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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씩의

by J제이

<2025. 3월 31일, 월요일> (100일 차)

- 운동시간 1:05:09

- 운동거리 10.04km

- 소모칼로리 560kcal


날짜 카운트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오늘로 꼭 100일째다. 곰도 쑥과 마늘만 먹고 동굴 속에서 100일을 참고 견디면 사람이 된다. 꽉 찬 숫자 100이라는 기간 동안 러닝을 실행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10킬로가 이제 부담스럽지 않다. 뛰기 전에 마음과 타협하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오늘은 벚꽃을 처음 보았다. 올해 들어 처음 본다. 내가 꽃에 이렇게 관심이 생길 줄 몰랐다. 손과 발의 단순한 반복으로만 이루어진 러닝, 뛰는 중에 여전히 새로운 재미를 찾게 된다.


5킬로 반환점부터 머릿속으로 '바세린'이 떠오른다. 발가락이 아프지는 않은데 뭔가 불편하다. 물집이라도 생겼나, 왜 불편하지? 한 유튜버가 마라톤 대회 전날에 양쪽 발에 바세린을 듬뿍 바르고 양말을 신고 잤더니 발가락에 물집이 생기거나 여타의 부상이 없었다고 했다.


우리 집에 바세린이 있었던가. 집에 와서 보니 양쪽 발가락에 피딱지가 생겼다. 상처가 어디서 시작인지 확인은 안 되네. 물집 잡히기 직전인가. 약간씩 부어있다. 흠... 러닝에 변화가 있었던 거라곤 새 운동화 밖에 없는데. 이전 운동화 보다 앞볼이 좀 더 좁은가? 길이를 재봤는데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새 운동화 천이 신축성이 덜하다. 그 때문인가. 내일은 기존 운동화를 신고 달려봐야겠다.

KakaoTalk_20250404_233108250.jpg 발모델 : 12살 때의 아들


<2025. 4월 1일, 화요일> (101일 차)

- 운동시간 38:18

- 운동거리 5.56km

- 소모칼로리 301kcal


어제 발가락이 부은 게 신경이 쓰여서 오늘은 조금만 달리기로 한다. 기존 운동화 신고 러닝. 잠을 좀 설쳤는데 그래서 그런가 다리가 무겁다. 발가락의 통증은 좀 덜한 거 같다. 익숙한 운동화라서? 아니면 짧게 달려서? 아무리 편한 운동화여도 새 신발이라 친해질 시간이 필요한 건가. 좀 더 지켜봐야겠다.


"그대들의 흉터에 박수를 보냅니다. 누구나 상처 하나쯤은 있겠죠. 마음의 상처든 뭐든 그 상처가 잘 아물길... 흉터는 상처를 극복했다는 증거니까요."


- 이서현의 <거북이 수영클럽> 중에서-


흉터든 상처든 훈장 같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2025. 4월 2일, 수요일>

- 걷기

출근길, 퇴근길. 점심 먹고 회사 근처 한두 바퀴의 짧은 산책.



<2025. 4월 3일, 목요일>

- 걷기

출근길. 버스 타러 가는 길에 일반 주택가를 지나며 걷는다. 아파트와 달리 조금씩 다르게 생긴 집들을 지나친다. 집들은 항상 그 자리에 같은 모습이지만 요즘은 색이 입혀졌다. 집집마다 한 줌씩의 봄을 구경하며 걷는다. 대문 옆에 두 뼘 크기의 개나리가 심어진 집이 있고, 제법 키가 큰 목련이 피는 집이 있다. 저마다 한 줌의 크기는 다르지만 서로 다른 봄을 보여준다. 콘크리트와 벽돌 일색인 삭막할 수 있는 건축물에 유일한 화사함이다. 봄을 느끼는 한 줌이었다. 시간은 성실하고 정확해서 저마다의 봄을 여기저기 뿌려대고, 자신이 원하는 한 줌씩 봄을 들여놓는다. 우리 집에는 어떤 것으로 봄을 보여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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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4월 4일, 금요일>

- 배드민턴, 걷기

(식당 직원들) 남이 차려주는 맛있는 점심을 포기하고 점심시간에 배드민턴을 쳤다. 점심을 테이크아웃으로 하고 매일 점심에 배드민턴을 치는 동료가 며칠 전부터 계속 운동하러 나오라고 꼬시기 시작했다. 처음엔 웃어넘겼는데 여러 번 얘기를 하니 거절하기가 미안해졌다. 파트원 4명이서 함께 가기로 한다. 오~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2명이 한 팀이 되어 복식경기를 4게임 치렀는데 꼬박 1시간이 걸렸다. 20점 점수 먼저 내기. 한 사람이 2게임 이상을 쳤다. 1명의 프로(!)와 4명의 아마추어, 1명은 다리부상으로 구경. 팀원을 잘 만난 나는 2게임 모두 이겼다. 이기니 더 재밌었다. 배드민턴 또 치러 올 거 같다. 아, 내기를 안 걸었네. 지는 사람이 커피 쏘기라도 할걸. 테이크아웃으로 김밥 한 줄 가져왔는데 유난히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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