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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sy Feb 27. 2024

도시




요람에서 시작되어 무덤에서 그치는

한 번의 반짝임이 삶일 수 있다


풍족한 시대, 보이지 않는 손들이

낮밤도 잊고 분주히 자본시장을 끌어가고

잠든 듯 자각 없이, 도시의 시민들은

저돌적인 야망에 스스로를 불태우며

뜬눈으로 잠에 빠져 사랑도 잊는다


이륙하는 비행기의 실내등이 꺼지고

착륙할 때 등이 돌아오듯

깨어있음에서 죽음으로 잠에서 삶으로


성냥불처럼 쉽게 흩어지는 일생을

넓거나 혹은 좁은 방에 어둑하니

홀로 앉아 두려워하는 


어쩔 수 없는 순간에 우리는

무수한 반짝임 중 하나에 지나지 않고

치열한 삶이 지닌 의미도 크지 않다는

있는 힘껏 남몰래 숨겨둔

진실의 품에 안긴다


둥글고 환한 달무리가 머무는

평화로운 밤의 고요가 찾아오고

쉬이 잠들지 못하여


반짝이며 사라지는 순간에

반짝이며 사라지는 편지를 쓰는 숙명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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