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하운드 실수해도 괜찮아!』, 알리세 리마 데 파리아
아이들과 함께 동화책을 읽다 보면, '이 책을 왜 좋아할까' 싶은 책들을 만날 때가 있다. 물론 제각기 다 좋은 책들이지만, 이야기와 그림이 어둡거나 슬퍼서 아이들의 흥미를 사기 어려울 것 같은데도 유난히 아이들이 좋아라 하는 책들이다. 『로빈하운드 실수해도 괜찮아!』가 바로 그런 책들 중 하나이다. 이든이가 더듬더듬 말을 시작할 때 즈음 거의 매일 읽어달라 가져오던 이 책은, 주인공 로빈의 하루에 대한 이야기다. 혼자 우유를 따르다 친구인 우플 얼굴에 쏟아버리고, 그네 타는 친구 판타를 밀어주다 그네를 끊어버린 로빈. 거기다 공놀이를 하다 찬 공기 우플에게 날아가 꽂히자, 선생님에게 불려 가 혼이 난다.
"제가 그런 게 아니에요!"
우플에게 사과를 하라던 선생님 앞에서, 로빈은 우플에게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미안하다'며 소리를 질러버리고, 이에 화가 난 선생님은 로빈을 원장 선생님께 데려간다. 이에 무서움에 질린 로빈은 밖으로 뛰쳐나가 나무 뒤에 숨어, 친구들이 모두 집에 갈 때까지 그곳을 떠나지 않는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여기까지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며 나는 이내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로빈 같은 친구를 만났다면, 그냥 '말썽꾸러기'라는 이름표를 붙여주고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굳이 이든이에게 자주 읽어주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무 뒤에 숨은 로빈을 찾으러 온 형과 나누는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형, 우유를 엎지른 건 내가 아니야. 그네를 망가뜨린 것도 내가 아니야. 공을 우플에게 찬 것도 내가 아니야. 일부러 그런 건 절대 아니라고!"
로빈의 형은 '알아'라는 말로 로빈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 '네가 그랬잖아!' 하며 로빈이 이미 저질러 버린 일을 혼내기보다, '일부러 그러지 않았잖아'라며 그것이 실수였으니 괜찮다고 말하며 로빈의 편이 되어주는 형. 이든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엄마, 실수해도 괜찮지? 로빈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
"응, 맞아. 실수니까,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니까."
이든이는 내가 이렇게 말해줄 때마다 환한 미소를 띠었다. 그런 이든이를 보며, 어쩌면 ‘괜찮아’라는 말은 이든이가 나에게 듣고 싶었던 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아이가 말을 시작하고 혼자서 이것저것 탐색을 시작하는 때가 되면, 엄마 아빠는 하루 종일 아이를 쫓아다니며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하루가 온전히 다 지나간다. 아이 손에 닿기만 하면 쏟아지고, 부서지고, 찢어지고, 아주 집안에 남아나는 게 없기 때문이다. 부드럽게 말을 하려고 해도 하루에 몇 번씩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소리를 높이지 않고서는 꼭 참을 수 없는 순간이 생긴다. 그래서 버럭 언성을 높이고 나면, 잠이 들 때까지 부모는 마음에 작은 돌덩이를 지고 하루를 보낸다. 그때 로빈의 형처럼 아이의 마음을 먼저 알아줬더라면 어땠을까.
아이들은 실수를 통해 배운다. 수백 번 넘어지고 서는 것을 배우고, 계속 흘리고 어지럽히며 혼자 먹는 법을 깨우쳐간다. 그다음도 마찬가지이다. 친구를 사귀고, 공부를 시작하면서도 끊임없이 실수를 반복하고, 그 경험을 통해 다음에 실수하지 않는 법을 터득해 간다. 그런데 부모의 마음으로는, 웬만하면 실수 없이 잘하기를 바란다.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면, 더 이상 실수가 아니라 말썽을 부리는 것만 같이 불같이 화가 난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고 이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 부딪히고 겪어보기 전에 어떻게 모든 걸 척척 잘 해낼 수 있겠는가. 걸음마를 배울 때처럼 수도 없이 넘어지고 나야 비로소 자기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지 않겠는가.
어른인 나도 끊임없이 실수를 한다. 요리를 하다 음식의 간을 잘못 맞출 때도 있고, 운전할 때 길을 잘못 들어 약속 시간에 늦을 때도 있고, 아이들과 놀아주기로 해놓고는 깜빡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님에도, 질타를 받을 것 같아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그럴 때 '괜찮아'라는 한 마디를 들으면, 작고 단단하게 뭉쳤던 마음이 사르르 풀어진다.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우리 아이들에게, 그리고 내 하루 안에서 다른 만나는 사람들에게 '괜찮아'라는 말을 해주며 살고 있을까. 로빈의 이야기를 읽으며, 누군가의 실수를 콕 짚어내어 나무라기보다, 놀라고 움츠려 들었을 그 마음을 먼저 읽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