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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Woo Lee May 11. 2024

배후지

망원 혹은 성수

을지로를 다녀온 뒤 고민이 하나 더 생겼다. 을지로에서 늦은 시간까지 출판전야를 이용한 사람은 집에 어떻게 갈까라는 고민.


을지로 일대엔 눈에 띄는 아파트나 빌라가 없었다. 네이버 지도를 봐도 을지로는 상업/업무 지구였다. 늦은 밤이 되면 야근하는 직장인과 취객 빼고는 모두가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곳.


거리에 인적이 뜸하면 귀갓길이 무섭기도 할 테고 막차가 끊기면 웬만해선 택시를 타야 한다는 게 아쉬웠다. 택시비가 아까워 다들 12시 전에는 집에 갈 것 같았다.


막차 시간에 쫓겨 출판전야를 나서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적길 바랐다. 이 점에서 을지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을지로 대신 망원과 성수를 살폈다. 두 곳은 거주 지역과 상업 지역이 섞여 있었다. 늦은 시간까지 출판전야를 이용하다 집까지 걸어가는 그림이 그려졌다.


출판전야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손님이 조금이라도 살 법한 곳 위주로 살펴보는 게 맞아 보였다. 가능성 0%와 1%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으니까.


망원과 성수쪽 부동산에 전화를 돌려 원하는 조건을 읊었다. 근데 개인 화장실 조건을 포함해서인지 마음에 드는 매물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의외인 건 망원이었다. 예술가들의 동네라고 들어 왔던 곳이라 월세가 상대적으로 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이 되었는지 임대료가 만만치 않았다


망원, 성산쪽에 출판사와 작가가 많아 집에서 멀더라도 욕심을 내려 했는데 현실이 나를 주저앉혔다. 망원쪽 부동산에선 조건에 맞는 매물을 찾았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내가 전설의 포켓몬을 찾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통화한 부동산 중개인 분들은 매물 조건을 듣고 전화 너머로 난색을 표했을지도 모른다.


희망을 잃어가고 있을 때 성수에서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찾았다. 보증금/월세도 예산 안에 들어왔고 무엇보다 개인 화장실이 있었다.


바로 부동산에 전화해서 물었는데 권리금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보증금보다 큰 권리금 액수를 듣고 마음을 접었다. 권리금은 돌려받지도 못하기에 부담이 컸다.


설레는 마음이 금세 시무룩해졌는데 부동산 중개인 분은 포기하지 않으셨다. 금액 조건이 안 맞긴 한데 내게 꼭 보여 주고 싶은 뚝섬역 인근 매물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가장 중요한 금액 조건이 안 맞으면 봐서 뭐하나 생각이 들다가도 중개인 분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걸어 보기로 했다. 전화를 끊고 바로 뚝섬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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