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이 Sep 10. 2022

우리들 얘기도 들어줘.

<우리들 얘기도 들어줘>

194.5×129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

2021





보름달도 소원을 빌 곳이 필요했다.

세상 만물의 간절한 염원들을 지켜줄 수 있게,

그들의 하염없이 긴 밤을 밝혀줄 수 있게 내가 더 빛나게 해달라고

밤이 가고 낮이 오면 구름 뒤에 숨어 몰래 해에게 빌었다.


해도 마음 둘 곳이 필요했다.

아직 많이 남았지만 언젠가 내 수명이 다 할텐데,

매일 떠오르는 내 빛에 딸린 수많은 숨들을 언제까지 비출 수 있을지 두려워 매일 밤 우주를 향해 기도했다.

내가 더 오래 힘이 있을 수 있기를, 여러 존재들에게 나눠 줄 지혜가 넘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우주는 그렇게 기대오는 마음들을 안고 또 안고 품는다.

영겁의 시간 속에 누군가의 외로움, 한숨, 희망, 슬픔들이 덧칠돼 우주는 계속 검정이다.




이전 07화 그래도 우리는 같이 살아야 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