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게 언어에 접근할 수 있는 듯하다. 


요즘 베트남어 공부할 때 보는 책 두 권

언어의 핵심은 역시 단어와 패턴! 그래서 나는 이 책 두 권을 열심히 보고 있다. 사실 일상에서 다양한 단어를 쓸 일이 없어서 따로 책을 보며 단어를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어 책이 좋은 건 분야별로 (예를 들면 과일, 탈 것, 신체부위 등) 단어가 적혀있어서 연관성 있는 단어를 한 번에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의식적으로 길 위의 간판을 유심히 보고, 마트에서 제품 이름이나 상품 뒷면을 살펴보려고 한다. 


또 베트남어의 가장 큰 매력(?!)은 내 기준 문법 진입장벽이 영어보다 좀 낮다는 것. 영어는 시제와 관사를 선택하는 게 까다로운데 베트남어는 그 표현이 아주 간단하다. 또 자주 쓰는 문장 패턴들이 있어서 단어만 갈아 끼우면 표현하기가 쉽다는 점. 베트남어 초급 수준인 나도 몇 가지 문장은 꽤 금방 익혔다. 그래서 이번에는 패턴 회화책으로 제대로 공부를 해보려고 마음을 다잡았다. 


단어책: 레전드 베트남어 필수단어

패턴회화책: 베트남어 회화 핵심패턴 233


정말 너무나 공감됐던 영상... "한국인이 베트남어 배우기 어려운 이유"

이건 내가 열심히 보는 유튜브! 한국인이 베트남어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려주는 채널인데, 베트남 여행 오거나 양국의 문화 차이를 설명하는 내용도 있어서 내가 보기 딱이다. 베트남어 자막이 있어서 이해하기 쉬운 건 덤! 체리혜리 외에도 베트남어 잘하는 한국 사람들이 하는 유튜브가 꽤 여럿 있다. 능력자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베트남어 능력 시험?


성취감을 높이고 내 위치를 확인하는 데에는 시험만 한 게 없다. 특히 나는 벼락치기와 단순 암기, 반복 학습에 능한 입시형 인재라서 시험 준비를 선호하는 편. (실제로 나는 토플 준비할 때 영어 실력이 가장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영어는 토익, 토플, IELTS 등 다양한 시험이 있는데 베트남어도 이런 시험이 있을까 싶어서 찾아본 결과, 호치민 인사대와 똔득탕대학교에서 진행하는 베트남어 능력시험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베트남어 능력시험 급수 (A1부터 C2까지 있음) / 호치민 인사대


토플처럼 말하기 / 듣기 / 읽기 / 쓰기를 모두 포함하는 엄청난 시험이고, 각 분야 당 1시간씩 걸리니까 4시간짜리 시험이다. 그래서인지 시험 후기에 당 떨어지니 초콜릿 챙기라는 내용들이 있었다. (....) 또 급수에 따라 시험이 나눠져 있는 게 아니고 이 시험을 보면 최종 점수에 따라 급수가 나눠지는 제도라 시험이 꽤 어렵다고 한다. 시험 응시료는 무려(!) 100만 동이고 2달에 한 번 꼴로 시험이 있어서 미리 신청해 둬야 한다.  


호치민 인사대 베트남어 능력시험 관련 내용

호치민 똔득탕대학교 베트남어 능력시험 관련 내용



나는 올해 베트남어 능력시험을 쳐 볼 생각이다. 


사실 후기를 찾아보면서 살짝 위축된 상태이기는 하지만 그간의 성과(!)를 가시적으로 측정하는 수단으로는 이만한 게 없는 듯하다. 벌써 하반기가 시작되었으니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은 3-4개월 뿐. 100만 동 내고 자괴감이 아니라 성취감을 얻어올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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