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해도 모른다>
73 × 60cm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
2016
오리온자리는 늦가을 잎도 열매도 다 지고 마지막 서너 개 남은 감처럼 덩그러니 빛났고,
아무도 건너는 사람 없는 횡단보도에는 때가 되면 어김없이 초록불이 켜졌다.
낮에 공원에서 본 한쪽 발목이 없는 비둘기가 절뚝이며 숨어들던 덤불 속에서
유난히 까만 오늘 밤을 보낼 예정인지 궁금해도 알 방법이 없다.
어쩌면 어둡지만 지금 공원에 가볼 수는 있겠다.
가서 손전등을 들고 덤불 안을 요리조리 비춰보고, 비둘기를 불러도 보는 것이다.
고단한 긴 하루 끝 곤히 곯아떨어져 자고 있으려나,
괜히 인기척에 놀라 덤불 깊숙이 더 들어가려나.
혹시 어쩌면 절뚝이며 걸어 나올지도 모른다.
알고 싶은 건 언제나 쉽게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조금만 봐도 알 수 있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를 넘어뜨린 건 있는지도 몰랐던 돌부리였다.
돌부리 밑에 사는 개미들은 그저 지붕 아래 땅집을 드나들겠지.
까만 밤 축축한 공기에 비둘기 숨소리가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