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척추적 며칠간 계속되는 빗소리가 집 천장 기왓장에 부딪치는 소리, 굽어진 처마 밑에 또르륵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창문을 열면 집 앞의 나무와 무성히 자란 풀들에 떨어져 파르르 떨리는 소리를 멍하니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 정적을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국아~! 집에 있어!?"
우리 집 뒤쪽 위에, 또 그 위에 살고 있는 택수였다.
"어! 있지!!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은 ㅎㅎㅎ 비 오는데 당연히 와야지"
택수와 나는 초등학교 입학 전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친구였는데, 동네를 돌아다니며 신기한 것들을 관찰하는 게 취미였다. 나도 새로운 것에 흥미가 있었고, 택수도 나와 그런 성향이 맞아서 늘 단짝같이 붙어 다녔다.
"근데 우리 집에 오늘은 남는 우산이 두 개밖에 없어..."
"괜찮아! 우리 집에 할아버지가 안 쓰는 거 엄청 많이 가져다 놓으셨어!!"
나와 택수는 또 다른 취미가 하나 있었는데 비만 오면 비로 아지트를 만들어 그 안에 쪼그려 앉아있는 것이었다. 위치는 어디든 상관없다. 비와 우산만 있으면 됐다.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이런저런 단어를 가르쳐주시다가 북극에 에스키모들은 추운 눈과 얼음으로 덮여있는 곳에서 생존하기 위해 이글루라는 걸 짓고 산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니 너무나도 신기하고 새로워서 어떻게 생긴 건지, 어떻게 짓는 건지 그리고 어떻게 그 안에서 생존하는지 손을 들어 몇 번이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그 뒤에 나와 같이 반짝이는 눈을 가지고 번쩍 손을 들어 질문하는 친구가 택수였다.
우리 둘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그날 이후로 집에 갈 때면 동네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관찰을 했고, 에스키모와 이글루에 대해 이야기했다.
"택수야 근데 북극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글쎄.... 걸어서 가면 오래 걸리려나?"
"우리나라에도 에스키모처럼 사는 사람들은 없나?"
"맞아! 우리나라에도 이글루가 있을 것 같은데??"
"아 근데 선생님이 에스키모는 추운 북극지방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했잖아!"
"맞네.... 이글루에 한번 들어가서 살아보고 싶다..."
"나도..."
이런 이야기를 한창 하던 어느 날 흐린 날씨에 비가 추적추적 내려 우산을 쓰고 학교에 등교했다.
그날도 택수와 같이 우산을 쓰고 유치원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서로의 우산을 보며 같은 생각을 했다.
"우리 이거 우산으로 이글루 만들까?"
"좋아!!"
"우산 몇 개가 더 필요할 것 같은데!?"
"우리 집에 몇 개 있는지 한번 봐볼게!!"
"나도 우리 집 가서 우산 더 챙겨서 너네 집으로 갈게!!"
택수는 한걸음에 집으로 달려가 우산을 3개나 더 가져왔다.
우리 집은 할아버지가 밖에 나가셔서 안 쓰는 물건이나 버려진 물건을 가져와 집에서 고치는 취미가 있으셨는데 가장 많은 품목이 바로 우산이었다.
넘치는 우산이 이렇게 쓰일 줄은 할아버지도 모르셨겠지?
나와 택수는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우산을 크기별로 분류하고, 바닥에 원형으로 빙 둘러 1층을 쌓았다.
그리고 그 위로 조금 더 작은 우산으로 2층을 쌓고, 그 위로 3층 그 위로 4층까지 쌓았다.
4층까지 쌓고 보니 정말 이글루와 비슷하게 생겼다.
마지막으로 제일 위에는 3단으로 접히는 가장 작은 우산을 하나 올려놓으면 끝이었다.
나와 택수는 우산으로 만든 이글루 안으로 들어가 제일 마지막 우산으로 위에 뚜껑을 덮으며 그 안에 들어갔다.
바닥이 젖었지만 그냥 쪼그려 앉아 있었다.
우산 손잡이가 우리를 찔렀지만 대충 피해서 손으로 잡고 있었다.
우산 사이사이로 빗방울들이 조금씩 새어 나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가끔 바람이 불어 우산이 흔들릴 때면 삐죽삐죽 나와있는 우산 손잡이를 양손과 다리, 어깨와 겨드랑이로 잡으며 우산이 흔들리지 않게 잡았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가 우산과 바닥을 울렸고, 우리가 지은 이글루의 전체에 고르게 퍼졌다.
나와 택수는 그 안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세상에 우리 둘만의 작은 공간이 생긴 것이다.
우산 이글루를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 있으면 북극에 사는 에스키모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고,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이 세상에서 나 혼자만 남겨져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하거나 불편하거나 원하지 않는 무아지경에 빠진 것 같았다.
가끔 정신을 차려 택수를 보면 택수도 나와 같은 세상에 빠져있는 듯했다.
우린 그걸 즐겼다.
그 이후로도 비만 오면 서로 약속했던 우산을 가지고 이글루를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서 몇 시간이고 있었다.
택수가 이사를 가기 전까지만 해도....
택수는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몇 개월 전에 이사를 갔다.
자세한 이야기는 택수가 해주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것 같았다.
어디로 가는지 기억은 나지 않았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멀어져 가는 택수의 뒷모습만이 기억날 뿐이었다.
그날 이후로 아침에 일어나 빗소리가 들릴 때면 가끔 택수 생각이 났다.
우산으로 만든 이글루 안에서 우리가 만들었던 우리만의 세상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느꼈던 만족과 행복은 그때만의 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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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뭐 해 늦었잖아!"
"아 씨 잠깐만!!"
누나는 항상 나에게 재촉을 했다. 어디를 가던, 화장실에 있던, 침대에 있던, 밥을 먹던 나한테 한소리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다 됐어!"
"그럼 가자 늦었어! 지영이 지선이 많이 기다리겠다."
우리 동네에 나와 누나와 나이가 똑같은 자매가 있었다. 지선이 누나와 지영이었다.
지영이네는 우리 집에서 꽤나 걸어가야 있는 곳에 살았다.
마을 버스정류장을 지나, 내곡교회를 올라가는 길 중턱에 집이 있었다.
처음에 어떻게 친해졌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엄마가 지영이네 엄마와 친했고, 그래서 나이가 같은 나와 누나를 소개해줘서 서로 친해진 게 아닐까?
다행히 나와 누나는 지선이 누나와 지영이와 친하게 지냈다.
거의 2,3일에 한 번씩 우리가 가서 놀거나 지영이네가 우리 집에 와서 놀거나 만나서 놀았다.
지영이네 놀러 가면 언제나 신기한 것들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도자기로 이것저것 만들어서 가끔 전시회도 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집안 전체에 도자기로 된 크고 작은 물건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크게 관심이 없었고, 만나면 언제나 넷이서 같이 하는 놀이를 했다.
공기놀이, 학종이 따먹기, 고무줄놀이, 땅따먹기와 같은 놀이를 가장 많이 했다.
가끔 같이 하다가 지겨울 때면 인형놀이 같은 것도 했는데 나는 누나가 시키는 대로 언제나 병원의사가 됐다.
"네 어서 오세요~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
"아 저는 배가 아파서요"
"자 여기 누워보세요 진찰을 시작하겠습니다."
내가 어릴 때 어른들 흉내를 잘 냈는지 병원 의사를 시키면 누나들이 그렇게 좋아했다.
그런 내가 귀여웠는지 누나들은 나에게 이것저것 짓궂게 시키는 게 많았다.
뒷구지 슈퍼에 가서 먹을 걸 사 오라는 심부름이 제일 많았다.
"야 이거 가지고 가서 과자랑 아이스크림 사 와"
"아씨 왜 또 난데~!!"
나는 어차피 내가 갈걸 알면서도 맨날 나에게 시키는 누나들이 짜증이 나서 항상 볼멘소리로 투정을 부렸다.
"야 잔말 말고 갔다 와"
"하 진짜"
누나들은 그런 나를 다루는 데에 익숙했다. 답은 정해져 있는 것처럼 그저 단호하게, 그리고 무심하게 계속 갔다 오라고 시키기만 했다.
가끔 심부름을 가다가 심심할 때면 지영이와 같이 갔는데 누나들이 왜 자꾸 이런 걸 우릴 시키냐고 불만이 많았다.
"하 진짜 왜 자기네들이 안 가고 맨날 나만 시키는 거야!?"
"크크크 그니까 그래도 언니가 시키는 거니까 해야지 뭐~"
지영이는 내가 투정 부리는 게 웃겼는지 키득키득 웃으며 내가 그냥 해야 된다고 말해줬다.
"그래도 지금은 내가 같이 가주잖아~ 투정 그만 부리고 ~ 우리 뒷구지 슈퍼까지 뛸까?"
"그래!"
지영이는 유독 달리기를 좋아했는데 지영이네 집에서 슈퍼까지도 내리막 길이었고,
우리 집에서 슈퍼까지도 내리막 길이었어서 항상 슈퍼까지 갈 때는 뛰어 내려갔다.
내리막길을 달려 내려갈 때 좀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게 좋았고 더 빠르게 달릴수록 나에게 맞부딛치는 바람이 얼구로가 코로 들어오는 게 기분이 좋았다. 아무래도 지영이도 그걸 아는지 항상 슈퍼로 갈 때에만 뛰어가자고 말했다.
"야 너네 둘 지영이는 저기 왼쪽, 남국이는 저기 오른쪽에 서 있어 봐"
또 시작이었다.. 누나들은 나와 지영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늘 이것저것 말도 안 되는 걸 시켰다.
"아 왜! 뭐 시킬라고"
"잔말 말고 딱 가서 서!"
항상 이런 걸 시킬 때면 누나들은 서로 귓속말로 뭐라고 속닥이며 둘만 좋아서 크게 웃어댔다.
"자 섰다 뭐 뭐 어떻게 하라고!"
"자 이제 서로 달려가서 끌어안어"
"뭐!?"
"뭐라니 방금 들었잖아"
"아니 뭘 어떻게 하라고!"
"그니까 다시 말해줄게 서로 바라보고 달려가서 안아보라고"
"미쳤어? 그런 걸 왜 해!"
"그래 미쳤다 빨리해 혼나기 전에!"
나는 처음엔 잘못 들었나 싶었다. 원래 늘 시키던 것은 원숭이 흉내나 춤을 추라는 것 같은 우스꽝스럽단 걸 시켰는데 오늘은 아예 다른 콘셉트이었다. 서로 달려가서 안으라니 말도 안 되는....
지영이는 이런 누나들의 이상한 명령이 있을 때 항상 침묵했다. 아니, 그냥 즐기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이상한걸 어떻게 하냐고 당황하고 어이가 없어 항의하고 있었는데 지영이를 보니 크게 웃고 있는 게 아닌가? 이게 재미있나?
"야 너도 뭐라고 좀 해봐!"
"하하하 뭐 어때 그냥 하자 재미있겠는데?"
"뭐~??"
지영이의 반응이 예상밖으로 너무 쿨해서 나는 당황했다.
"자 이제 내가 셋까지 셀 거야 그때 달려가서 안는 거야 알겠지?"
"맞아~ 안 하면 둘 다 혼날 줄 알아"
누나들은 아주 호흡이 잘 맞았다.
"하나"
"둘"
"셋!"
나는 계속 항의를 하다가 결국 누나들의 요구에 불응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어쩔 수 없이 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이 상황을 즐기는 지영이 때문에 나도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
누나들의 구호에 맞게 우리 둘은 서로에게 달려가 끌어안았다.
몇 초가 지났을까? 이제 떨어지려고 하는 찰나에 지선이 누나가 한마디 던졌다.
"아니지 아니지! 우리가 열 셀 때 동안 떨어지지 마"
"아!! 진짜 빨리 하라고!"
누나들은 좋아 죽겠다는 듯이 아주 크게 웃으며 우리를 보고 즐거워했다.
"하나~~~~~"
"두우우우우우울~~~"
우리를 놀리는 게 재미있는지 누나들은 열까지 세는 카운터를 세며 아주 느리게 놀리며 셌다.
"빨리 안 하면 이제 끝이야!"
"아홉~~"
이제 끝나나 싶었는데 우리 누나가 또 다른 요구를 했다.
"자 이제 끝났으니까 둘이 뽀뽀해"
이 말에 가장 먼저 반응했던 건 그동안 상황을 즐기기만 했던 지영이었다.
"안돼 그건 못해"
단호하게 딱 한 마디 한 지영이네 뒤돌아서며 딱 잘라 말했다.
다행이었다.. 이번에도 지영이가 즐기면서 웃고 넘아갔으면 정말 누나들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 지영이~~ 그래 그건 쫌 그렇지?"
"됐고 이제 다른 거 하고 놀자 재미없다"
지영이의 단호한 반응에 놀란 누나들은 자기들이 뭘 시켰는지 알고 있는 눈치였고, 우리 반응이 없자 재미없다며 다른 놀이를 하자고 했다.
이렇게 4명은 뒷가지 동네에서 제일 친하고 맨날 붙어 다니는 단짝이 됐다.
그러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야 지선이네 이사 간데"
"뭐?"
어느 날 문득 누나가 건넨 한마디는 그동안 내가 느꼈던 모든 감정들을 통틀어 가장 가슴이 아려왔다.
심창이 출렁 내려앉는듯한 느낌이었다.
"왜?"
"몰라 이사 간 데잖아 다른 데서 학교 다닐 거래"
나는 그 말을 듣고 바로 집밖으로 뛰어 나갔다.
지영이네 집으로 달려갔다. 아무 생각이 없었고 그저 달렸다.
'띵동' , '띵동'
지영이네 집에 도착하자마자 집 벨을 계속해서 눌렀다.
"누구세요?"
"저 남국인데요! 지영이 있어요?"
"그래 잠깐만"
잠시 뒤에 지영이가 나왔다. 이미 내가 왜 왔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표정이 어두웠다.
나는 만나면 물어볼게 산더미처럼 많았는데 지영이 얼굴을 보니 막상 말문이 나오지 않았다.
"...... 저.. 그니까.."
내가 말을 못 하고 있자 먼저 말을 꺼낸 건 지영이었다.
"들었어?"
"어.."
"맞아 우리 이사가 서울로 갈 거야"
"서울?"
"어 거기서 초등학교 다닐 것 같아"
"언제가?"
"다음 주에...."
"왜....?"
"몰라 엄마가 아빠랑 얘기하시더니 그렇게 됐데"
"너랑 누나는....? 같이 가기로 한 거고?"
"나랑 누나는 엄마 아빠가 하라는 데로 하는 거지 뭐...."
"...."
누나의 말이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 그리고 이 결정은 아줌마 아저씨가 내린 결정이고 그걸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내 머릿속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비어졌다.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어서 그냥 지영이의 눈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잘 있어..."
".... "
이별을. 그리고 잘 있으라는 안부를 동시에 전한 지영이는 이미 마음의 준비가 끝난 듯했다.
나는 가장 친한 친구가, 그리고 어쩌면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친구를 떠나보내야만 했던 이 상황이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고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문밖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서있었다.
우리 둘은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먼저 말을 꺼낸 건 지영이었다.
"나 이제 들어가 봐야 돼.."
"어.. 그래... 알겠어.."
"잘 지내 건강하고... 놀러 올게"
"알겠어 너도... 잘 지내... 꼭 놀러 와"
나와 지영이는 그렇게 짧은 안부 인사를 건네며 헤어졌다.
지영이의 마지막 눈빛이 아른하게 촉촉이는 걸 느낀 나는 나의 지금 감정이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
집에 걸어오는 길은 무한한 이 세계를 걷는 것 같았다.
무거운 마음과 무거운 발걸음, 집에 돌아와 누나와 이야기를 더 했고, 누나도 이 소식을 처음 듣는 순간 지선이 누나와 한참을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했다.
나도 그 마음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됐다.
그 뒤로 엄마는 가끔 지영이네 아주머니와 몇 번 만나셨다고 했다. 집안 이야기를 잘 안 해주시는 엄마는 지선이네가 서울로 이사 갔다가 상황이 변해서 더 먼데로 이사를 간다고 말씀하셨고, 그 이후로는 소식이 끊겼다.
나도 이젠 지영이가, 그리고 지선이 누나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때의 그 감정은 또렷이 기억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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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 우리 동네에 살던 나의 친구들은 이렇게 하나 둘 이사를 갔다.
각자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좋은 집을 놔두고 왜 이사를 가지...?
게다가 나에게 가장 친한 친구들이 이사를 가고, 학교도 다른 곳으로 다닌다니 홀로 남겨진 기분이었다.
우리 동네엔 나와 동갑인 친구들이 몇 있었는데 남자아이들은 택수와 창민이가 다였고, 나머진 별로 친하지 않은 여자아이들이었다.
택수는 이사를 갔고, 창민이는 이사는 안 가는데 다른 동네 학교를 다닌다고 했다.
같이 다니는 학교 친구가 없었다.
그런 나를 알고 계시는 엄마가 나보다 더 마음이 아프셨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처음 보는 아주머니와 같이 집에 들어오셨다.
뒤로는 나와 키가 비슷한 남자아이가 한 명 있었다.
"아들~ 인사해 상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