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문학창작기금 단편소
희주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된다고 연락해 온 건 금요일 새벽이었다. 혹시 몰라서 얼려 둔 모유도 버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전염성이 있는 바이러스는 신생아 중환자실에 치명적이라 면회가 허용되지 않았다. 희주는 나에게 혼자 가줄 수 있는지 물어왔다. 나는 당연히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두 번, 그것도 삼십 분이 채 되지 않는 면회 시간에 외톨이가 될 아기를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일회용 비닐 가운을 입고 복도에 게시된 아기의 몸무게가 적힌 종이를 보며 면회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아기는 신생아 중환자실 가장 안쪽의 인큐베이터 2호기에 변함없이 누워 있었다. 아기는 편안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고 그래서 여느 때와 다르게 얼굴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하얀 솜털로 덮여 부드러워 보이는 턱의 주름을, 도톰한 콧방울과 꿈을 꾸는 듯 파르르 떨리는 눈자위와 높고 투명한 이마를.
오늘은 아빠만 오셨네요. 우리 아기 많이 컸죠?
주치의가 예와 다른 투로 인사를 건넸고 나는 그게 치료 과정의 새로운 신호라는 걸 알아차렸다. 주치의는 아기의 폐를 장악했던 염증이 어느 정도 잡혔고, 이제 폐포가 자라길 기다리며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할 거라고 알려주었다. 의사가 스테로이드 치료에서 기대하는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에도 아기는 숨 쉬는 데에 온 힘을 쓰고 있었다. 그러다 아기의 작은 가슴팍이 거칠게 치솟았고, 얼굴이 붉어지더니 모니터에 경고등이 켜지며 알람이 울렸다. 심박수와 산소포화도를 나타내는 숫자들이 어지럽게 변하고 있었다. 간호사가 서둘러 산소 기계를 조작했다. 아기는 서서히 호흡을 찾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 틈에 한 발 더 다가서서 검지로 인큐베이터의 유리 벽을 두드렸다. 아기의 가슴이 오르고 내리는 속도에 맞추어 톡, 톡. 아기에게 보내는 나만의 인사였다.
그다음 화요일도 마찬가지였다. 희주는 이번 주도 부탁한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는 괜찮다고 답하려다 ‘작성 중’이라고 나타나는 희주의 상태 알림을, 긴 침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번 면회에서는 아기가 스테로이드를 통해서 힘을 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나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희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세 번째 무응답 이후 전화를 내려놓고 시동을 걸었다. 미세먼지가 자욱한, 여느 해와 다름없는 지독한 봄이었다.
나는 재태 기간 37주 미만에 태어난 미숙아를 이른둥이라 순화해서 부른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1,500g 미만으로 태어난 초저출생 체중아의 다수는 자가 호흡이 어렵다는 걸, 앞으로 겪게 될 합병증의 예후와 발달 과정의 어려움과 각오해야 할 지점들을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인터넷에는 희망적인 글도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글도 꽤 있었다. 어떤 글은 이렇게 경고하기도 했다. 아기 포기하는 방법 모릅니다. 쪽지 보내지 마세요.
세이렌의 멤버들에게 연락해 보았지만, 희주와 연락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태석이 형의 반응이 좀 예외적이라 할 수 있었다. 태석이 형은 왠지 모르게 시큰둥했고, 대화를 해 나갈수록 나를 향한 것이 분명한 조소를 내비치기까지 했다. 태석이 형은 은행원으로, 자기 계발을 치열하게 해 나가는 스타일이었다. 영화 소모임을 그만두는 이유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라고 호기롭게 했던 그 말도 잊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태석이 형이 시니컬한 투로 자신이 세이렌에서 배척당하게 된 건 너 때문이라고 말했을 때 어째서인지 나는 되받아치지 못했다. 마치 그 말을 하기 위해 여태 내 전화를 기다렸던 사람처럼 틈을 두지 않았다. 희주의 행방에 대한 단서는 조금도 들을 수가 없었다. 희주를 쫓아다닌 건 네가 아니었냐고, 희주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네가 아니냐고 태석이 형이 말하는 중에 나는 전화를 끊었다. 형은 사 분 칠 초 동안 나를 거칠게 몰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