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산다는 걸 잊은 이들에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젤리, 각양각색 예쁘기도 하지. 하지만 젤리들은 매일매일 싸웠어.
반짝이 젤리들은 매끈이 젤리 괴롭히고, 큰 젤리는 작은 젤리 괴롭히고, 물고기 젤리들은 벌레 젤리 괴롭히고. 이도 저도 아닌 젤리는 따돌리고. 그렇게 살았어.
그런데 어느 날, 똑똑이 젤리가 겁에 질려서는 모두에게 말했어.
"얘들아, 우리 사는 곳이 전자레인지 안 이래. 언제 뜨거워질지 몰라. 빨리 수를 써야 해."
그러자 다른 젤리들은 도리어 화를 냈어.
"조용히 해! 우린 싸우는 중이잖아."
"너 지금 우릴 겁주려는 거지? 너는 그래서 누구 편인데?"
"거짓말 일거야, 그냥 무시하자!"
똑똑이 젤리는 화를 내며 말했어.
"이걸 봐, 진짜거든? 지금 싸우는 게 뭐가 중요해! 이 멍청이들아!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면 우린 다 녹아서 죽어!"
그러자 큰 젤리들이 말했어.
"나는 크니까 괜찮아!"
딱딱한 젤리들도 말했어.
"우린 딱딱하니까 괜찮아!"
똑똑이 젤리는 답답했어.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조금 더 느리게 녹아도 결국엔 다 똑같이 녹고 만다고, 다 같이 문을 열어야 돼!"
하지만 다른 젤리들은 막무가내였어.
"싫어! 내가 왜 네 말대로 해야 하냐?"
젤리들은 모두 제갈길을 갔어. 싸우고, 다투고, 미워하러. 홀로 남은 똑똑이 젤리는 나지막이 중얼거렸어.
"나 혼자서는 저 문을 열 수 없단 말이야..."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좋은 곳에 살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우리는 다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좁기만 한 곳인데, 왜 우리는 싸우고 다투고 미워하며 살아가는 걸까? 다 다르게 생겨서 예쁜, 조그만 젤리들 같은 가녀린 생명체들일 뿐인데. 마치 싸우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서로 물어뜯기 바쁘다.
연재를 마치며
안녕하세요, 네모토끼입니다. 이 젤리들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위클리 연재를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목요일마다 찾아온 작은 존재들의 이야기가 즐거우셨는지 모르겠어요. 네모토끼의 비 정규적인 연재는 계속되니 브런치나 페이스북에서 네모토끼를 팔로우하시면 계속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
+덧붙여
네모토끼의 처음이자 마지막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네모토끼 이야기가 좋았던 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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