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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Jan 27. 2023

멜크 수도원에서의 행운

Michael Hofmann전시회.잘츠부르크, 빈(23. 1.06~15)

"이 곳에서 본 느낌이 사진을 찍으면 내 마음 속 느낌 그대로 기억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랄 건 없지만,

사진 찍을 때 가끔 드는 생각이기도 하다.

찍을 당시의 상황과 분위기가 사진을 볼 때 마다, 아련하게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늘 존재한다.

내 생각을 모두 담을 수는 없어도 찍을 당시의 날씨처럼 사진 속에서

그대로 느껴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나 할까?


상그트 길겐에서 볼프강호수를 타고 건너온 잘츠카머구트 마을 대성당 앞에서...겨울인데, 저렇게 잘 자란 담쟁이가 있다니~~





잘츠부르크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가로 잇는 잘자흐강 위 마카르트 다리를 건너면서

사랑을 맹세한 이들의 무수한 자물쇠들을 발견하면서 남산에 있는 사랑의 자물쇠가 연상되더라.

국적 불문하고 남녀의 사랑에는 보이는 자물쇠로 그들의 사랑을 이대로 영원히 잠그고 싶은걸까?

마카르트 다리를 지나서, 도보로 10 여분 이상 걸어가면 게트라이데 거리로 들어서게 된다.




구시가지인 게트라이데 거리에 들어가게 되니,

가게마다 사인 간판 디자인이 독특하면서 남다르고, 명품이 즐비한 동네여서 그런지 여행객들이 다른 곳에 비해 많아 보인다.




이 동네에 오면, 모차르트 생가와 모차르트가 자주 이용했던 카페, 쵸콜릿 공방, 호엔잘츠부르크 성당도 구경할 수 있다.



나와 친구는 이번 여행에서는 호엔잘츠부르크 성당 내부 투어 대신에 모차르트가 2층에서 지인들과 당구를 치기도 하면서 여가시간을 즐겼다던 카페 '토마셀리'에서 멜란지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멜란지 커피는 우유거품 크림이 얹혀진 진한 카페라떼 느낌인데, 가이드 말로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비엔나 커피'를 가리킨다고 한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명소이기에 느끼는 여행객들의 상기된 모습도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나이 지긋하신 이 동네분들의 마실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곳에 사는 이들에게는 별거 아닌 일상의 것들이지만, 나와 친구의 눈에 비췬 그곳은

 이국의 문화가 깃들어 있어 신기하고, 신선함과 생경함이 공존하여 머무르는 호사의 시간이었다.


"우리 다음 번 여행지는 어디로 할까?"


이번 여행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친구의 물음에 행복한 고민을 하며 다음 여행지를 어디로 할지, 혹은 크루즈 여행을 한달 정도 감행할지에 대한 얘기를 하기도 했다.


그날 밤, 우리가 묵었던 호텔(Hafnerwirt Hotel)은 좋게 말하면,

엔틱한거고 조금 나쁘게 말하면 오래되고 구려서 룸열쇠도 말 그대로 옛날 쇳대였다.

무겁기는 열닷냥 무게요, 쓸모 있기로는 열쇠를 문프레임 쪽으로 두번 밀어서 돌려야 열리는 비밀열쇠 자루, 쇳덩어리였다.

처음은 신기했고, 둘째는 들수록 무거워서 거추장한 것이었다.

하도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 두었고, 우리가 묵은 이층 룸으로 들어가는 곳에서 보이는 라운지 쪽 모습도 사알짝 찍어두었다.


다음날 아침 호텔 조식을 먹고, 오전 8시 30분 부터 버스로 이동하여,

잘츠부르크 운터베르크 역 전망대에서 본 겨울 알프스산 풍경에 감동이 잔잔하게 남아있고,

모차르트 엄마의 생가가 있는 상그트 길겐,

길겐 마을 안에 펼쳐진 볼프강 호수와의 만남.

그 곳에서 11km 정도 펼쳐진 강을 따라 유람선을 타고 호수위에

펼쳐진 마을 풍경은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35년 넘는 우정을 건네는 친구와 함께 해서,

고맙고 행복하다는 언어를 서로 주고 받았던 시간이었다.

겨울이 주는 고요함과 적막감이 감도는 물위의 유람이 기억을 더 또렷하게 한다.


잘츠부르크에서 일정을 모두 마치고 내일부터 시작되는 빈의 일정을 위해 버스로 이동 중이다.

빈으로 가기 전에 들르기로 한 마지막 장소가 남아 있었다.

이름하여 '멜크수도원'

여행오기 전에는 내가 전혀 알 수 없었던 곳.


잘츠카머구트 마을에서 버스로  1시간 30분정도 지났을까?

멜크수도원의 모습이 차창 밖 멀리서 보이기 시작한다.

절벽위의 건축물의 경계가 영예롭게 둘러싸인 성곽 같기도 하고,

밝은 빛깔의 에그 옐로우 외부 벽색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움베르토 에코 장편소설인 '장미의 이름'의 이야기 배경이 된 장소이기도 하고,

죽기전에 꼭 봐야 할 세계건축 1001 선 중 하나라고 강조해서 알려주는 가이드의 멘트에 어서 빨리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내게 불쑥든다.


원래 조각가 출신이었던 건축가 야콥 프란타우어(1660~1720)의 작품으로 그 당시 젊은 수도원장인

베르톨트 디트마이어가 불안정하게 정비된 수도원 자리를 견실한 작품으로 만들고자 그에게 의뢰하였고,

구 교회터 위에 새롭게 짓게 되었다.

멜크 성당은 건축물의 균일한 비례와 균형에서 더욱 예술성과 독보적 가치를 인정받는 듯 하다.


수도원 안을 들어 설 때의 느낌은 무슨 궁전에 들어가는 웅장함과 균형, 비례감이 완벽함을 느끼게 한다.

 절벽위에 서 있는 곳 임에도, 결코 그런 생각이 들 수 없게 설계되어서,

편안함과 안락함으로 감싸인 듯한 건물의 비례가 정확하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수도원의 벽체에서 안전함을 기하는 대리석의 노오란 빛깔이 드나드는 이들에게

따뜻함과 모두의 평안을 기원하는 듯 하다.


 


수도원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으로는,가이드가 우리들에게 부여한, 약 50분 정도였다.

건물 회랑 근처와 중앙광장에서 친구와 사진을 몇 장 찍고,

건물 근처에 무언가 쓰여 있는 사인판을 보고 이끌려 들어갔다.

갤러리 전시회가 있는 모양이다.


"아! 얼마나 행운인가?"



누군가에게서의 수년 또는 수십년에 걸친 작품을 한 곳에 모아 볼 수 있다는 것은 그의

인생 모두를 그림 속에서 관찰 할 수 있으니, 내게 이런 행운이 오다니...

친구와 나는 자유시간의 대부분을 이 곳에서 보내기로 했다.


마이클 호프만(Michael Hofmann, 1944~ 드레스덴 캠니즈 태생))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내 친구와 함께 누리는 호사가 이렇게 기쁠줄이야.

여행에서 만나는 뜻밖의 행운에 참 감사하다.

고등학교 때 배운 독일어 실력으로는 번역 불가이기에 그에 관한 생애와 프로필은 구글링 후에 대체로 이해할 수 있었다. 구글링에서도 그의 뉴스는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2023. 2.3.까지 잘츠부르크 멜크수도원에 현재 갤러리 전시회 오프닝 소식은 나와 있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수도원의 신부의 모습이거나 구도자들의 삶을 보여주는 듯 하다.



목판화와 정물, 풍경, 인물 다양한 유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목판화가 주는 색감은 유화의 느낌처럼 강렬하지 않지만, 선에서 주는 간략함의 묘미가 그림에 담겨진 듯하다. 그림의 결말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 것이리라.

 

내일은 빈에서의 하루가 시작된다.

건축과 미술품, 그리고 음악회의 향연을 즐길 날이다.

눈과 귀가 더 호강할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붕붕 뜬다.

여행의 맛이 이런 것이지.

평소에 누리지 못하는 고생과 호사를 오가고 있다.


동유럽 여행 - 잘츠부르크 (2023. 1. 11~1. 12)에서 멜크 수도원 풍경과 마이클 호프만의 작품을 만나는 행운을 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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