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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은 순조로웠는가

by J제이

아침에는 무조건 한식을 먹는다. 아침밥을 다 먹고 걸으러 나가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 있다. 우리가 '재판' 받는다고 표현하는 시간이다. 우리는 각자 화장실에 다녀온 뒤 서로에게 오늘 재판은 순조로웠는지 안부를 물으며 아침 걷기를 하러 나간다. 밥은 잘 먹었는지 소화는 다 되었는지 확실히 재판을 받은 후에야 편안하게 출발할 수 있다. 걷다가 길거리에서 재판 신청이 들어오면 난감하니까.


- 하정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 중에서 -



<2025. 3월 28일, 금요일> (97일 차)

- 운동시간 58:47

- 운동거리 8.56km

- 소모칼로리 475kcal


재판을 하고 나갔는데, 4킬로 지점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10킬로 목표를 한 뒤라 집에서 멀리까지 간 상태였다. 뛴 거리만큼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마음이 급해진다. 배 아픈 게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괜찮았다가 다시 찾아오고 찾아왔다가 또 사라진다. 다시 찾아올 때는 강도가 세져있다. ㅠㅠ


여러 영상에서 재밌는 에피소드로 함께 웃자고 그냥 소개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직접 경험하니 재미는 1도 없고 매우 진지하다. 충분히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걸으면 더 늦어질 거고 뛰면 더 장을 자극하는 상상이 돼서 악영향을 줄 거 같은데, 난감하다. 사용 가능한 공용 화장실을 짧은 순간에 극도로 집중해서 스캐닝한다. 스타필드 쪽으로 방향을 튼다. 아파트 엘베를 기다릴 때 다시 찾아왔다. 야속하게도 계속 올라간 엘베는 17층에서 멈추고 그제야 내려온다. 휴~ 큰일 날뻔했다.



<2025. 3월 29일, 토요일> (98일 차)

- 운동시간 1:00:33

- 운동거리 10km

- 소모칼로리 539kcal


런데이 온라인 마라톤 대회날. 10킬로는 첫 도전이다. 어제 10시간을 푹 잤더니 컨디션이 좋다. 아침에 기온은 2도로 춥다. 바람도 불고 손이 시리다. 대회는 9시에 시작인데 너무 일찍 나가서 한참을 걸었다. 서호천 화산교부터 출발. 서호천을 따라 끝까지는 안 가봤는데 오늘 끝까지 가봤다. 배다리교에서 서호천이 끝난다. 계속 연결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배다리교 부근에서 개나리를 만났다. 올해 들어 처음 본다. 멀리 달린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보상 같아 반갑고 고마웠다. 오늘 잘 달려지는데? 7킬로 즈음에 5분 후반 페이스로도 달려졌다. 잠이 중요하구나 깨달음이 왔다. 누적 마일리지 효과도 있는 거 같다. 최근에 10킬로를 몇 번 달렸더니 많이 편안해졌다. 꾸준한 훈련은 역시 거짓말을 못한다. 10킬로가 모자라서 서호공원을 한 바퀴 더 돌았다. 완주 성공!! 몸을 풀고 집에 돌아오는 길. 잘 달려진 이유가 오랜만에 신은 러닝양말 덕을 본 것도 같다.

11시 넘어 창문을 보니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 개나리가 폈는데 함박눈이라니.

KakaoTalk_20250329_100705934.jpg 3월 미션 클리어~



<2025. 3월 30일, 일요일> (99일 차)

- 운동시간 46:11

- 운동거리 6.19km

- 소모칼로리 351kcal


어제 새 운동화를 장만했다. 1개로만 주구장창 달렸는데, 쿠션이 많이 죽은 거 같다. 오늘은 새 신발을 신고 뛰는 날. 더 신어봐야겠지만 좋은 거 같다. 오늘도 춥다. 다 뛰고 들어오는 길에 또 눈이 내린다. 어제도 오늘도 눈이라니. 개나리, 목련꽃 다 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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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과 개나리가 피었는데, 함박눈 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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