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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녕 Sep 01. 2020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다시는 볼 수 없을 만큼 멀지만 항상 나를 볼 수 있는 그런 이상한 곳.

  죽은 이의 영혼이 이승을 뜬다는 49제도 지났다. 이제 제법 숨도 쉬어지고 다시 살도 오른다. 잘 웃고 잘 잔다. 한 번도 안 운 날도 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이 있었다. 바로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이다. 종교가 있는 분이라면 지금부터 내가 쓰는 이야기가 매우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는 종교가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조금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오늘 내가 할 이야기는 하나님부터 부처님까지 모두 짬뽕이 된 나만의 ‘사후세계’이야기이다.  


  내 인생 25년간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사후세계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우리 외할머니, 외삼촌, 할아버지가 모두 내가 학생 때 돌아가신 터라 내 나이 치고는 장례식 경험이 꽤나 많은데, 그 때도 사후세계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일까,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죽으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하는 생각에 지독하게 매달렸다.


  기독교에는 지옥과 천국이 있었다. 빛이 번쩍번쩍 나는 하나님 보좌 앞에 가서 살아생전에 한 착한 행동과 못된 행동을 다 따져본 뒤 그 값에 따라 지옥과 천국이 결정되는 것인가?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데 그러면 우리 엄마는 지옥 불에 떨어지고도 남았겠구나.. 불교에는 ‘윤회’라는 사상이 있었다. 죽었어도 그 업에 따라서 생을 다시 할 수도 있다는 거였다. 그렇다면 엄마는 다음 생에 나의 딸로 태어날 수도 있는 거였다. 저 멀리 인디언들은 ‘수호령’이라는 걸 믿는다고 한다. 인간은 모두 ‘수호령’이라는 존재를 품고 사는데 육신은 죽고 썩어지더라도 그 수호령은 계속 거주지(?)를 달리해서 몇백년, 몇천년 동안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도와 중국 사이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부탄이라는 나라에서는 죽음을 ‘옆방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럼 엄마랑 나는 지금껏 한 방에 있다가 잠시 옆방으로 들어가 조금 멀어졌을 뿐인 것이다. 아니면 진짜 이런 거 다 소용없고 죽으면 그냥 끝! 심장이 멎는 순간 완전히 끝나는 것 일수도 있다.


  뭐라고 누가 명료한 답을 내놓을 수는 없는 건가? 사람들은 나한테 ‘엄마가 늘 지켜보고 계실거야.’라고 하는데 도대체 어디서? 죽으면 편안히 쉰다고 했다가, 또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가, 하나님 곁에 있다고 했다가, 온통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는 느낌이었다. 추측만 난무하고 아무도 정답을 말해주는 이가 없었다. 나는 ‘그럴 수도 있다’가 아니라 ‘그렇다!’하는 정답이 알고 싶었다.  

  

  타의로 사이비에 10년을 있은 후로 종교 자체에 신물을 느껴 하나님의 ‘ㅎ’자만 들어도 거부감을 보이던 내가, 내 발로 성당에 찾아갔다. 사무실에 가서 ‘너무 힘든 일이 있어 무작정 찾아와봤다고 신부님을 좀 만나 뵐 수 있냐’고 여쭈니 나랑 나이 차이가 별로 안나보이는 ‘청년’ 신부님이 내려오셨다. 속으로 이 생각부터 들었다.

 ‘흠, 부모님 두 분 다 살아계시겠는데?’    


  청년 신부님은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종교적 의도와는 약간 벗어난 부분에서긴 하지만, 어쨌든 신부님과의 만남을 통해 나만의 ‘사후세계’를 정립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신부님은 이런 의미로 받아들이라고 해주신 말씀은 아니었겠지만, 수많은 말들 중 하필 나는 이 말이 귀에 딱 박혔다. 어떻게 그런 믿음을 가지게 되었냐는 나의 질문에 미사여구처럼 섞여있는 말이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어릴 때부터 블라블라.. ‘직접 만져 본 적은 없지만’ 막연히 블라블라... 그래, 신부님도 실제로 본 적은 없구나? 그냥 믿는거구나? 그래도 되는거구나! 신부님도 하느님을 직접 본 적 없다는데 내가 무슨 수로 하느님을, 천국을, 죽고 나서의 세계를 직접 보고나서야 믿겠는가? 그냥 내 심신 안정을 위해서라도 내가 믿고 싶은 대로 좀 믿고 살아도 되겠구나, 싶었다. 내가 믿고 있는 사실이 맞다는 증명도 못하지만 또 아니라는 증명도 못할텐데, 운 좋으면 그게 진짜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아, 이래서 천국은 너희 안에 있다고 한 것이구나!   

  

  10번 잠을 자면 9번 정도 엄마 꿈을 꾼다. 꿈 내용이 정확히 기억은 안나도 자고 일어나면 항상 엄마를 만나고 온 느낌이 난다. 그 날도 엄마 꿈을 꿨는데 처음으로 꿈속의 내가 ‘엄마가 죽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날씨가 아주 좋은 오후,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우리는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그동안 얼마나 궁금했던지 운전을 하고 있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나를 항상 보고 있어?’ ‘그럼, 다 보고 있지.’ ‘헐! 진짜? 근데 엄마, 죽었는데 어떻게 운전을 해?’ ‘다 하는 수가 있지!^^’ 달리는 자동차의 창문 틈으로 불어오는 바람까지 생생하게 느껴졌다. 너무 신기해서 엄마가 만져지는지 손을 뻗어보았다. 따뜻하고 보드라운 엄마가 분명히 만져졌다.


  꼭 검증된 것만 믿을 필요는 없다. 그냥 그렇게 믿고 싶으면 그렇게 믿고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 엄마가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너무 멀어서 다시는 만날 수 없지만 언제든지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또 나를 지켜 볼 수 있는 그런 이상한 곳에 엄마는 분명히 살아있는 것이다.


엄마가 꿈에 나온 이야기로 노래를 만들어보았어요! 이번에는 엄마한테가 아니라 브런치에 제일 먼저 선보이게 되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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