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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설날

올해는 눈이 자주 오시네

by J제이

달리기를 시작한 지 벌써 40일이 넘었다. 뿌듯하다.


평소에 '성공'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고 있는 나.

달리다 보니 성공! 별게 아니구나 싶다. 러닝이 자신감을 팍팍 불어넣어 준다.


어른이 되고 보니 칭찬받을 일이 없고, 칭찬해주는 사람도 없다.

일이건 사람이건 대체로 '을'의 역할을 수행하다 보니 칭찬이 고플 때가 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남들도 비슷하겠지 싶고.


근데 러닝은 자신감, 성공, 칭찬... 그 모든 것을 다 안겨준다.

그래서 러닝이 좋다. 점점 더 좋아진다.

다리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건강하게 해 준다.


<2025. 1월 26일, 일요일> (41일 차)

- 날씨 7도

- 운동시간 50:00

- 운동거리 5.83km

- 소모칼로리 286kcal


아침에 두 시간을 넘게 걸었다. 점심 먹고 들어와서 오늘치 러닝을 생각했다.

2시간이나 걸었으니 걷기로 대체할까. 뛰고 싶은 마음 절반, skip 하고 싶은 마음이 절반.

어제 술을 마셔서 몸이 무거울 생각을 하니, 러닝을 쉬는 쪽으로 무게가 쏠린다.

ncorrect-answer-4041502_640.png 놉, 안돼~ 러닝 정신 끌어모으기 레드썬!

그래도 달려야지 마음을 고쳐먹고 주섬주섬 채비를 한다. 역시 다리가 무겁다.

발라드 음악은 달리는데 짜증이 나네. 다리가 늘어지니 러닝에 도움이 안 된다.

평소에는 스킵하는 시끄럽고 빠른 노래들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야겠다.

그래도 꾸역꾸역 50분을 달렸다. Good.



<2025. 1월 27일, 월요일> (42일 차)

- 날씨 -1도

- 운동시간 26:00

- 운동거리 2.28km

- 소모칼로리 111kcal


어젯밤부터 많은 눈이 온다고 연속해서 재난문자가 날아온다. 아침에 일어나니 세상이 하얗다.

러닝은 절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아침 먹고 움직이다 보니 달릴 방법이 떠오른다.

"주차장은 벌써 녹은 건가, 녹인 건가. 여기서 저기까지 왔다 갔다 하면 되겠다"


필리핀 속담에 "하고 싶은 일에는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일에는 핑계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역시 방법이 보이는 건가. 엇, 나 습관이 잡혔나 보다. 40여 일 만에 드디어?

보통 20일이면 습관이 몸에 배인다던 데, 뭐든 느린 나는 한참 지난 지금에야 습관이 들었나 보다.


오전에 잠깐 소강상태이던 눈이 오후에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오전에 달리길 참 잘했다.



<2025. 1월 28일, 화요일> (43일 차)

- 날씨 -3도

- 걷기 시간 01:55:00

- 운동거리 4.56km

- 소모칼로리 166kcal


Oh~ No.

sticker sticker

아침부터 눈이 엄청 온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진다.

하얗고 깨끗한 눈이 예쁘게도 온다. 속도 없이 보기는 좋다.

KakaoTalk_20250203_213154763.jpg 창틀에 쌓인 눈, 정말 오랜만이다
KakaoTalk_20250203_213154763_02.jpg


오늘은 도저히 뛸 환경이 안된다. 하얗게 덮이지 않은 땅을 찾기가 어렵다. 주차장마저도.

내일 아침엔 떡만둣국을 먹어야 하니 장을 보러 가야겠다. 오늘은 걷기로 대신한다.



<2025. 1월 29일, 수요일> (44일 차)

- 날씨 -3도

- 운동시간 32:55

- 운동거리 2.99km

- 소모칼로리 143kcal


주차장에서 눈 녹은 공간으로만 뺑뺑이 돌기. 발 디딜 틈이 없네.

인간관계든, 발 뻗고 누울 내 집이든, 좁은 거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혼자 놀기에 달인급의 실력을 갖춘 나지만 때때로 인싸가 부럽긴 하다.

혼자 놀다 보면 시야가 좁고 재미있는 이벤트가 일어날 건덕지가 없다.

그저 이런 성격으로 태어났으니 어쩔 수 없이 살아간다.

그래도 사회생활 병아리일 때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다.

절대 먼저 말을 못 붙이고 질문에만 한껏 긴장해서 대답하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필요에 따라 먼저 다가가 말을 걸기도 한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비록 음력이지만 설날 당일, 첫 단추를 잘 채웠다.

1월 1일이 주는 상징성이 올 한 해 잘 달릴 거 같은 기대를 품게 한다.


ai-generated-9213515_640.png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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