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얘기도 들어줘>
194.5×129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
2021
보름달도 소원을 빌 곳이 필요했다.
세상 만물의 간절한 염원들을 지켜줄 수 있게,
그들의 하염없이 긴 밤을 밝혀줄 수 있게 내가 더 빛나게 해달라고
밤이 가고 낮이 오면 구름 뒤에 숨어 몰래 해에게 빌었다.
해도 마음 둘 곳이 필요했다.
아직 많이 남았지만 언젠가 내 수명이 다 할텐데,
매일 떠오르는 내 빛에 딸린 수많은 숨들을 언제까지 비출 수 있을지 두려워 매일 밤 우주를 향해 기도했다.
내가 더 오래 힘이 있을 수 있기를, 여러 존재들에게 나눠 줄 지혜가 넘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우주는 그렇게 기대오는 마음들을 안고 또 안고 품는다.
영겁의 시간 속에 누군가의 외로움, 한숨, 희망, 슬픔들이 덧칠돼 우주는 계속 검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