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대일 무승부

by J제이

<2025. 3월 22일, 토요일> (91일 차)

- 운동시간 35:16

- 운동거리 4.71km

- 소모칼로리 261kcal


어제 10킬로를 뛰었으니 오늘은 가볍게 공원 한 바퀴가 목표다. 달리는 중에 다른 러너에게 추월당했다. 뭐 흔한 일이니 타격은 없다. 엇, 근데 뭐지? 나를 추월해서 얼마 못 가네. 몇 발자국 앞에서 더 멀어지지 않네. 나를 페이스메이커 해주시는 건... 당연히 아닐 테고. 몇 걸음만 힘을 내면 내가 다시 추월할 수 있겠는데?


원래 연예인이나 성공한 사람을 부러워하진 않는다. 성공한 어나더레벨들은 부러워하지 질투의 대상은 아니다. 내 주변에 있는 나와 비슷한 이가 잘 될 때 배가 아픈 법이다. 해볼 만한 상대가 있을 때 승부욕이 불타오른다. 한참을 페이스메이커처럼 따라가면서 내 페이스를 유지한다. 평행선처럼 좁혀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일정한 거리. 혼자 달리는 것보다 덜 지루하네. 그러다 확 트인 넓은 길에서 추월시도, 추월성공.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고 몸이 뒤를 받쳐주니 발도 가볍게 뛰어진다. 한참을 따돌린 거 같았는데 운동을 마칠 때쯤 보니 바로 뒤에서 쫓아오고 계셨다.

sticker sticker

1:1 무승부인 걸로.




<2025. 3월 23일, 일요일> (92일 차)

- 운동시간 33:11

- 운동거리 4.55km

- 소모칼로리 235kcal


오전 10시 서호공원,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다. 걷는 사람, 뛰는 사람, 기구에서 운동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평일에는 못 보던 커피트럭도 보인다. 얼마 안 뛰었는데 땀이 눈물처럼 흐른다. 날이 점점 더워진다. 만만해 보이는 러너 추월하기. 그럼 안될 거 같은데 내 러닝의 즐거움을 위한 작은 짓궂음이라 여겨주시길. 추월하는 맛이 쏠쏠하다. 얼마나 빠른지는 둘째치고 상대보다 빠르다는 게 기분이 좋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받은 기분이다.


운동을 끝마치고 집에 가는 길. 약간 기울어진 자세로 슬로우조깅 하는 아주머니를 발견했다. 속으로 '멋지십니다! 파이팅' 응원을 하며 지나쳤다. 레깅스에 반바지, 상의는 흰색 바람막이까지 옷은 전문가 느낌이 났다. 자식들이 사줬으려나? 쿨다운 중인 우리를 가로질러 앞지르더니 얼마 못 가서 혼자 넘어지셨다. 에고~


초보러너였던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부끄럽고 나이 든 내가 젊은이의 영역인 '러닝'에 억지로 기웃대는 거 같아 뻘쭘하고 어색했다. 자꾸 남의 시선이 의식되었었다. 아주머니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다 발이 꼬인 게 아닐까. 사실 타인은 내게 별 관심이 없다. 정말 튀는 옷을 입지 않는 한 한번 쓱~ 보고 잊어버린다.


러닝이 젊은이의 영역이라고 경계를 지은 것도 나고 그런 편견을 심은 것도 나다. 달리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건데 혼자서 생각이 많았었다. 행동으로 옮길 때도 고민하고 주저하고 그랬던 거 같다. 지금은 내 두 다리가 허락하는 한 계속 달리고 싶다. 더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하고 싶다. 러닝의 한계는 내가 정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forever-2607171_640.jpg


keyword
월, 금 연재
이전 25화10킬로가 한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