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7일부터 시작한 러닝이다.
마음먹은 날부터 시작이라 날짜도 요일도 조금 어정쩡하다. 처음엔 계속 달리지도 못했다. 걷다가 뛰다가, 러닝프로그램이 시키는 대로 따라 했다. 그러다 슬로우조깅으로 걷지 않고 계속 뛰는 것을 목표로 러닝을 이어갔다.
2킬로를 뛰다가 3킬로, 첫 5킬로를 성공시킨 날이 차례차례 다가왔다. 7킬로를 처음으로 뛰던 날의 뿌듯함도 있었다. 10킬로를 처음으로 성공한 뒤, 다음날의 뻐근한 근육통이 아직도 생생하다. 겁 없이 15킬로를 계획하고 12킬로 지점부터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도전을 후회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난다.
러닝을 시작한 지 100일을 넘기고 이제 4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이제 10킬로를 자연스럽게 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하프마라톤은 여전히 두렵다. 아직은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언젠가 한 번은 하프를 뛰어보고 싶다.
그동안 페이스에 대한 언급을 안 했었는데 얘기를 해볼까 한다. 누적 거리가 쌓이듯이 속도도 점점 나아졌다. 초기에 10분대로 뛰던 페이스에도 호흡이 거칠고 심박수가 계속 올라가서 힘들었었다. 그랬던 페이스가 지금은 6분대로 빨라졌다. 630 페이스가 편안한 상태다. 빨리 달리는 다른 러너를 보면 부럽다. 하지만 부러운 마음, 딱 거기까지만이다. 다른 러너와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고 욕심이 생겨 오버하게 된다. 철저하게 과거의 나와만 비교하기로 한다. 러닝은 혼자만의 달리기다. 자신의 페이스대로 자기 자신만 만족시키면 되는 게 맞다.
달리기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누군가와 함께 달릴 수는 있지만 대신 달려주지는 못한다. 요령을 피울 수 없는 참 정직한 스포츠다. 내가 훈련한 양만큼, 흘린 땀만큼의 보상이 주어진다. 쉽게 갈 수 있는 지름길이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노력한 시간만큼 공정하게 되돌려준다. 누구에게나 출발선이 똑같은 공평한 게임이다.
3개월 넘는 시간 일기 같은 기록을 읽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라이킷을 눌러주시고 가끔 댓글도 남겨주신 브런치 작가님들 덕에 지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러닝이 습관 자리 잡은 데에는 '브런치 연재' 지분이 크다. 연재를 빼먹지 말고 발행해야 한다는 강박이 좋은 응원이 되었고 동기부여가 되었다.
올 한 해는 매월 완주기념품을 하나씩 모으면서 즐겁게 러닝을 하려고 한다.
벌써 3개나 모았다. 시작이 반이다! 서로 다른 12개를 모으고 나면 2025년의 해가 저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