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나 캠핑은 맑음
서로 눈만 마주쳐도 행복하고 (물론 지금도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아주 가끔은 29금의 뜨거운 시선이 오갔던 현 와이프이자 전 여친과의 열애설이 돌던 그 시절, 주변의 캠핑을 다니는 사람들을 따라 저희 커플은 열심히 캠핑을 따라다녔습니다.
그 당시에도 캠핑 장비는 충분히 마련할 수 있었지만, 자칫 이별이라는 최악의 수가 우리에게 찾아온다면 커플 캠핑이 솔로 캠핑으로 변질될까 하는 두려움에 장비는 장만하지 않았고, 결혼과 동시에 저희 부부는 일단 시작부터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만 캠핑을 떠올리던 그때 캠핑에 진심이던 선배에게 초대받아 저희 부부는 캠핑을 갔습니다. 그 캠핑에서 "우리도 이제 제대로 캠핑을 시작해볼까?" 하는 결심을 하자마자 저희 부부는 바로 그 날 몇 년 간 기다리던 아이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와이프는 평소 좋아하던 회를 갑자기 못 먹겠다고 하고,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을 때 설마? 했는데 임신이 된 줄 몰랐습니다. 물론 그 당시 저희 부부는 캠핑은 뒷전이고 곧 만날 저희 아이를 상상하며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행복했습니다.
캠핑장에서 처음 부모에게 자기 존재를 알린 녀석이라 그런지 아장아장 걸을 시절 그날막 텐트 하나 들고 한강이나 주면 공원을 데리고 다니기만 해도 신나하던 아이는 지금 9살이 되었고 매주 주말이면 저보다 캠핑을 더 기다리는 어린이로 성장했습니다.
아이의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로 미뤘던 제대로 된 캠핑을 다시 생각하게 된 때는 아이가 4살 되던 해 초겨울이었습니다. 아는 지인이 함께 가족 캠핑을 권하셨고, 아이가 어려서 걱정이었지만, 그분께서 자기 아이는 걷자마자 캠핑을 다녔다며, 옆에 보호자가 항상 함께 다니고 챙기면 위험할 것도 없고, 특히 저희 부부가 가장 염려하던 추위는 난방이 충분하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아이와의 첫 캠핑 장소는 바닷가 근처 캠핑장이었는데, 아이는 겨울 바다에 한 번 감탄을 하고 집(텐트) 이 밖에 생긴다는 것에 더 신이 났던 모습과 캠핑장 주변의 나뭇가지를 들고 뛰어노는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그날 캠핑을 같이 데려가 주신 분이 아이와 저를 데리고 함께 바다낚시를 갔는데 재미로 하나 건네줬던 아이의 낚싯대에서 물고기가 낚였고, 그날 인생 첫 낚시의 손맛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그날 유일하게 잡은 물고기가 바로 저희 아이가 잡은 것이었습니다.)
그 캠핑 이후 이제 아이를 데리고 다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저희 부부는 텐트부터 시작해 장비를 하나씩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무조건 싼 것만 고집해 그때 산 것 중 남아있는 것은 구이바다 하나 정도밖에 없지만 아이가 성장하면서 텐트의 크기도 더 커졌고, 의자의 숫자도 장비의 종류도 더 다양해졌습니다.
아이가 크면서 화나는 것은 단 하나, 내 소중한 헬리녹스 선셋체어에 나란히 엄마와 앉고 저는 체어투에 쪼그려 앉는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뭐 불만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사이좋게 나란히 앉으려고 산 건데 이 자식이.. 감히 내 의자와 여자를 넘봐..
캠핑 초반 엄마 곁에서 떨어지지 않아 아빠를 몸 고생시켰던 아들은 이제 알아서 자기 짐도 옮기고, 의자에 앉아 엄마, 아빠 누가 누가 잘하나 구경한 뒤 모든 설치가 끝나면 함께 노는 것도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어느 분이 자기는 아이를 데리고 캠핑 다니는 것이 별로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한참을 논쟁을 벌인 적이 있는데, 그분은 엄마, 아빠들은 술 마시고, 아이들이 핸드폰만 보는 게 뭐가 좋냐고 하셔서, 그건 일부 부모들의 이야기를 캠핑 다니는 모든 부모들의 이야기로 결론짓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라고 반박하며, 저희가 캠핑을 가면 어떻게 하는지 설명하고, 왜 어렸을 때부터 캠핑을 다니는 것이 좋은 지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아이와 함께 하는 캠핑의 장점은 일주일간 집에만 있던 아이를 자연에서 뛰어놀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가장 큽니다. 지금 서울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제가 어렸을 때 봤던 별을 아들과 함께 보며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가끔은 캠핑장에서 키우는 강아지나 사람을 따르는 고양이 친구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지금은 도시에서 없어진 아이들의 문화인 골목놀이를 자동차나 오토바이의 위험 없이 마음껏 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고요. (물론 주차장이나 사이트 앞에서 뛰어노는 것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저는 캠핑장을 예약할 때 지금은 아이가 우선이라 아이가 충분히 놀 수 있는 놀이시설이 있는지, 뛰어놀 수 있는 공터가 있는지 꼼꼼하게 살피는 편입니다.) 항상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을 내려 놓고 뛰어 놀기도 하고, 캠핑장이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기도 합니다.
물론 처음 만나는 아이들과 놀다보면 사소한 다툼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럴때는 부모님들이 현명하게 풀어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경험상 그런 다툼이 생기는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아이도 한 해 한 해 성장하며, 캠핑에서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자연스럽게 하게됩니다. 자신의 간단한 짐은 옮기는 것은 물론 이제는 간단한 심부름도 척척 해냅니다. 이제는 자신의 의자도 조립을 하고 물도 떠오는 등 하나 둘씩 캠핑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새로 텐트를 장만했는데, 또 캠핑을 갈 수 있겠구나 하며 신이 난 아들에게 "넌 왜 캠핑이 좋니?" 하고 물었을 때 아이의 대답은 간단했지만,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감동시켰습니다.
"엄마, 아빠랑 함께 하는 시간이 많으니까!"
구몬을 안 해도 되니까 (사실 구몬이 클 거 같기는 합니다. 대신 캠핑 다녀와서 몰아치기로 하는데,..)
평일 퇴근하면 잠깐의 시간만 함께 하는 아들이지만, 주말 캠핑장에서 아빠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너무 행복하다는 아들의 말을 들으며 캠핑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주 캠핑을 가고 싶은데, 자리가 없어 갈 수는 없고 아쉬운 마음에 긴 글을 남깁니다.
(아마도 주차장에 아들과 작은 텐트를 치고 놀겠죠.)
아이들과 행복한 캠핑되시길 바라며, 좋은 추억 많이 쌓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