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유 Jul 12. 2023

별빛을 볼 수 없던 시간들

쉴라 고우다의 설치 예술 작품 <암실>

 다시 돌아보면 그랬던 것 같다. 마음이 시꺼멓게 꺼져내리는 것 같던 시기에는 하늘을 잘 보지 않았다. 하늘에 빛이 찬란하면 찬란한대로, 시원하게 펼쳐지면 펼쳐진대로, 밑바닥에 떨어진 내 상황과는 정반대인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 더 마음을 갑갑하게 하는 것 같았다. 


 그런 시기에는 종종 처진 어깨로 바닥을 보며 터덜터덜 걸었고, 시선은 항상 나보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쫓았다. 그렇게 내 마음과 신경은 온통 이 땅바닥 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묶여있었다. 절망이 꾸역꾸역 들어찬 마음에는 너른 하늘도, 예쁜 노을을 바라보는 일도 영 서글픈 사치저럼 씁쓸하게 느껴지는 일이었다.


 그래서 책에서 쉴라 고우다의 작품과 함께 소개된  오스카 와일드의 한 문장이 마음에 박혔는지 모르겠다. "비록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살지만, 우리 중 누군가는 별을 바라보고 있다." 


 작가 쉴라 고우다의 고향은 인도이다. 그 곳에서는 폐드럼통을 구해 집으로 사용하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인도라는 곳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11억의 인구 중 아주 극소수를 제외한 모두가 빈곤을 함께 지고 가야 하는 나라. 그리고 그 빈곤이 오랜 시간 쉬이 가시지 않는 나라. 


 <암실>이라는 제목의 작품에서 쉴라 고우다는 자신의 고향에서 극빈층들이 살고 있는 집 안으로 그들을 초대한다. 삶의 끝자락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처소는 네 모서리가 성탑같이 세워져 더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암실,2020,쉴라 고우다> 광주시립미술관 홈페이지 참조

 

그래, 이 비좁고 어두운 집으로 표상되는 빈곤은 그 자체로 이겨내기 어려운 고통이겠지, 관람객이 작가의 의도를 짐작하는 순간 머리 위에서 예상치못한 풍경이 그들이 시선을 부른다. 송송 뚫린 구멍 사이로 들어오는 빛들이 마치 밤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별빛처럼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꼭같이 굶주리고 헐벗었다고 해서 그것이 과연 덜 아프게 느껴질까. 그래서 극한의 빈곤은 아주 절대적이고 객관적일 수 밖에 없는 개념이다. 눈물나는 허기와 오물과 함께 뒤엉켜지내는 삶은 누구든지 본능만으로도 알 수 있는 고통이다. 모르는 것은 다만 이를 벗어나는 방법일 뿐. 


 쉴라 고우다도 한 떄는 그 폐드럼통 안에서 구멍 사이의 빛을 맑은 눈동자로 올려다봤을까. 분명한 것은 섬세한 예술가는 그 별을 바라볼 수 많은 눈동자들을 기억했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만든 폐드럼통 속 아름다운 천체는 우리에게 희망이 역설적으로 어둠 속에서 꽃피는 것을 상기시킨다. 


 그래서 쉴라 고우다의 <암실>은, 가장 힘든 날들일수록 꼭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힘든 모두가, 항상 우리 머리 위에는 별빛이 있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않기를. 

이전 06화 아이들이 새처럼 지저귀는 그곳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