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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컵플래너 Mar 04. 2018

바리스타의 커피향기

길을 걷다, 만난 너

겨울 같은  어느 봄날, 길을 걷다가

처음 마주친 카페의 문을 열었다.


온기를 품은 냄새. 물이 끓는 주전자와  발라드 음악. 창가에 비치는 겨울 햇살.


밖은 겨울이지만 카페는 언제나 봄이다.


추운 겨울에도 내 마음에 봄을 틔우고 결실을 맺게 하는 것,

바리스타의 커피향기다.


커피 볶는 냄새. 바리스타의 미소. 아메리카노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


촉촉하고 아름답다. 순수하다.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느슨하고 편안해진다.


입에 대기 전에, 향부터 맡는다.


쓰고 무거운 커피를 싫어하는 내가 맛을 알아버렸을 때,

아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오늘의 향이, 한순간 찰나의 즐거움이 될까봐.


바리스타는 말이 없다. 그저 드립포트의 수구 끝으로 떨어지는 물줄기에 온 마음으로 열중한다.


비로소 입에 댄다.

어떤 커피인지 느낌이 오지만,

커피보다 커피가 주는 것들에 집중하고 싶다.


그저 몸을 덥힐 은신처가 필요해 우연히 흘러들어온 손님처럼,

어떠한 생각도 평가도 미루어두고

코 끝으로 숨과 동시에 향을 들이마신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 마시는 사람인 양, 조심스레 홀짝인다.

서너 모금 홀짝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식은 커피를 즐긴다.


마지막 한 모금의 여운은 진하다. 서서히 몸에 기운이 돈다.


머릿 속 참새가 지저귀며 할 일들이 테이블에 우수수 떨어진다. 그제야 황급히 일어나 주워담으며 쓰레기통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나에게 최고의 시간을 선사한 가장 중요한 액체가 담겼던 컵은

감기가 묻어있는 휴지와 빨대와 함께 버려진다.


밖을 나와도 이젠 따뜻하다.

짧은 시간동안 내 몸을 덥힌 액체는 오늘 하루 나의 몸속을 여행하며 긍정 에너지, 희망 에너지가 되어줄 것이다.

그 액체의 이름은 커피다. 너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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