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는 방학에도 기숙사 생활을 하고, 막내는 20여 일간 어학연수를 떠났다. 집에 남은 건 우리 부부뿐. 아, 강아지도 있었네. 방학이 찾아오면 삼시세끼와 간식 등 챙길게 많아 엄마의 학기시작이라 했는데 아이들이 집에 없는 방학은 처음이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시간이 왔는데 당혹스러움 자체다. 쓸쓸함이 밀려오는 것이 빈 둥지 증후군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마흔 초반에 일찍도 찾아온 빈 둥지 증후군. 꽤 당혹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는 처음 겪어보는 감정들에 무너져 내릴 것만 같다. 이것이 우리 부부의 미래라니. 빨리도 찾아왔다.
이럴 때 어김없이 엄마나 시어머니가 계셨으면 하는 마음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남편과 아빠와 시아버지가 줄 수 없는 엄마만이 느끼는 감정이 있다.
나의 엄마도 삼 남매를 일찍 사회로 내보낸 편이다. 가끔 집에 들르곤 하면 엄마의 태도에서 낯섦을 느꼈다. 밖에선 누굴 만나는지 뭘 하고 지내는지 내 가방 속 영수증을 들여다보던 엄마 생각이 난다.
나 이제 엄마와 재밌게 카페도 다닐 수 있고, 여행도 갈 수 있게 되었는데 참 뻥 뚫린 느낌이 든다. 나의 엄마가 생각나는 밤이다. 어쩌겠나 또 적응을 해내야지. 낯설게 찾아온 이 감정들을 반가운 손님으로 맞이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 마음에 생긴 커다란 구멍은 채워지는 않을 것만 같다. 그러니 이제부터 '나 자신으로 살아보기'로 채워져 가야 한다.
난 참 아이들을 위해 살았구나. 나의 존재감을 아이에게서 느꼈구나. 떠나보내야 너희들이 훨훨 날겠구나. 엄마는 그 자리에서 나를 다시 찾아볼게. 너희들이 찾아올 때 죄책감이나 부담감을 느끼지 않게 그렇게 살아볼게.
이제 남편과 남은 세월을 다시 리모델링해야겠지. 괜스레 남편에게 서운함을 많이 느껴졌던 건 내가 내 감정을 인정하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이번 휴가는 17년만에 부부만 떠나는 휴가가 되겠다. 어색한 다시 신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