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차 Nov 17. 2019

몸에 맞지 않으면 탈이 나는 법

덕업 일치의 한계





생산적인 것을 먼저 쫒으니

'흥미'가 저 멀리 떨어져 따라오지 않았다

업으려 해도 업히지 않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순수하게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기에는 나는 주 5일 직장에 나가야 하는 직장인이고 다행히 현실감각이 아주 떨어져 있는 사람은 아니다. 때문에 일 외의 다른 것을 할 때면 가급적 생산적인 일로 연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늘 있다. 좋아하는 것도 하고 돈도 벌고 얼마나 좋은가.


괴짜 민과장 취미생활


민과장은 잘 나가는 전문직 프로그래머이다. 

일을 함께 하면서 한 번도 일이 많아 볼멘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무엇이든 정해진 일을 척척 해내는 박사 같은 사람이다. 연차를 쓰는 날에도 집에서 일을 하는 것 같았다.


'민 과장님. 자리에 안 계시네요. K프로젝트 건 이번 주 안으로 요청드릴게요'

'아 네. 오늘 연차입니다. 집에 어차피 있을 거니까. 메일로 파일 보내줘요. 바로 처리해서 보내줄게요'

'연차인데 쉬셔야죠. 괜찮으세요?'

'집에서 일하는 게 쉬는 거예요. 전 이게 재밌어요'


희한한 종자다.

어떻게 일을 집까지 끌어들여서 즐겁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놀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일까? 정말 즐거운 걸까?

취미를 잘 찾은 걸까? 직업을 잘 고른 걸까? 

덕업 일치는 그의 직무능력을 월등히 향상했고 덕분에 인정받아 빨리 승진할 수 있었다.

어쩌면 복 받은 것이 아닐까?

본인의 적성과 직무가 아주 잘 맞다는 것인데 나는 이리도 몸 둘 곳을 못 찾아 여기저기 방황하는데 저 민과장은 우직하게 한 우물만 파도 되니 방황할 일이 없지 않은가. 처음 시작이야 적성에 맞게 업무를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과 삶이 점점 분리가 되지 않던가.

직장생활을 하면 일도 해야 하고 직무에 관련된 자기 계발도 해야 한다. 현대인이라면 정서적인 밸런스를 위해서는 취미생활도 곁들여야 한다. 사실 너무 해야 할 것이 많다. 거기에 가정이 있는 환경이라면 앞서 말한 것들 마저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시간과 생산성을 따져봤을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덕업 일치를 이루는 것이다.


'나도 내 업을 덕으로 삼아보자!'


다행히 내 업은 디자인과 관련된 전문직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실제 주위의 몇 명은 덕업 일치가 되는 경우를 보았다.

업무에 관련된 튜토리얼도 보았고 썩 내키지는 않지만 학습해야 하는 프로그램도 몇 번 거들떠도 봤다.

하지만 시작과 함께 곧 중도 포기해버렸다. 좋게 덕으로 포장하려 해도 결국 일의 연장이었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하다 보니 능률도 오르지 않고 견뎌야 하는 시간만 많아졌다.


'이렇게 100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어보자'

'난 엄청난 지식인이 되어 있을 것이고 지금보다 훨훨 날아다닐 거야'


아마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기 계발이 아니던가. 

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가슴이 뛰고 눈이 반짝이고 싶은데 왜 나 스스로에게 꼰대 같은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일까. 좋아하는 마음은 순수해야 하지 않을까. 동기가 무엇이던 지간에 마음이 시켜서 하는 일이 최우선으로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이건 취미이건 계산기 먼저 두들기는 것은 옳지 않아.








이전 08화 손으로 직접 만듭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