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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Woo Lee Apr 13. 2024

백지(白紙)

채워지길 바라는 곳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를 읽을 때 인상 깊었던 문장이 더 있었다.


카페가 불편한 이유로는 가게의 자의식이 잘 보인다는 점


아쿠스 다카시는 가게에 드러난 운영자의 개성이 강하면 독서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얘기한다. 출판전야를 위해 여러 장소를 다닌 후라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떤 장소는 운영자의 취향을 전시한다. 손님은 관람객이 되어 운영자의 세계를 구경한다. 운영자가 직접 고른 가구, 장식품 혹은 운영자의 작품 등.


이게 잘못 되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단지 그런 곳은 책 읽기에 적합하지 않을 뿐. 미술관에서 보통 전시된 작품을 보지 가져온 책을 읽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글쓰기도 독서와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글쓰기에 전념하기 위해 출판전야는 운영자의 전시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의식을 드러내지 않고 들어내는 것. 빼기를 출판전야의 기조로 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선택한 것이 미니멀리즘이다. 장식적인 요소는 최대한 덜고 기능적으로 필요한 물건만 출판전야에 들이기로 했다.


이러한 방향성은 책 <아무튼 서재>에 나온 바람직한 서재의 모습과도 이어졌다.


정체와 기원을 알 수 없는 잡동사니들이 질서 없이 무분별하게 산재해 있는 서재는 선비의 공간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결론적으로 출판전야에선 내가 아닌 손님, 즉 몽상가가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 출판전야에 와서 스스로에 게 온전히 집중하길 바란다.


때문에 출판전야는 백지(白紙)와 같은 장소가 되어야 한다. 손님이 와서 자신의 이야기로 채우려면 나의 이야기는 최대한 걷어내야 하는 것이다.


백지 같은 장소라 하여 철학이 없는 게 아니다. 오히려 무인양품처럼 제품에서 개성을 드러내지 않는 게 출판전야의 철학이 된다.


나를 덜어낸 만큼 출판전야가 채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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