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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달라요, 이 세상 모든 것들이 그런 것처럼

『우린 모두 달라요』, 타이스 판데르헤이던

by 달하달하

내가 살고 있는 벨기에의 워터루 (Waterloo)는 외국인들이 많이 산다. 조그마한 동네에 외국인 학교가 줄줄이 있는 것만 봐도 얼마나 외국인 가족이 많이 사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꼭 시골동네에 있는 학교처럼, 한 학년에 한 반, 한 반에도 열 명 남짓인 작은 학교이다. 미국, 호주, 파키스탄, 폴란드 등등 같은 나라에서 온 아이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이든이에게는, 모든 사람들이 다른 피부색을 가지고, 다른 말을 쓰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와 더불어 이든이의 친구들 중에는 아기 때 지금의 엄마 아빠에게 입양이 된 친구, 서로 사랑하는 두 명의 아빠를 가진 친구 등 조금은 낯선 형태의 가족을 이루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 되짚어보면, 이런 가족들을 낯설어한 것은 나였던 것 같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보고 자라고 있는 이든이는, 어떤 모양의 가족이든 모두 그만의 사랑과 행복을 나누고 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우린 모두 달라요』는 이와 같이 다양한 모양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러 동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바빠나무, 지네 우체부가 집집마다 방문하며 우편물을 전해준다. 아빠는 탐험을 떠나고, 엄마만 있는 두더지네, 하얀 엄마 토끼와 까만 아빠 도끼 및에서 태어난 점박이 토끼네, 아기 딱정벌레를 키우며 사는 생쥐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부엉이 아저씨네 등 바빠나무의 집들에는 모두 다른 형태의 삶이 존재한다. 지네 우체부는 한 집 한 집을 소개할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두더지네 집에는 엄마만 있지만 이상할 건 없잖아요?'

'아기 토끼는 점박이지만 이상하지 않아요!'

'생쥐 부부는 아기 딱정벌레를 사랑해요.'

'부엉이 아저씨는 혼자 살아요. 혼자 산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잖아요?'

그리고 엄마, 아빠, 아이 둘이 함께 사는 고슴도치 가족이 제일 마지막에 소개된다. 지네 우체부는 흔하고 흔하지 않은 것도 없고, 좋고 나쁜 것도 없는 '그냥' 가족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소개하는데, 나는 이 순서가 퍽이나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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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일반적인 가족'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라고 한다면, 나는 은연중에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이가 둘 즈음 있는 가족사진을 떠올릴 것이다. 여러 모습의 가족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지만, 어쩌면 사회적 통념에서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모습을 이상적인 가족으로 여기고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도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이 아닌 가족의 이야기는 왜 슬프고 아파야만 하는가. 문뜩 예전에 읽었던 백희나 작가님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4인가족이 나오는 『구름빵』을 쓴 이후,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동동이, 아빠, 할머니가 함께 사는 『알사탕』의 가족을 만들어냈다는 이야기였다. 동화가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눈을 만들어주고, 아이들의 생각이 커 갈 수 있는 땅의 거름이 되어 준다고 한다면, 이 세상에는 조금 더 다양한 모습의 가족들을 그리는 동화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우린 모두 달라요』는 참 귀한 책이다. 앞으로도 이런 책들을 더 자주 만나고, 우리 아이들에게 더 많이 들려줄 수 있기를 조심스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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