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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아빠, 30대 아들의 페로제도 여행 21밤 17

8/24 흐리고 비

by 페로 제도 연구소
17일 차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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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비가 온다고 해서 주로 실내 일정을 잡았다. 아빠가 며칠 전 '노르딕하우스가 있던데 그게 뭐니?'라고 물어봐서 첫 목적지를 거기로 정했다. 호텔에서 엄청 가까운 거리라 미적거리며 나갔는데도 도착하니 9시 59분이었고 10시에 오픈이라 문이 잠겨있었는데 아빠가 문을 확 열려고 해서 좀 짜증 섞인 목소리로 10시 오픈이니까 기다리라고 말씀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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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나 미술관에는 지독하게 관심이 없어 프랑스에 두 번이나 갔지만 루브르는 외관정도나 둘러보고 온 게 전부인 나로서는 여기가 박물관인 줄 알았는데, 들어가 보니 문화센터 같은 거였다. 꽤 모던하게 꾸며졌긴 했는데 딱히 볼 건 없었다. 좀 많이 모던한 소형 공연장 느낌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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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토르스하운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SMS에 한번 더 들렀다. 이 작은 페로 집 모형을 사고 싶었는데 가격이 7만 원 정도 해서 다시 제자리에 놔뒀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사다 보니 날씨가 개어서 베스트마나(Vestmanna)를 목적지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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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개어서 나왔는데 가다 보니 또 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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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마나의 주 어트랙션은 해안 절벽을 보트로 투어 하는 상품인데 많은데, 날씨가 흐리고 비가 와 굳이 이런 날씨에 투어를 하고 싶진 않을 것 같아 동네만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일기를 쓰는 지금, 찾아보니 그때는 보트 투어를 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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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점심부터 먹기로 해 점심에 운영하는 유일한 식당인 인포센터로 갔다. 메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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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시키니 페로스럽지 않은 진동벨을 준다! 딱히 아날로그스러운 뭔가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막상 있으니 섭섭하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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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4만 원짜리(DKK 198) 치킨 앤 칩스를 시켰는데, 일기를 쓰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16년에도 같은 메뉴를 시켰다! 치킨에서 특이하고 매콤한 향이 났는데 스파이시한 짠맛이 나는 게 튀김이랑 정말 잘 어울려 맛있었다. 아마 향신료가 들어간 소금이었을 것 같다.


예전 기록을 뒤져봤는데, 그때는 치킨 앤 칩스+맥주가 DKK 175로 약 3.5만 원이었으니까 8년 전 대비 물가가 대략 두 배 정도 올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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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5만 원 가량의 오늘의 생선(DKK 250)을 주문했다. 아빠가 감자를 보며 이렇게 작은 감자는 한달만에 수확하는 거고 반으로 잘라서 밑바닥을 땅에 닿게 놓으면 금방 자란다고 했다. 고구마는 또 뭐라고 했는데 기억이 안난다. 사실 관심이 잘 안 갔다. 미안 아빠... 아빠가 갑자기 일어나 무언가를 찾길래 냅킨을 찾는 것 같아서 카운터에 물어봤는데 여기 냅킨이 없고 필요하면 화장실에 가면 휴지가 있을 거라고 한다. 아무리 페로지만 식당에 냅킨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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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콜라는 여전히 뚜껑을 따서 나온다. 탄산이 빠지는 걸 조금이라도 막아보고자 컵으로 막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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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식사가 너무 비싸다면 수프 & 샐러드를 약 3.3만 원, DKK 165에 먹을 수 있으니 참고하자. 여담으로 페로의 수산물 퀄리티는 정말 좋은 편인데, 새우는 왜 저런 쪼끄만한 걸 쓰는지 모르겠다. 타이거새우는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새우 정도는 될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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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나서 베스트마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뷰포인트...라고 하긴 뭐 하고 높은 곳(62°09'28.4"N 7°06'23.9"W)에 무작정 내비를 찍고 이동했다. 가는 길이 너무 좁고 양들도 많아서 힘들었고, 바퀴가 똥을 밟을 때마다 내 발에 묻은 것처럼 몸서리가 쳐진다. 편도인데 차를 피해줄 곳도 없는 게 아이슬란드의 939 도로가 잠깐 생각이 났다. 물론 안개 낀 939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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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갔는데 별로 볼 것도 없어서 금방 내려왔다. 여기 물이라도 좀 차 있었으면 뷰가 괜찮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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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스하운으로 좌표를 찍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만난 집... 인가 별장인가...? 나중에 와서 찾아본 바로는 데마크 엔지니어와 페로 건축가가 협력해 지속 가능하고 자립 가능하게 디자인한 작은 주택... 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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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차를 타고 내려오니 크비크(Kvívík) 마을의 전경을 볼 수 있는 뷰포인트를 만나 잠시 차를 세운다. 잠시 가는 김에 마을도 한번 들러봤다. 마을에는 옛 바이킹의 농장 터가 있고, 여기도 무슨 행사를 하는지 천막이 쳐져있고 마을 주민이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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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목적지는 페로 국립 박물관. 평소 이런 곳에 관심은 없지만 또 아빠는 이런 것도 궁금해하니까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여러 새와 물고기의 뼈. 왠지 모르겠지만 귀엽고 아기자기해서...? 이전 페로인의 방을 구현해 놓은 것도 있었는데 여자 목소리가 나와서 좀 으스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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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 박물관은 내부에만 있지 않고 이전 페로인의 삶을 담은 주택이 근처에 있다. 한옥 보존 같은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도착하니 한 신혼부부가 웨딩사진을 촬영하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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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가장 신기했던 건 이 새 깃털! 무슨 용도인지 물어봤더니 수세미라고 한다. 그리고 둘러보다 보니 '페로에는 자연적으로 자라는 나무가 없는데 왜 돌로 집을 안 짓고 나무로 지었지? 그보다, 나무는 어디서 났지?'라는 궁금증이 생겨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아주 오래전부터 노르웨이에서 목재를 수입했다고 한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수백 년 전 페로에 집을 지을만한 수준의 목재를 싣고 오가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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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개어 주변을 한 바퀴 둘러봤는데 욕조인가!? 이걸 끌고 캠핑장에 가면... 호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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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fk와 보너스를 돌며 한국에 가져갈 과자와 소스를 쓸어 담고, 짐을 정리한 뒤 저녁으로 SMS에 있는 초밥집에 테이크아웃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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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가니 버거킹이 있길래 그래도 페로의 유일한 프랜차이즈인데 한번 먹어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키오스크로 두 번이나 주문을 시도했지만 결제단계만 가면 언어가 덴마크어로 바뀌길래 결제에 실패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이... 고메 그릴 트리플 치즈 버거 세트가 119 kr(약 2만 4천 원)인 건 너무하잖아! 아무리 흥미가 동해도 이건 아니야 (결제 실패자의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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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은 1 피스에 3천 원으로 의외로 한국보다 조금 더 비싼 수준이다. 만두도 하나 먹을까 했는데 7피스짜리 교자를 만 오천 원에 사 먹을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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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사악한 것 빼고는 와사비나 간장도 먹고 싶은 만큼 가져갈 수 있어 참 좋은 곳이야. 그리고 이건 웬 한글!? 김부각은 초밥집에서 팔기 좋은 아이템 같은데, 김치는 글쎄...? 여하튼 연어초밥 하나를 서비스로 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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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 맛있게 먹고 생각보다 양이 너무 많아 남은 음식은 내일 아침 조식으로 먹기로 했다. 밥을 먹고 나서 날씨 때문에 거의 3주 동안 픽스하지 못한 미키네스랑 나머지 일정을 픽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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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페로의 열여섯 번째 밤이 진다.




페로 제도가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airspace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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