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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 Sep 22. 2021

결국 영어북클럽은 나에겐 치유였다

1.그 치유의 시작

근 3년째 영어북클럽을 업으로 살고 있다.

따로 영어선생님도 아니고 그저 영어원서로 성인대상으로만 하고 있다.  


항상 해오던 것처럼 해왔는데 3년차가 되니 북클럽 외에 다른 기회들도 생기기 시작했고, 결국 이 영어북클럽도 재정비해야하는 시간이 왔다. 그래서 잠시 멈춰섰다.  내가 이 영어북클럽을 하는 이유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마치 여지껏 우물의 윗쪽의 물만 떠서 썼다면, 이제는 건드리지 않은 깊은 쪽의 물을 떠 볼 시간이 된 것이다. 그 깊은 물을 떠서 그 물에 비친 내 모습에 대고 다음은 어떻게 하는게 좋냐고 묻고 싶은 것 마냥.




사람은 결국 자신을 위해 일을 한다.

나에게 의미있고 나에게 필요한 보상을 주는 일을 하게된다.


나의 영어북클럽 시작도 그랬다.

철저히 나의 필요에 의해 시작하였다.



항상 자신만만하고 원하면 다 이룰 수 있다고 믿어왔던, 어쩌면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기대가 컸던 한 여성의 자신감이 한꺼풀 한꺼풀씩 벗겨져서 결국은 발가벗은 상태가 된 때가 있었다.그 시기는 공교롭게도 나의 결혼, 임신, 첫아이 출산, 둘째아이 임신의 시기와 겹쳤지만 이 시기때문에 내가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고 터질 일이었으나 안타깝게도 그 시기가 겹친 것이다. 그럼에도 당시에 나에겐 '임신, 출산, 육아'를 핑계로 세상에서 숨어있을 명분을 주었다. 그렇지만 지금생각해보면 자신에 대한 이해없이 남들의 시선에 맞춘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언제고 겪어야 할 시기였다.  


그 발가벗겨진 상태에서 상당히 오래 고통하고 신음하였으나 어느순간부터는 내 몸을 추스리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2014년의 그 날이 기억난다. 둘째 아이를 임신한 뒤뚱거리는 몸으로 첫째를 어린이집으로 내려주고 집 옆의 도서관을 가는 그 길을 걸어간 것이다. 그 전까지는 책은 필요에 의해 읽는 전공서적, 교과서, 잡지만 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도서관에 발을 들인 뒤, 나는 무엇에 홀린 사람마냥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중 상당수는 고전이었다. 책을 다 읽고나면 그 전부터 나의 감정을 토해냈던 비공개 블로그에 나만의 리뷰를 썼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그 행위를 계속해서 반복했다. 그 시기에 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치유되었다. 그렇다. '치유'라는 단어는 이럴때 쓰는게 맞는 것 같다.

숨고싶을 정도로 창피하고 부끄러웠던 내 자신을 책을 통해 제대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치유되기 시작했다. 그 치유의 시간은 고통하던 시간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었다. 회복력이 탄력을 받은 것이다. 어느정도가 되는 시점에서는 책을 리뷰하는데서 끝내지 않고 이 책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당시 나를 살리게 되는  하나의  발견을 하게된다.  멋드려져 보이는 아이비리그 학위 빼곤 아무것도 없다고 믿어왔던 나에게서 뜻밖의 가능성을 알게된 것이었다. 내가 영어로 책을 읽을  있다는 사실이었다. 수많은 번역서로 고전을 읽다가 어느날 우연히 원서로, 저자의 원문으로 읽게된  날이 떠오른다. 저자가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던  . 저자가 알맹이  자체를  손에 쥐워주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된  .  마음은 콩닥콩닥 거렸다. 내가 무언가를 할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하나만으로 활력을 얻었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기분이 잠시 좋아진 그런 기분이 아니었다.   안에서 끌어져나온 삶에 대한 긍정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아파트 게시판에 붙일 전단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영어원서 북클럽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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