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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중년이라니, 슬프지만... 중년힐링명상 후기

자 따라 해보세요. 당신을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이 말을 어떻게!)

중년힐링명상캠프, 오늘은 숲 속 걷기 명상과 마가스님 강의가 있는 날.


40-50여 명 참석자들 다 같이 한 줄로 서서, 숲 속 걷기 명상. 말없이 앞사람 뒷모습만 보며 걷는다. 서각서각, 마른 낙엽 부서지는 소리만 골짜기를 메운다.

잎사귀 다 떨어지고, 말라비틀어진 가지들을 보니 처량하다. 봄가을이면 참 예뻤을 텐데. 오색 낙엽 다 떨어지고, 누렇게 떠버린 초겨울 산은 조금 서글프다. 차라리 눈이라도 쌓이면, 하얀 옷 둘러 입은 듯 풍요로워 보일 텐데, 지금은 너무 초라하다.


하지만, 어쩌면 한국의 사계절은 인생의 생로병사를 느끼기에 딱 좋은 환경이구나 싶기도 하다. 언제나 푸르고 알록달록 예쁜 산이라면, 나중엔 아무 감흥도 없을 것이다.

어렵게 뿌리부터 물 끌어올려 겨우 새싹을 틔우고, 꽃피고 화려한 한 때 지나, 열매 맺고 이웃 동물들에게 나눠주고 난 뒤, 맨살 다 보인 채 한추위를 견뎌야 하는 나무들을 보면, 태어나, 살고, 죽는 모습이 다 담겨있다. 이렇게 다 떨구고 홀로 서있어야, 따뜻한 봄이 되면 다시 싹 틔울 힘도 나는 것이겠지. 그러면 한 나무 안에서도, 한 생이 끝나고 다음번 생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오후에는 마가스님의 "잠깐 멈춤" 강의.

갑자기 강의 시작하자마자, 앞자리 사람과 손잡고 서로 눈을 마주 보라 하신다.


"자 따라 해봅니다.

당신도 나와 같은 고통과 슬픔을 견뎌온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을 존경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자, 서로 안아주세요."


아니, 이런 말을 내 입으로 하게 되다니!

이런 곳에서, 이렇게 누군가 시키지 않으시면 절대 하지 않을 말이다. 쭈뼛쭈볏. 하지만 나를 마주 보고 있는 분도 마찬가지겠지. 허허, 서로 매우 어색하지만 안아주고 나니, (백허그까지!) 마음이 조금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누구나 자신은 다 옳다고 생각하고, 말과 행동을 취합니다.

만약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했다면 고쳤겠죠.

사람들은 늘 나는 옳고 남은 틀리다고 봅니다.

오디션 경연대회에서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주듯, 자기 자신에게도 객관적으로 점수를 매겨보세요.

자신만의 카메라를 켜서, 나의 말과 행동, 생각을 찍어보는 것입니다.

자 손을 들어 카메라 렌즈 모양으로 각을 잡아보고, 찰칵!

수행은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나를 바꾸는 것입니다.


왜 괴로운가, 집착 때문입니다. 행복해지지 못하는 것은 내 고집 때문입니다.

마음에 브레이크가 고장 나서입니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은 마음의 노예가 됩니다.

일어나는 마음을 알아차리려는 사람은 마음의 주인이 됩니다.

마음의 노예가 되면 고통스럽고, 마음의 주인이 되면 행복하고 안락해질 것입니다.


따라 해 보세요.

"그래도" 이만해서 다행이야. 이만해서 다행이야.

여러분, 지금 눈이 있고, 귀가 있고, 입이 있고, 두 발로 걸을 수 있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지금 이 명상홀에도 감사할 게 백여 개는 있습니다. 전기가 들어와서 빛을 밝혀주고, 바닥도 따뜻하고, 지붕에 구멍 없어서 바람도 안 새고.

감사는 '찾는 것'입니다. 100일 동안 감사한 것 3가지만 매일 찾아보세요. 인생이 달라질 것입니다.


'우생마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다 잘 알다시피 평소에는 말이 더 빠르게 잘 달리고, 소는 느립니다. 하지만 홍수가 났을 때 말은 죽어라도 발버둥 치다가 물에 빠져 죽어버리고, 물결에 몸을 맡겨 둥둥 떠다니는 소는 그렇게 떠밀려 가다가 얕은 곳에서 살아 걸어 나옵니다.

누구에게나 힘든 때, 위기가 옵니다.

죽어라고 발버둥 치지 말고, 받아들이면 바닥을 딛고 다시 올라올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스님들의 메시지는 비슷비슷한 면이 있다.

나 자신 안에 부처가 있으니, 잘 들여다보아라. 아등바등 집착하느니라 고통스럽고 불행해지지 말아라. 매사 감사하라.

다 아는데, 머리로는 아는데 그렇게 안 되는 게 인생사. 듣고, 또 들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땐, 집착을 버리고 범사에 만족하라는 말이 불편했다. 이런 말을 들어도 귓등으로 흘렸던 것 같다. 집요하게 집착하고 죽을 각오로 발버둥 쳐도 뭐 하나 될까 말까 한데, 그냥 다 놓으라니.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루고 싶은 꿈도 큰데. 뭔가 수동적이고, 패배주의적인 것 같고 그랬다.

하지만 이제 말 그대로 중년이 돼서 그런가. 이젠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힘 빡 주면서 긴장하며 힘들게 살지 말고,

나를 너무 코너로 벼랑 끝으로 몰아넣지 말고,

내 꿈 아닌 다른 꿈으로 나 자신을 채우지 말고,

나 아닌 남의 인생 살지 말고.

굳이 고통스럽게 살지 말고 편안해지라는 의미.

한결 내 마음도 편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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