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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Jun 25. 2019

호치민 살면서 꼭 필요한 물건들 10가지

너무 소소해서 아무도 알려주지 않지만 있으면 편해요

베트남 산 지 이제 1년.


걱정 가득한 마음에 들고 온 가방 전부 꽉 채워서 베트남 입국 (2018년 7월)

1년 전 그 날을 떠올려 본다. 그 날의 나는 1/3 설렘과 2/3 두려움이 가득한, 그야말로 베트남 생활 초짜였다. 그 날 비행기를 타는 그 순간까지 나는 '이런 게 없어서 불편하면 어쩌지'하는 걱정에 쉽사리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고, 전 세계에서 교민 사회가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호치민이라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물건들은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만 꼭 필요한 물건들은 생활을 해 봐야 알 수 있다.


내가 여기서 언급한 물건들은 한국에서 사 와도 좋지만 대부분 여기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다. 생활 초반에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둔 리스트이니 반드시 한국에서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베트남 남부 지역인 호치민 생활하면서 경험한 것들 위주로 작성된 거라 베트남 기타 지역 생활과는 좀 다를 수 있다. 또 철저히 내 기준과 내 생활 중심으로 쓰여진 리스트이니 환경에 따라 사람들마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물건이 다를 수 있다는 점! 집에 두고 다니는 물건(가전, 가구 등)은 개인차가 있을 것 같아서 내가 들고 다니는 물건 위주로 작성했다.



1. 칸이 구분된 (장) 지갑

- 구매처: 사이공스퀘어


일 년째 잘 쓰고 있는 나의 지갑

한국에서 살 때는 지갑 없이 핸드폰에 신용카드 하나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신용카드 결제되지 않는 곳이 드물었고 하물며 포장마차에서도 QR로 송금할 수 있었기 때문.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여전히 신용카드 결제 가능한 곳이 많지 않고, 현금을 주로 쓴다.


베트남 돈의 특징은 동전이 없고 모두 지폐이며, 디자인이 거의 유사(베트남 지폐에 있는 인물은 모두 호치민!) 하고 색만 다르다. 그래서 외국인이 돈을 빠르게 구별해 내기 쉽지 않은 데다가 한국과는 부르는 방식이 다르다.


예를 들어...

10만 동 (십만 동) = 100k (One Hundred, Một trăm/못 짬)으로 부른다. (* 천 단위는 말할 때 생략) 이렇게 돈을 구분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칸이 나눠진 장지갑에 10만 동 이상 (10/20/50만)과 나머지 (1/2/5만, 천 단위)로 나눠두면 돈을 꺼낼 때 훨씬 수월하다. 이렇게 돈을 구분해두면 잘못해서 큰 돈을 내는 (!) 일도 확실히 줄어든다.


시내 사이공스퀘어에 가면 브랜드 종류별로 장지갑이 있으니 마음에 드는 것을 사면 됨. 취향에 따라 반지갑이나 카드지갑을 쓰는 경우도 많은데 무슨 지갑을 쓰든 돈은 나눠서 보관하는 게 편하다.


베트남 돈! 나는 최근에 200동짜리도 지폐로 받아봤다


2. 핸드폰 스트랩

- 구매처: 핸드폰 용품 파는 곳 아무 데나


호치민은 생활하기에 위험하다고 느낀 적이 거의 없지만 가장 조심해야 할 건 핸드폰 날치기다. 특히 한국에서는 핸드폰 훔쳐가는 일이 없어서 길 걸을 때도 핸드폰 보고, 카페에서도 핸드폰만 올려놓고 잠깐 자리를 비우는 경우도 많은데 여기에서는 길 걷는 와중에도 오토바이로 핸드폰 날치기당하는 경우가 많으니 꼭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핸드폰 스트랩을 사서 부득이하게 길에서 핸드폰을 볼 때는 스트랩을 걸고 다녔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핸드폰을 볼 일이 있을 때 (특히 그랩 기다릴 때)는 실내 혹은 인도 안쪽에 있어야 하고, 가능하면 가방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또 스트랩이 너무 짱짱하면 혹시나 스트랩 건 채로 날치기됐을 때 줄이 끊어지는 게 아니라 몸이 끌려가서 위험할 수 있으니 적당한 재질을 고르는 것도 포인트.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목에 거는 스트랩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러다 오토바이에서 낚아채면 큰일 나요...)


3. 양산 겸용 우산

- 구매처: 한국에서 온라인 쇼핑, 베트남에서는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구입 가능


작게 접히는 거면 더 좋음

이미지 출처: 11번가


호치민에서 가장 위험한 건 강렬한 햇빛이다. 더운 것도 더운 거지만 한낮에 내리쬐는 태양이 얼마나 따가운지 피부과 레이저 시술받는 느낌을 야외에서 경험할 수 있다. 피부가 타는 것보다 자외선은 피부에 정말 좋지 않으니 가능하면 태양을 가리는 게 좋다. 선크림을 바르는 것도 좋지만 일단 가리는 게 중요!


나는 양산 겸용 우산을 사서 들고 다니는데 일반 우산과 다른 점은 양산 안쪽에는 암막천이 덧대어져 있어서 햇빛을 막아준다. (우산은 보통 안쪽에 암막천이 없음) 이렇게 햇빛을 가리면 더위도 좀 덜한 느낌이다. 또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우산으로도 쓸 수 있으니 일석이조! 물론 비가 엄청나게 올 때는 우산을 드는 것보다 그냥 실내에서 기다리는 게 낫다.


4. 챙 넓고 잘 접히는 모자

- 구매처: 1군에 있는 나의 단골 라탄 가게, 호치민에서는 벤탄시장이나 각종 소품샵에서도 살 수 있음


내가 매일 들고 다니는 모자. 접으면 부피가 작아짐

3번과 어느 정도 비슷한 물건이기는 하지만 양산을 들기 귀찮거나 잠깐 시내 다니는 정도면 나는 모자를 챙긴다. 보통 동남아 여행 갈 때 다들 챙이 넓은 모자를 많이 챙기는데 여기서 포인트는 잘 접혀야 한다는 것. 가방 안에 넣기 편한 모자를 찾는 게 최고다. 모자만 써도 눈이 덜 부시고 훨씬 시원하다.


5. 편하게 입을 수 있고 부피가 작은 가디건

- 구매처: SPA 브랜드 아무 데나


긴팔 가디건 필수

이미지 출처: 유니클로


더운 날씨 탓에 긴팔을 잘 안 입게 되는데 가디건은 꼭 필요하다. 왜냐하면 실내는 에어컨을 세게 틀어서 춥기 때문. 가디건은 실내에서 에어컨 바람 막는데도 좋고 짧은 옷 입었을 때 밖에서 햇빛을 가리는 용도로도 유용하게 쓰인다. 가방 안 필수품!


6. 레인부츠 대신 젖어도 금방 마르는 신발

- 구매처: 크록스


나의 일상 최애템

이미지 출처: 크록스 홈페이지


원래 나는 신발 욕심이 좀 있었다. 한국에서는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니 걷기 편한 신발, 좋은 신발을 찾는데 집중했는데 여기에서는 일단 발이 편하고 비가 왔을 때 잘 마르는 신발이 최고다. 왜냐하면 호치민은 아직 도로 배수 시설이 잘 되어있지 않아서 우기에 비가 오면 길이 잠기기 일쑤다. 최대한 안 걸으려고 하지만 하다못해 차에서 내릴 때도 물이 첨벙첨벙하는 경우가 많으니 젖어도 금방 마르는, 그리고 망가져도 아깝지 않은 신발을 신는 게 최고. 한국에서는 신발이 망가져서 버리는 일이 거의 없는데 여기서는 신발 스트랩이 뜯어지거나 바닥 부분이 망가져서 버리는 일이 종종 생긴다.


그래서 여기 현지 사람들은 대부분 쪼리를 신고 다닌다. 하지만 나는 뒤꿈치 없는 신발은 영 불편해서 샌들을 선호하는 편.


7. 모기기피제

- 구매처: 동네 마트, 약국


이미지 출처: 에온몰 홈페이지


더운 곳이다 보니 아무래도 모기가 많은 편이다. 게다가 모기에 물리면 성가신 것도 있는데 뎅기열에 걸릴 가능성도 있어서 모기 물리는 건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이건 동네 마트나 약국에서도 아주 쉽게 구할 수 있고 종류도 다양하다. 이상하게 나는 택시 안에서 모기를 많이 물려서 휴대용으로 나온 작은 모기기피제 들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마다 뿌리고 있다.



8. 일회용 마스크

- 구매처: 동네 마트

한 장씩 뽑아 쓰는 일회용 마스크

이미지 출처: 위메프


한국에서는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많이 썼는데 여기서는 그 마스크가 꽤 다양한 역할을 한다. 일단 길거리 매연을 막아주고 (오토바이 탈 때는 마스크 특히 필수) 얼굴 타는 것도 방지한다. 또 에어컨이 항상 깨끗한 건 아니어서 (특히 택시 안) 뭔가 냄새가 찜찜하다 싶을 때는 마스크를 쓰곤 한다. 에어컨 때문에 목감기에 걸리기 쉬운데 그때 실내에서도 쓰고 있으면 목 아픈 것도 확실히 덜하다는 점.


베트남 사람들은 오토바이 몰 때 천으로 된 마스크를 많이 쓰는 듯하다. 나도 그걸 써봤는데 그건 매연을 막는 기능보다 햇빛을 차단하는 데 주요 역할을 하는 듯한 느낌. 여하튼 나는 찜찜해서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마스크를 선호하는 편.


9. 휴대용 손세정제

- 구매처: 동네 마트


현금을 만질 일이 많다 보니 틈만 나면 손을 씻으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세면대에 비누가 없는 경우도 있고 손 씻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닐 수도 있어서 이럴 때 손 세정제가 매우 유용하다. 특히 쌀국수처럼 야채를 손으로 뜯어서 음식에 넣어 먹을 때 매우 요긴하다는 점.


10. 금고

- 구매처: 대형 마트, 금고 전문점


여기 와서 처음 사 본 물건, 금고

이미지 출처: 코스트코


이건 메이드가 집에 오는 사람이라면 꼭 필요한 물건이다. 나도 여기에서 처음 사 본 건데 메이드와 함께 집에 하루 종일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나는 메이드가 아침에 와서 문만 열어주고 집을 비우기 때문에 금고에 귀중품을 넣어놓는다. 현금, 여권, 중요한 서류 등등. 특히 메이드 오고나서 현금 (동화, 달러 모두) 없어졌다는 사람들 얘기를 간혹 듣곤 하니 돈은 반드시 금고에 넣어두는 것으로.




반대로 여기서 필요할 줄 알았는데 그다지 필요 없는 것도 있다.


1. 손풍기

보통 여행 가면 손풍기(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다녔는데 여기서는 걸을 일이 별로 없어서인지 손풍기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다. 실내는 에어컨이 워낙 잘 나오기도 하고. 들고 다니기 무겁고 귀찮음. 그리고 이제 땀 흘리는 더위에는 적응했다...


2. 네일 스티커

내가 사 온 것 중 가장 손이 안 가는 물건이다. 처음에는 여름 나라이니 손발 네일을 신경 써야지! 하면서 사 온 물건인데 여기서는 그냥 네일샵 가서 관리받는 게 낫다. 특히 나는 수영을 자주 해서 네일 스티커는 붙이고 수영장 다녀오면 몇 개 없어지기 일쑤... 한 달에 한 번 정도 젤 네일 받는 게 오래가고 편함. 단, 쏙 오프 받느라 손톱이 금방 상할 수 있으니 적절히 쉬어주는 게 좋다.


3. 휴롬

호치민으로 이사 올 때 과일이 싼 곳이니 매일 과일을 갈아먹겠다며 야심 차게 사 온 휴롬 착즙기. 하지만 너무나 귀찮아서 잘 안 쓰게 된다. 밖에서 사 먹는 주스가 워낙 저렴하기도 하고. 하지만 사 먹는 주스는 위생 상태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 나는 귀차니즘이 청결에 대한 열망을 이겼다.


+ 비슷한 이유로 커피 머신도 안 쓴다. 일단 나는 집에서 커피를 잘 안 마시고 커피가 워낙 싸기 때문... 캡슐 커피 머신 사는 분들도 많은데 베트남에서는 커피 캡슐이 생각보다 비싸다고 들었다. 만약 커피 머신을 산다면 에스프레소 머신이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봄. (베트남 마트나 카페에서 아주 쉽게 로스팅 원두, 커피 가루를 구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있으면 편한데 없어서 살짝 불편한' 정도의 물건들이 있다. 예를 들면 뽑아쓰는 키친타올이나 세겹짜리 두루마리 휴지 같은 (....) 이 유형의 물건들은 다음에 한 번 다시 정리해 봐야겠다.


+ 그 외에 베트남 살면서 꼭 필요한 물건들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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