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얼만큼 엄마를 사랑하는지 이 세상에 있는 말로는 표현 못 해.
나랑 엄마는 보통 사이가 아니었다. 서로 '너무' 많이 사랑했다. 아직도 나는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것 보다 내가 엄마를 더 사랑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할 때가 있다. 서로 사랑하지 않는 모녀 사이가 어디 있겠냐마는 우리는 정말 특별했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 우리가 이만큼이나 특별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작년 11월 23일, 우리는 처음으로 싸웠다. 아, 여기서 처음은 사춘기를 지난 뒤로 처음이라는 뜻이다. 싸운 이유는 생략하고.. 우리가 어떻게 싸웠는지를 돌아보니 오고 간 대화가 모녀사이의 대화라기에는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연인들이 싸울 때 주고받을 법 한 말을 하며 싸운 것이다. 돌아보니 귀엽기도 하고 아, 우리가 정말 보통 사이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밖에서 싸우고 각자 따로 집에 들어왔는데 내가 먼저 들어왔다. 왜 안오나 싶은 마음에 30분정도 엄마를 기다리고 있자니 1층 계단에서부터 무지막지하게 화가 난 것이 느껴지는 발소리가 들렸다. 조금 쫄아서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엄마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그 때부터 서로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면서 싸우기 시작했다. 싸우다가 엄마가 갑자기 이렇게 말을 했다. ‘오늘부로 너랑은 끝이야. 다시는 너랑 전처럼 못 지낼 것 같아.’ 신나게 싸우다가 그 말을 들으니까 갑자기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그 말을 듣고 갑자기 울면서 ‘어떻게 그렇게 말 할 수가 있어? 진심이야?’하고 물었다. 엄마는 진심이라고 했다. 오늘 이후로 우리는 다시는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엄마를 닮았는지 아빠를 닮았는지 아무튼 고집이 한 고집을 해서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은 끝까지 맞고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끝까지 틀렸다고 우긴다. 내가 미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일에는 절대로 사과하지 않는다. 사실 지금 생각해도 저 날 나는 엄마한테 화가 날 만 했고 오히려 엄마가 나한테 너무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지금 생각해봐도 안 미안하다는 소리다. 그런데 엄마가 나와 끝이라고 말하는 순간, 하나도 안미안한데 갑자기 미안하다고 말했다. 진짜 끝일까봐 무서웠다. ‘엄마, 나는 세상에서 엄마밖에 없는데 엄마가 나랑 끝이면 나는 이제 어떻게 살라고!’ 하면서 내가 미안하니까 제발 다시 전처럼 나랑 지낸다고 말해주면 안되냐고 했다. 엄마는 ‘진작에 그럴 것이지.’ 하며 침대로 와서 나를 안아주었다. 엄마에게 안겨서 물었다. ‘아까 한 말 진심이야?’ 엄마도 울다가 웃으면서 ‘그럴 리가 있나.’ 했다. 나는 안심하며 아무리 화가 났어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냐고, 그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얼마나 심장이 쿵 했는지 아냐고 투정을 부렸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던데, 이 싸움에서 보면 내가 엄마를 더 사랑했다고 말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해를 하고 침대에서 끌어안고 놀다가 엄마가 갑자기 가방에서 니트를 하나 꺼냈다. 오는 길에 사왔다고 했다. 나는 1층에서부터 쿵쾅거리며 올라오던 발자국 소리와 이 니트가 도무지 매치가 안 되어 다시 물어봤다. 진짜 이거 오는 길에 사온거야? 엄마가 답했다. ‘그래 이 딸랑구야!!!!’ 그 와중에 쇼핑까지 했냐며 괜히 딴 말로 돌렸지만 솔직히 마음으로는 조금 감동을 했다. 입어보니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역시, 우리 딸랑구한테 잘 어울릴 줄 알았어. 엄마 진짜 착하지?’ 내가 답했다. ‘응. 진짜 착하다.’
‘나 진짜 착하지?’ 이 말은 나도 잘 하는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를 닮은 거였다. 엄마가 나를 닮은건가?
나는 엄마를 엄마 이상으로 사랑했던 것 같다. 엄마도 나를 그렇게 사랑했던 것 같다. 엄마가 재혼을 한다고 했을 때, 나는 ‘사랑해서 놓아준다.’는 연인사이에서나 느낄 법한 감정을 느꼈었다. 내가 엄마를 더 사랑하니까, 엄마가 행복하다면 그 곳을 같이 바라봐주자. 생각 했었다. 엄마가 나보다 브래들리를 더 사랑하는 것 같아 서운했지만 티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참아보려 했지만 결국 못참고 내 마음을 털어놓았다. 울면서 내가 엄마를 더 사랑한다 해도 괜찮아. 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말 하지 않아도, 그냥 느낌으로도 알 수 있다.
괜히 사진첩을 켜서는. 오늘 밤도 일찍 잠자긴 글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