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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 Sep 25. 2021

그토록 간절했던 도전이지만 ...

나만의 메리트(merit)을 찾아가는 과정


'영어원서 북클럽 모집'


전단지를 프린트하여 당시 살고있던 분당의 우리아파트 그리고 우리 앞 아파트 게시판에 비용을 주고 게시했다. 두 아파트 총 합하여 세대수는 1100 정도. 우리집은 상가동 엘레베이터에 붙여졌다. 상가동에 음식점, 학원, 병원들이 있었으니 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도 분명 지나가며 봤을거다.


저 많은 숫자에 비해 연락이 온 인원의 수는 3명.

미국 체류 기간, 대학원 학위까지도 썼는데도 저 저정도면 어떻게보면 부끄러운 숫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시한번 상기해보자면 당시의 나의 자존감은 거의 바닥을 치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이 정도 인원이 모인것도 신기했다. 당연히 시간당 비용도 있었다.


그렇게 근처 스타벅스의 예약가능한 룸에서 시작했다. 첫 책은 내가 서점에서 보고 북클럽으로 해야한다고 운명으로 느꼈던 책이자, 내가 현재 온라인으로 운영하는 영어원서 북클럽인 '라이프살롱'에서 올해 두번째 시즌으로 진행했던 Before Sunrise and Before Sunset - Screenplay이다. 그 유명한 비포 시리즈 영화의 첫 두 작품의 대본집이다.



단어리스트도 만들어서 준비했고 영어로 북클럽을 진행했다. 성인들과 책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오랜만에 영어로 한다는 건 엄청나게 리프레싱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것, 큰 돈은 아니더라도 내 손으로 돈을 번다는 기분은 매일 살림과 육아로 쳇바퀴같은 삶을 살던 나에게 내일을 기대하게 해주었다.




'이렇게 해서 입소문으로 더 많은 인원들이 모여지고 나는 당시에는 생소했던 영어 북클럽의 시조새 격이 되었다'


'시작은 미미하였지만 그 끝은 창대했다!'  


안타깝지만(?) 이런 스토리는 없다.


우선 모집된 세 분 중 한분은 1:1을 원하셔서 과외같이 하게되었고, 결국 그룹 북클럽은 2분만 함께했다. 그마저도 두 분 중 한 분은 첫번째 책을 하시다가 중간에 도중에 그만두셨고 남으셨던 한 분마저 미국으로 이주 하시면서 시작했던 첫번째 책으로 그 그룹은 끝났다.


그래도 나에겐 희망이 있었으니...

1:1 영어북클럽은 계속 진행되었다. 70대 여성분이었는데 영어로 책을 읽어내실 정도로 지성인이셨다. 나는 당시 계속이고 도대체 젊으실때 무엇을 하셨냐고, 무슨공부를 하셨냐고 여쭤봤지만 말씀을 아끼셨다. 굉장히 겸손하신 분이었다. 그때 나는 함께 영어책을 읽으며 나의 할머니 뻘이셨던 인생 선배님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몇 권을 함께 읽었다. 엄청난 시간을 들여 단어 리스트를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 순간엔 스트레스가 될 정도가 되기도 했다. 남편은 옆에서 뭐 그렇게까지 하냐고 쯧쯧거렸다. 그럼에도 묵묵히 그 일을 했다. 내가 회사로 재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는. 




어느 순간 조금 창피했던 것같다.

말이 영어 북클럽이지 영어 과외였다.

영어 과외를 하시는 분들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외국에서 홀로 지내며 투자한 시간, 노력, 그리고 그 비용 대비 지금 하고 있는 내 일이 초라하다고 느꼈던 당시의 나의 마음이 그랬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의 나의 사고 프레임은 사회의 눈에 맞춰져 있었다.


이것은 나에겐 또 다른 국면이었다.

왜냐면 앞의 글에서 썼듯이 분명 영어 북클럽을 해야겠다는 나의 다짐은 당시 나에게 삶을 뒤흔들어 놓은 결심이었고, 전단지를 붙이는 단순 행위도 나에겐 큰 용기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이 전단지를 붙이던 경험은 나중에 출퇴근 베이비시터를 구할때도 도움이 되었다. 전단지 하나로 경력은 없지만 최고의 자질을 가지신 시터님을 구할 수 있었다. 결국 필요없는 경험은 없다!


분명 시작하기 전까지는 뭐라도 하면 좋겠다는 소박한 목표를 가졌던 내가 도전했던 북클럽의 결과에 내가 만족을 하지 못했다. 부끄럽기까지 했으니까.




결국 나는 소속을 필요로 했다.

어디가서 내밀수 있는 명함.


나라는 작은 사람을 대신 하여 내가 더 큰 사람, 더 가치있는 사람같이 보일 수 있는 큰 조직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어쩌면 나의 북클럽 도전을 실패라고 결부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냥 생각보다 덜 재미있다고, 아니면 덜 의미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회사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예전부터 임신, 출산으로 흐지부지 끝냈던 회사생활에 대한 미련이 있었던 터라 이번에 다시 들어가면 나는 멋진 여성 임원까지 될 꺼라고 다짐했다.

(How naive I was...) '나는 집에만 있기엔 너무 유능해!' 라는 말을 속으로 되새기며 눈에 쌍심지를 끼고 몇일 내내 채용 공고들을 뒤졌다.


그러다가 어떤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고 헤드헌터에게 바로 연락이 왔다. 나의 학위와 경력에 맞는 포지션이었다.  그렇게 나는 정직원으로 채용이 되었다. 그러고는 바로 영어북클럽 과외를 하셨던 70대 학생분께 북클럽을 그만둠을 밝혔다. 회사로 돌아간다고.  

아쉬워하셨지만 그래도 나의 도전을 응원해주셨다.


그렇게 오프라인 영어북클럽은 끝이났다.

나의 큰 도전이  그냥 그렇게 끝이났다.


그러나 나는 그 이후로 새로운 삶을 맞이했다.

회사다니는 두 아이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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