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뜨거운 도시 세비야로

투 코인 체인지

by 위드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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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했던 일행들이 떠나고 이제 나도 리스본을 떠날 차례가 되었다. 리스본에서 야간 버스 타기로 예약한 날 마지막인 리스본 동네나 한 바퀴 돌자며 슬렁슬렁 돌아다녔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이 야간 버스를 타다 도둑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괜한 걱정에 숙소로 돌아가 사장님께 버스 시간을 바꿀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나같이 걱정이 많은 사람은 지루하지만 짐을 지킬 수 있는 주간 버스가 딱이다. 사장님은 인터넷으로 예매했지만 남자 직원이 있는 창구로 가서 “플리즈.”라고 부탁하면 바꿔 줄 거라고 하셨다. 이곳 사람들은 여성에게 친절하다며, 그리고는 짐을 챙기는 나에게 잘 가라 인사해 주셨다. 사장님은 내가 시간을 바꿔서 잘 넘어가리라 생각하셨나 보다. 나는 부랴부랴 버스터미널에 가서 티켓을 보여주며 아주 간단한 단어로 말을 걸어본다. “체인지?” 티켓을 본 남자 직원은 알아서 버스 시간을 야간에서 주간으로 바꿔주었다. 그리고 나는 곧 세비야로 넘어가는 버스를 타게 되었다. 긴 시간 동안의 이동이었다. 잠깐 휴게소에 정차하게 되면 마치 미어캣이 된마냥 짐칸에 있는 나의 짐이 잘 있나 감시하기 바빴다. 낙천적이지 못하고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나 자신이 피곤하긴 하지만 이곳 낯선 땅에서 짐을 잃어버릴 수 없었다. 여행은 운빨이라지만 나는 모든 것들을 안전하게 지켜내리라. 버스 정차하는 시간이 되면 무한 반복되는 나의 미어캣 놀이. 한참을 달린 버스는 밤 9시가 되어서야 세비야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착한 버스터미널이 내가 찾아본 곳과 다른 곳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분명 세비야가 맞는데!' 종점은 종점인데 순간 당황해 영혼이 가출해버렸다. 영혼을 붙잡고 상황 파악을 빠르게 해야 하는데 가출한 영혼은 돌아올 줄 몰랐다.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여기 세비야 맞냐?"라고 몇 번을 물어보았다. 아저씨는 맞다며 대답해주셨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프린트해간 세비야 지도를 꺼내보았다. 지도에는 2개의 터미널이 표시되어있었다. 그제야 야간 버스에서 주간 버스로 바뀌면서 도착 터미널도 바뀌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숙소를 찾아가야 했다. 원래 도착해야 하는 터미널이 아닌 다른 곳에 도착하다 보니 다시 숙소 가는 길을 다시 찾아야 했다. GPS를 켜고 숙소를 찾아가려는데 이놈의 GPS도 말썽이다. 와! 겨땀까지 나는 상황이었다. 망할 놈의 유심 탔을 해보았지만 꼭 그런 날이 있다. 한번 헤매기 시작하면 계속 헤매게 되는 그런 날 말이다. 미저리 갔지만 숙소 직원에게 계속 연락해보았다.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길을 잃었다고, 하지만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지푸라기라고 잡고 싶었는데 믿을 수 있는 건 나 자신밖에 없었다. 이곳 세비야의 GPS는 똥 멍충이었다. 숙소를 코앞에 두고 30분 넘게 헤매다 겨우 예약한 숙소로 들어갈 수 있었다. 버스 시간은 바꿀 때까지만 해도 이날의 시작은 나이스였는데 여행은 내가 원하는 데로 흘러가지 않는구나 싶었다. 인생은 언제나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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