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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Jun 27. 2019

오토바이 뒷자리 잘 타는 노하우

베트남 살다 보니 오토바이를 탑니다

오토바이 천국 베트남. 처음에는 나도 도로를 가득 채운 오토바이를 보며 대체 이 길을 어떻게 다니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도로를 꽉 채운 오토바이, 오토바이는 인도도 달린다

길을 꽉 메운 오토바이들은 차선이 없는 것처럼 달렸고 차에 앉아있을 때 거의 닿을 지경으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기도 했다. 역주행은 기본에, 도로 막히면 인도를 달리기도 하고 가끔 내가 길을 건널 때 내 앞 뒤로 슥슥 지나는 오토바이도 많다. (절대 안 멈춰줌)


아니 이렇게 오토바이 많은 데서 어떻게 살아?


라고 처음에 생각했던 내가 이제는 오토바이 뒤에 앉아서 잘 다닌다. (아직 오토바이 운전은 시도해 보지 못한 상태) 타다 보니 얼마나 편하던지.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타기 편한 이유

1) 날씨

내가 사는 호치민은 연중 더운 날씨다. 이 날씨에 500미터는 무슨 50미터라도 걸을라치면 땀 별로 안 나는 나도 이미 땀에 쩔어있다.


2) 도로 상황

베트남은 절대 걷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 내가 여기 여행 오는 친구들에게 늘 얘기하는 거지만 여기서는 도보 이동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 덧: 여기 살러 오시는 분들도 '걸어서 5분 거리'에 편의시설 있다는 얘기에 절대 혹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 걸어서 5분이 다닐 만한 길이라는 보장은 없다.) 거리 상으로 가까워도 길이 엉망진창이고 (인도가 있다가 사라질 수 있음) 인도가 있어도 오토바이가 꽉 찼을 수도 있으며, 그 와중에 비라도 오면 아예 잠겨버릴 수도 있다.


(좌) 대만 가오슝: 차도에 오토바이 주차공간 있음 / (우) 호치민: 인도에 일단 오토바이 주차

3) 교통체증

내가 아직 인도네시아를 가보지는 않았지만 호치민 도로의 교통체증도 나날이 심해지는 중이다. 도로는 넓지 않은데 급격한 도시화로 인구는 집중되고,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차를 타는 사람들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별로 멀지도 않은데 평소 20분이면 갈 거리를 출/퇴근 피크 시간에는 1시간 걸려서 가야 할 때도 많다. 특히 그랩을 불러보면 자동차는 내 위치까지 오는데 피크시간 기준 최소 5분 이상은 걸리는 듯하다. 하지만 바이크는 드라이버가 많기도 하고 그들이 내 위치로 매우 빠르게 오기 때문에 일단 시간이 절약된다.


오토바이 뒷자리 잘 타는 법

나도 여기서 오토바이 자체를 처음 타 봤는데 처음에는 좀 겁났지만 몇 번 타고 보면 이만큼 편한 게 없다. 위험하지 않냐는 얘기도 있는데 나는 애초에 먼 거리를 가거나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오토바이를 타지 않는다. 맑은 날 가까운 거리 타기에는 오토바이가 딱이다.


1) 오토바이 탈 때는 반드시 왼쪽에서 올라타고 왼쪽으로 내린다

이건 나도 여기서 오토바이 타면서 깨달은 점이다. 오토바이들은 배기통이 오른쪽에 있는데 그게 엄청나게 뜨겁다. 특히 호치민에서는 대부분 반바지를 입고 다니기 때문에 배기통에 데이면 화상 입기 십상... (사실 나도 한 번 데었다.) 그러니 오토바이를 탈 때는 꼭 왼쪽으로 올라타고 내릴 때도 왼쪽으로 내려야만 한다.


자세히 보면 배기통이 다 오른쪽에 있고 오토바이 세우는 지지대도 왼쪽에 있어서 그쪽으로 살짝 기울어짐


2) 마스크를 챙기면 좋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타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헬멧과 마스크를 꼭 쓰고 있다. 그랩이나 고비엣으로 바이크를 부르면 헬멧은 보통 드라이버가 준다. (물론 그 헬멧의 청결은 장담할 수 없지만... 찜찜하면 개인 헬멧 들고 다니는 걸 추천) 하지만 마스크는 내가 준비해야만 한다는 점... 오토바이에 타면 도로 위의 온갖 매연을 다 들이마실 수밖에 없어서 호흡기가 금방 안 좋아질 수 있다. 일회용 마스크 하나면 오토바이 타는 게 훨씬 쾌적해진다.


3) 소지품 주의

예전에 시내에서 오토바이 뒷자리에서 핸드폰을 한 적이 있다. 신호대기 중이라 신나게 핸드폰을 하고 있었는데 옆에 오토바이 한 대가 세우더니 나더러 핸드폰 넣으라고 다급하게 외치는 것이었다. 호치민에서 핸드폰 날치기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인도 위에 있는 보행자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뒤에 탄 사람들도 종종 당하는 듯했다. 또 숄더백을 어깨에 메고 오토바이 뒤에 탔더니 베트남 친구가 다음부터는 오토바이 탈 때 가방 앞으로 놓던지 백팩을 쓰라고 했다.


4) 불안할 때는 내 뒤쪽을 잡기 (드라이버 허리 말고)

나도 그랬고 오토바이 처음 타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 잡고 오토바이 타는 게 불안하다고 느낄 수 있다. 뭔가 급출발할 때 오토바이에서 떨어질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의외로 앉아있다 보면 아무것도 안 해도 꽤 안정적이다. 나는 대체로 가방을 내 몸 앞에 (드라이버와 내 사이에) 두고 팔짱 낀 채로 앉는다. 내 몸이 너무 흔들린다 싶으면 승마할 때처럼 허벅지 사이에 힘을 좀 주면 괜찮다. 그러다 길이 너무 울퉁불퉁하거나 급커브를 도는 거 같으면 내가 앉은 자리 뒤쪽을 잡으면 된다. 놀랍게도 대부분 사람이 잡을 수 있게 손잡이(?)가 있다는 점.


* 무섭다고 드라이버 허리 잡으면 그 사람이 당황할 수도 있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에 앉은 뒷사람이 앞사람 허리 잡는 경우는 연인일 때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시트 뒤쪽에 고리가 있는 걸 볼 수 있음!

5) 뒷좌석 전용 발받침을 꼭 내리자

이게 없으면 뒷자리 앉았을 때 엄청 불편하다. 대부분의 그랩/고비엣 오토바이들은 이 뒷좌석 전용 발받침이 내려와 있지만 간혹 접혀있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타기 전에 발받침 위치를 확인하고 펴둘 것. 발로 톡톡 건드리면 쉽게 펴진다. 하지만 발받침에 발대고 오토바이 타는 건 절대 안 됨! 시트에 오르고 난 다음 발받침에 발을 올려야 한다.


오토바이 탄다고 했을 때 자주 묻는 질문들

앞서 말한 대로 나는 아직 오토바이 운전은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오토바이 타고 돌아다닌다고 했을 때 흔한 반응들.


1) 안 위험해?

오토바이 탄다고 하면 거의 90% 이상 바로 돌아오는 질문이다. 나는 주로 차들이 쌩쌩 달리지 않는 집 근처 동내 , 5~15분 이내의 거리, 그리고 날씨가 괜찮을 때만 오토바이를 타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위험한 상황을 마주한 적은 없다. 의외로 도로 위의 차들이 빨리 달리지 않기도 하고... (이게 막혀서 그런 것도 있는데 시내에서는 속도를 얼마 이상 내지 못하게 돼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베트남에서는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많이 나고 이 와중에 집계되지 않은 것도 많을 것이다. 100% 확신으로 '위험하다' 혹은 '안 위험하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점.


2) 치마 입었을 때는 어떡해?

정면이 아니라 드라이버와 90도 각도로 앉아서 (옆으로) 가면 된다. 그때 두 발 모두 발받침에 올리면 됨. 이렇게 타고 출퇴근하는 베트남 커리어우먼들 많다.


3) 비 올 때는?

나는 애초에 비 올 때는 오토바이 탈 생각을 안 하지만 가다가 비가 내리는 경우도 있다. 센스 있는 드라이버는 2인용 우비를 구비해서 비를 피할 수 있는 곳 (예: 다리 밑, 건물 처마 밑 등)에 잠시 오토바이를 세우고 2인용 우비를 쓰고 달린다. 하지만 1인용 우비가 있는 드라이버라면... 그냥 그 뒤에 펄럭이는 우비로 내 머리를 가리는 수밖에. 아니면 나는 비가 많이 오지 않는 경우라면 우비 안 써도 되니까 그냥 가자고 한 적도 있다. (가까운 거리라서)



2017년 기준으로 베트남에 등록된 오토바이 수는 약 4천5백만 대라고 한다. 2017년에 베트남 인구가 9천2백만 명이라고 하니 정말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베트남 인구의 80%는 매일 정기적으로 오토바이를 사용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오토바이 강국이다. 그만큼 베트남 사람들의 삶에서 오토바이는 정말 빼놓을 수 없는 물건이다.


멍멍이도 휴식은 오토바이에서

오토바이를 개조해서 카페가 되거나, 과일 가게가 될 때도, 반미 가게가 되는 경우도 있다. 또 길 위에서 오토바이에 어떻게 저런 것까지 싣고 달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예술적인 오토바이 배송 장면을 보기도 한다.


여기서는 꽤 자주 오토바이 한 대에 온 가족이 다 타고 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당연히 아이들용 헬멧도 있고, 심지어 아이들용 오토바이 카시트에 베개(?)도 있다. (그나저나 베개 쓰면 오토바이 계기판은 안 보이는데 안 보고 달리는 건가...?) 이렇게 베트남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오토바이와 익숙한 삶을 사는 것이다.


오토바이 어린이 체어와 전용 베개 (존귀탱)

이미지 출처: DailyUK


길 위에 생긴 오토바이 카페 (존귀탱)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으니 베트남 생활에 조금 익숙해진 기분이다. 심지어 최근에 싱가포르 갔을 때 오토바이 타고 싶어서 근질근질... (물론 그곳에는 곳곳에 킥보드가 있었지만 또 주차장 찾아서 갖다 놔 야하고 정말 귀찮음)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하지만 조심 또 조심!



베트남 그랩 사용법 & 그랩에 대한 이야기

https://brunch.co.kr/@withalice/122


그랩과 경쟁하는 베트남의 대표적인 오토바이 호출 서비스, 고비엣

https://brunch.co.kr/@withalice/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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