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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그리고 인내

쇼팽도 그랬겠지?

by KayYu Jan 12. 2025

    명곡 한 곡을 마음에 들 때까지 1년 동안 연습했다는 연습생. 인생 80인데 그럼 80곡? 어린 시절을 빼면 40~50곡 밖에 정복할 수 없는 건가? 이 우주는 지극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다가광활한 숲 속의 잡초만큼이나 미미한 존재감만을 느낄 때는 조금 속상해진다. 명곡 수를 헤아리다 보면 인생이 참 짧기만 하다.


    나의 명곡 쇼팽의 녹턴 No.13, Op.48 이 여기 있다. 어쩌다가 나는 이 곡에 나의 영혼이 팔렸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언제부턴가 곡은 내 인생의 작품이 되어 있었. 그래서 올해 나의 목표인 이 곡의 연습을 시작했다. 더듬더듬. 그렇게 한 발 한 발.


    영혼이 팔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흠... 아마도 '용서'가 아닐까 싶다. 어느 누가 창조해 낸 더 좋은 작품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작품을 내 마음속에 들어앉힐 수 없다는 것. 그건 그 작품에 대한 미안함이고, 내가 아직 그 작품의 진가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 그건 그 작품에 대한 무지함이다. 그리고 미안함과 무지함이 서로 그건 네 탓이 아니라고 나를 토닥여준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용서'가 아닐까? 나를 용서하고 영혼을 팔았다.


    1 주제가 끝나고 2 주제로 넘어오면 좀 더 내달리고 싶어 한다. 1 주제에서 긴장의 고조를 높여가며 그 실체를 알 수 없지만  밀려올 2 주제를 엄숙히 기다리며 벅찬 담금질을 해본다. 쉼 없이 몰아치는 꽉 찬 화음 들에서 오는 만족감에 심취한다. 쇼팽이다. 난관이 해소되쇼팽과의 거리가 한 결 가까워진 듯한 기분을 느낀다. 화음 하나하나에 쇼팽의 숨결이 녹아 있다면 쇼팽의 그 숨결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휘저으면서 손가락에 그를 이해해 보려는 공부의 흔적을 남겨본다. 고군분투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2 주제의 화음과 선율이.. 참 아름답다. 아름다워... 여러 미사여구들이 떠오르지만 이보다 더 멋지고 벅찬 단어로 설명할 수 없을 듯하다. 손가락은 10개가 있다. 그리고 적어도 5개, 많으면 8, 9개의 손가락들이 숨을 멈추고서 일사불란하게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울림이 찾아온다. 한 치도 틀림이 있어서는 안 되는 건 그 아름다움이 완벽함에서 피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작품을 완성하는 데는 아마추어가 1년의 시간을 인내하는 이유가 여기 다.


도전 그리고 인내의 2025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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