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는 같이 살아야 한다>
130 ×162cm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_
2018
사막에 태어나 죽을 때까지 모래 세상이 전부인 사막여우는 남극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눈 세상만 알다 갈 펭귄의 존재를 알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지금의 작품들을 그린다.
사실 그보다 더 먼저 마음에 들어온 고민은 ‘내가 만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의문이었다. 만날 수 없는 이유는 두 가지일 텐데 서로 사는 시간이나 공간이 다르면 만날 수 없다. 나보다 앞선 시간을 살다가도, 후에 살다가도 또 같은 동시대를 살아내도 공간이 다르면 마주칠 일이 없다. 도대체 왜 누구는 만나게 되고 누구는 만나지 못하게 되는 걸까.
그 이유가 궁금해 혼자 고민해보고, 책도 보고, 강의를 듣고, 산책하고, 여행을 가고, 마음이 맞는 친구와 의견도 나눠본다. 사람은 마음에 맞는 사람이 최고다. 여행도 마음에 드는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산책도 걷고 싶은 길을 걷고, 강의도 궁금한 것을 듣고, 책도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고민도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버린다. 각자의 마음길만 따라가니 각자의 마음길에 없는 사람을 우리는 만나 낼 수가 없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채 평행선 같이 서로 만날 일 없던 여러 동물들이 한 시공간에 모였다. 만났다고 서로 친해지란 법도, 무조건 싸우란 법도 없다. 친해진다고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노랑은 노랑대로 예쁘고, 빨강은 빨강대로 예쁘다. 그래도 저녁 무렵 무심코 쳐다본 유리창 밖의 석양, 앙상한 감나무에 두어 개 남은 까치밥, 태어나 처음으로 귤 맛을 본 아기의 표정은 노랑과 빨강이 섞인 주황색이 없으면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넓은 우주 속 우리 지구에 그 어떤 작은 존재 하나 이유 없이 존재하는 건 없다 믿는다. 서로 너무나도 다른 우리들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같이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