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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에 글쓰다 Jun 12. 2024

다시 청춘이 찾아왔다.

이제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싶은 건 내 욕심이겠지. 떠나보내야 할 정신적인 내용들이 아직도 많다니. 세세하게 적용되면서 아프고 서운해 아주 많이.


이렇게 편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이들이 엄마 손길을 원하지 않는다. 그럼 좋은 거 아닌가 하겠지만 그게 또 많이 서운하다. 우리의 부모님들도 그랬겠지. 그 순서를 우리도 밟고 있는 것이다. 엄마는 나를 22살에 낳고 내가 대학에 가면서 기숙사 생활을 할 때 많이 서운해하셨던 것 같다. 나도 20대 중반에 결혼하여 아, 너무 일찍 키웠나 보다. 40대 초반 우리 부부에게 다시 청춘이 찾아왔다.


연애할 때 남편과 나는 영화를 좋아했다. 20대 때 우리는 상영하는 영화는 거의 다 보곤 했었다. 최근까지도 아이들 학원 픽업시간에 맞춰 영화표를 예매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영화관에 가지 않게 된 것 같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큰 아이는 기숙사에 작은 아이는 이제 학원에서 알아서 집에 가겠다 한다.  언젠가 모처럼 남편과 영화를 보고 옷가게도 가보고 여유 있게 즐기다가 집으로 향했다. 집에 오는 길에 문득 온통 아이들 위주로 살았구나 느껴졌다. 아이들의 스케줄에 맞춰 살아갈 때만 해도 내게 자유는 언제 찾아오나 했었는데 이젠 자유가 와도 문제네. 차츰차츰 다시 청춘이었던 때로 가야겠다. 


엊그제 남편과 단둘이 쇼핑몰에 갔다. 이제 아이들이 따라올 날이 손에 꼽히겠지. 우린 서로 옷을 골라주고 밥을 먹었다. 아이들과 오면 아이들 옷 골라주느라 체력을 다 써서 내 옷은 고를 여유도 없었지. 점심은 아이들이 먹고 싶은 걸 먹었지. 그래, 우리 그랬었지. 이제 쇼핑몰에 간다고 하면 친구들이랑 간다고 하겠지! 또 모르지. 엄마 아빠 카드가 필요하면 같이 가자고 하겠지. 이젠 우리 삶이 그렇게 바뀌겠지. 그렇겠지. 받아들여야지. 아이들이 컸네. 컸어!


우리 이제 신혼 때처럼 서로를 위하며 살아보자고. 많이 어색하지만 말이야. 내가 다시 영화관 vip 만들어줄게! 좋은 영화들 많이 개봉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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