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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라 Mar 24. 2024

꿈이 뭐냐면…일단 먹는 건 아니다

꿈으로 시작하는 문장은 늘 의문문이다.


꿈, 그게 좋은 건가.

꿈, 그럼 나쁜 건가.

(네 꿈은 좋음 아니면 나쁨의 궁극적 아메바냐?)


한때 꿈을 품었고, 피워냈고, 시들었고, 꺾인 자들이여, 그대들에게 묻습니다!


꿈?


누가 꿈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해 줘요. 아무 말이나 실실 해 줘요. 나, 꿈에 대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독꿈 바이러스를 앓았어요. 오랫동안 아팠어요. 꿈 바이러스가 휘뜩거리며 번들거리며 팔다리를 탕탕 난도질하는 동안에 꿈에 대해 썼던 글이 한 줄 한 줄 지워져 갔어요. 어떡해요. 나 바보 백치가 됐어요. 이제 꿈에 대해서 감히 꿈이라고 명명조차 할 수가 없어서 꿈이라는 게 마르고 말라 그냥 의문부호 자체가 되어서는……


?


?


?…… 꿀인가요? 꿀을 하도 빨아서 배가 불러가지고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건가요?


?…… 꽃인가요? 아, 꽃 알지! 꽃 그거 좋지! 나도 번 피워봤지! 히히!


?…… 술인가요? 술만 마시면 글을 써대그냥 망했다고요. 아 좀! 우우, 중독자야!


나 취했어요. 나 잘 웃어요. 나 안 우울해요. 걱정 마요. 방해 마요. 그냥 꿈 얘기 하고 싶었어요. 듣고 싶었어요. 아 듣기 싫어요. 던지고 싶어요…… 히히!




아나운서 친구와 함께 밥을 먹었다. 밥을 먹다가 꿈 얘기가 나왔다. 꿈 얘기가 나오니 체할 것 같았다.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그래도 넌 꿈을 이뤘잖아' '너는 하고 싶은 일 했잖아' '아직 배가 불렀네'…… 우욱! 꿈이라는 걸 전적으로 상상으로 그칠 수 있었던 행운아들아, 우리는 너희가 부러워 죽겠어! 굶어 죽겠어! 커리어가 밥을 안 먹여 줘, 그놈의 밥을. 아 그럼, 꿈보다 밥이 중요하지! 밥? 절대로 안 남길 거다! 배가 터져 죽어도 다 먹을 거다! 밥 먹다 체하는 게 내 꿈이다! 키얏!




꿈은 최저 시급도 못 받는다. 꿈의 밥벌이들은 연예인 빼고 다 잡급직이다. 꿈은 경력이 쌓일수록 퇴물 취급 당한다. 아니 이 직무는 왜 어딜 가나 다 비정규직인가?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을 가도 비정규직이다! 비정규라는 지금 이 순간의 인식을 비우고 이 순간이 영원이라는 정규의 로열티를 진심으로 실천해야만 비정규직이 될 수 있다! 에이, 이럴 거면 인류를 사랑하는 스님이 됐지! (그런데 스님이 스님 아니면 연예인이라는 말이 맞지 뭐야? 스님들 찍으러 가 보면 웬만한 잡급 연예인들보다 훨씬 노련들 하더라니까? 역시, 순간의 달인, 스님님!) 다른 기업들도 다 이렇게 한다며 크리에이티브를 위하여 우리를 싹둑싹둑 자르던 그들의 말이 맞았다. 네 알겠다고요…… 그런데 우아한 나비 님들아, 너희는 꿈꿔 본 적이 없어? 누구나 살다 보면 한 번쯤 그러는 거 아니야? 꿈은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랬는데……


?


아 몰라 꿈이 뭔데 니가 뭘 알아 내가 뭘 알아


……


아 몰라 중국산 김치나 사 먹어야지


?


아싸라비야 깐따삐야 요를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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