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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이 Sep 10. 2022

너와 나의 시간.

넌 이름이 뭐야?

<넌 이름이 뭐야?>

 73x62cm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 

 2022



너 나이 그 만큼 까지, 내 나이 이만큼 까지 우리 서로 마주칠 일 없이 지내며 나는 정말 너처럼 생긴 사람이 여기 지구에 있는지도 모른 채 잘 살아왔다. 내가 태어나 죽을 때 까지 만날 일 없을 사람들이 수십억일 텐데 너와 나는 굳이 만나게 되었고 우리는 서로의 시공간을 일그러트렸다. 


  아마도 너랑 친해지는 것은 금방일 것이다. 다만 잘 지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친해지는 것과 잘 지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데 친해지는 것은 서로의 아우라에 빠질 만큼 빠지면 그만이다. 잘 지내기 위해서는 사실 너를 챙기기 보단 내 자신을 챙겨야 한다. 너와 내가 잘 못 지내게 되는 순간은 서로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순간이지 너를 잃어버리는 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너에게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모든 것이 젖어들었다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에 내 안에 있던 또다른 나는 나도 모르게 너에게서 나를 멀어지게 한다. 


  너와 나의 만남이 우연이었든 필연이었든 너와 내가 잘 못 지내게 된다면 우리는 다시 우리 만남이 시작되기 전처럼 서로 마주칠 일 없는 사이가 된다. 다만 전과 다른 점은 우리는 이제 서로의 존재가 지구에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이따금 서로의 얼굴을 떠올릴 것이라는 것. 떠오르는 장면들은 인연이 우리 머릿속에 그리고 간 그림이다. 바꿔 걸 수도 없고 눈을 감아도 보일 그림이니 기왕 봐야하는 거 보는 우리마음 보다 괜찮으려면 인연이 왔을 때 나를 지켜내려는 마음 잘 다독이고 그 위에 너를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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