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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에 글쓰다 Jan 26. 2024

오리의 백조 되는 이야기

나는 누구, 여긴 어디

5년 전. 다시 꿈 분석을 시작했다. 내가 뭔가 고장 나기 시작했다는 걸 눈치챘다. 결혼 전 상담 공부와 꿈 분석을 진행했기 때문에 민감하게 알아챌 수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17년 전 내 시간도 멈췄다. 나는 엄마를 위해 살았던 착한 딸이었으니까. 그때부터 열심히는 사는데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를 조여갔다. 칭찬에 목이 말라 채우려 했지만 그때마다 더 갈증이 났다. 근본적인 구멍이 났으니 메우려고 해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내 꿈엔 왜 이렇게도 엄마를 많이 찾는 꿈이 나오는지. 아, 엄마가 없인 나도 없었구나. 그걸 아이들에게 다시 던져서 살고 있었더랬다. 큰 아이의 사춘기 시작과 동시에 나는 나를 다시 찾아야 했다. 그렇게 등 떠밀렸다.

큰 아이와와 분리가 힘든 건 내가 아이를 엄마처럼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모르겠지. 엄마가 너와 이제 분리를 시작했다는 걸. 아 알 수도 있겠다. 왠지 엄마가 안 맞춰주기 시작했으니. 엄마가 진짜 엄마를 찾아야 너도 피곤하지 않다는 걸. 그 진짜 엄마는 내가 나에게 엄마가 되어주는 일이다.


-의식과 무의식의 균형 찾기.

-진짜 나를 만나기.

-진짜 엄마는 무의식에 있다.


공부한다고 이론을 빠삭하게 알아도 고쳐지는 게 잘 안된다. 나만 그런가. 뭐가 문제지? 남들은 잘 뚫어 가는 일들도 내 문제로 오면 주저주저하고 있는 내가 보인다. 물론 남들은 모르겠지만. 상담을 하면서 분석은 되는데 치료가 쉽지 않구나를 경험하면서 슬럼프가 오기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치료과정은 받아들임의 연속이었고, 오랜 인내가 안겨주는 선물이었다. 모든 걸 내 탓으로 가져왔던 내게 슬럼프는 왔어야 되는 거였다. 많이 느껴봐야 거기서 자유해진다.


물 위에서 우아한 백조는 사실 물아래에서는 바둥바둥 발짓을 하고 있다. 그 발짓이 너무 고되게 보인다. 발짓을 안 하면 백조는 어떻게 되나. 그래도 백조일까. 발짓을 멈추고 싶다. 백조에게 번아웃이 왔다. 백조는 자신이 오리가 아니란 걸 깨달을 때까지는 백조가 아니다. 자신이 백조인 것을 자신이 알아야 한다.


미운오리새끼는 눈 떠보니 오리 무리 안에 있었다. 자신이 백조이면서 주변을 보며 자신이 오리인 줄 알았다. 무던히도 오리처럼 살아보려고 이 노력 저 노력 안 해본 게 없을 것이다. 오리의 백조 되는 이야기는 그가 살아온 세월만큼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자신의 정체성이 달라지는 것이니까 말이다.


열심히 사는데도 마음이 마음이 이상하게도 공허해가는 나는 미운오리새끼가 된 것 같다. 그 오리와 동일시되어 글을 좀 써보려고 한다. 그 미운오리새끼는 어떻게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나.


눈물 나게 혹독한 오리의 백조 되는 이야기다. 나를 잃어버린 결과.


이것은 나의 나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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