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고 싶은 이들의 작은 소망은 아마도 두 가지 정도일 것이다. 첫 번째는 좋은 글을 써서 두 번째는 책을 내는 것이다. 전자책이 아닌 인쇄된 책, 이왕이면 자가출판이 아닌 출판사의 출간제의를 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결론부터 말하면 9월 초순에 출간 예정이었던 내 소설은 8월 말 계약 파기가 되었다. 책 표지의 디자인까지 모두 마친 소설이었기에 예정대로라면 이미 나와 있어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깨어 버렸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좋은 글을 원하지 않는 출판사와는 더 이상 함께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퇴고를 했을 때 내가 수정했던 부분은 꽤 많았다. 그렇다고 줄거리가 바뀌거나 흐름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단지 조사를 고치고 앞뒤 문장을 바꾸거나 인물의 감정을 좀 더 세밀하게 표현했다. 그런데 그 파일을 넘겨주고 나서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이렇게 많이 고치시면 안 됩니다
나는 그 이유에 대해서 물어봤다. 디자인이 어쩌고 하면서 수정을 많이 한 내 글을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고 주절주절 말이 많았다. 나는 단호히 말했다.
내가 수정한 글 때문에 비용이 든다면 그 돈은 내가 내겠다. 하지만 더 간결해지고 부드러운 문장으로 잘 표현된 글이 있는데도 수정을 많이 해서 안된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이냐? 글이 글로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는가? 나는 웹소설이나 웹툰처럼 마감기한을 정해두고 글을 쓴 게 아니다. 또한 우리가 그런 계약 조건이 있었는가? 그런데 이렇게 재촉하는 이유가 뭔가? 내 글이 재미있어서 2차, 3차 저작권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다고 하셨지만, 작가인 나는 2 차고 3 차고 나발이고 좋은 글이 더 중요하다. 글을 더 잘 쓰고 싶단 말이다. 좋은 글을 내버려 두고 무조건 책을 내는 게 대체 당신에는 어떤 의미인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결국 출판사와의 계약을 스스로 파기했다. 격해진 전화 통화를 끝내고 나는 문자를 보냈다.
나는 소설을 쓰고자 하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책을 내기에 급급해하지 말고 보다 좋은 글이 완성될 때까지, 밥이 다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퇴고의 시간은 정해진 것이 없다. 퇴고의 끝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이 말해 주는 것이다. 그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당신은 인내를 갖고 기다려야 한다.
현재 퇴고의 끝을 바라보고 있다. 완성되면 시나리오로 각색을 할 예정이다. 최근에 나온 영화나 넷플릭스의 드라마보다 내 소설 스토리가 더 재미있다. 내 자식이니까 내가 예뻐해야지 누가 예뻐할까? 내 글을 책으로 내고 싶어 했던 모 출판사의 대표가 계약 파기되었다는 얘길 들으면 엄청 좋아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