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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Woo Lee Apr 20. 2024

MVP

선택과 집중

IT 업계에는 MVP라는 말이 있다. Minimum Viable Product의 준말로 한국말로는 최소 요건 제품이라 한다. 말이 어려운데, 아이디어가 시장에 먹히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최소한의 핵심 기능을 갖춰 만든 제품이라 보면 된다.


출판전야에도 MVP 방식을 도입하는 게 좋아 보였다. 출판전야의 핵심 기능만 먼저 만들면 준비 부담도 덜고 내 마음도 더 빨리 시험해 볼 수 있었다.


출판전야의 중심은 글쓰기다. 글이 잘 써지는 장소가 되는 게 출판전야의 목표다.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고독한 숙소를 만드는 걸 계획했다.


이 계획을 다시 살펴봤다. 고독은 필수 요건이라 생각되었는데 숙소는 그렇지 않았다. 처음부터 꼭 숙소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숙소를 전제로 하면 필요한 부대 시설이 많아진다. 자고 가려면 침실과 욕실이 붙어야 한다. 이 둘만 해도 필요한 평수와 관리 지점이 늘어난다.


우선 땅 구매와 공사 비용이 늘어난 평수만큼 커질 것이다. 또 침구류를 갈아 줘야 하고 욕실 배수구에 쌓이는 머리카락도 청소해야 한다.


출판전야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서재만 있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전야의 영혼은 서재에 깃들어 있을 테니.


숙소가 아닌 서재인 출판전야를 떠올리니 일이 간결해졌다. 고민할 요소가 줄었고 무엇보다 평수가 10평 이내로 작아져 비용이 확 줄었다. 공간 컨설팅을 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3,000만 원 정도면 인테리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숙소를 준비할 때는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나오니 임대로 하는 게 아까웠다. 결국 집 주인에게 돌아갈 공간을 돈 들여 꾸미는 거니까.


근데 3,000만 원 정도면 내가 가진 돈으로 충당할 수 있었다.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부담이 덜했고 임대로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을 합치면 4~5,000만 원 정도가 될 거라 추측했다. 출판전야를 숙소에서 서재로 바꾸니 예산의 단위가 바뀐 셈이다. 5억에서 5천만 원으로.


돈을 조금만 더 모으면 서울에서도 출판전야를 할 수 있다. 요원하게 느껴졌던 목표가 가깝게 다가왔고 그만큼 의욕이 생겼다.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서재라는 씨앗을 먼저 심고 그것이 어떤 결실을 맺는지 지켜보자. 만약 마음에 든다면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거기서 멈추자.


5,000만원. 여태 한 번도 지출해 본 적 없는 큰 돈이다. 그럼에도 내 마음을 시험하기 위해 지출할 만한 액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꿈이 5,000만 원 어치도 안 되지는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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