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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헌윤 Feb 07. 2021

삶의 기초공사 정서 다지기

딸둥이 상담사 아빠의 심리이야기

쌍둥이 두 딸이 태어난 지 3개월.4시간마다 돌아오는 수유 타임. 쌍둥이 2명의 분유를 하루 12번 준비한다. 혹자는 두 명이라 2배 힘들겠다 하지만, 체감으로는 40배인 거 같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이들 수유 타임, 수면 타임이 들쑥날쑥 제각각인 데다, 두 명이 같은 시간에 먹고 자는 경우는 태양이 달에 가려지는 일식처럼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잠과 결별하고 반수면 인간으로 지낸지도 몇 달이 되었지만 가장 적응 되지 않고 두려운 시간대가 있다. 새벽 3시- 5시에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는 일은, 마치 마라토너들의 인간 한계 마의 2시간대처럼 고통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아기들 수유를 마치고 트림시키고 잠을 재우기까지 일련의 과정들은 순탄하게 흐르지 않는다. 아가들은 뭔가 불편하거나 못마땅한 것들이 있으면 양육자를 향해 짜증을 쏟아내고 심하게 보채며 칭얼댄다. 육아 돌봄을 하다 보면 이런 순간들은 매번 찾아온다. 이때 우리는 어떻게 해주는 것이 좋을까?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아이의 불안한 감정을 구체적 언어로 표현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평온을 유지한 양육자의 반응은 아이의 불안을 경감시켜주고, 아기의 과한 반응을 서서히 누그러지게 해 줄 것이다. 양육자가 아이와 함께 감정이 고조되어 이성을 잃고 흥분하게 되면, 아이는 더 격한 반응으로 자지러지게 울 것이다. 소위 말하는 영혼이탈 ‘멘붕’이 찾아올 것이다. 양육자는 유아의 비언어적 메시지에 민감하여야 한다. 유아의 요구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공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양육자와 유아 사이에 복잡 미묘한 상호 작용, 대화는 둘의 관계 안에서 연속적인 작용과 반작용의 주기를 형성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동은 의미 없는 외부 자극을 점차 의미 있는 신호로 전환시켜 받아들이게 된다. 양육자가 아이의 모호하고 불분명한 감정을 구체적 언어로 되돌려 주면 아이는 그것을 자기 마음에 내사함으로 점차 안정감을 가지게 된다. 우리 아이들은 신체적 터치, 리듬, 음조 등 모든 다양한 감각 체계를 동원해 양육자와 의사소통을 한다. 이렇게 유아는 양육자의 신호를 자기 것으로 수용하며 통합해 간다. 아기는 이렇게 자신이 경험한 것에 대해서 그것이 어떻게 느껴지는가에 따라 ‘정서적 지각(affective perception)’을 통해 점차 체계적으로 조직화한다. 감정의 다양한 측면을 통합적으로 인식하기 어려운 영유아들은 자신이 경험한 기억들을 좋은 감정, 나쁜 감정. 두 극으로 양분해 조직화한다.  이때 아기의 초기 경험 대부분이 고통스럽고 부정적으로 입력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강렬한 공격적 욕동이 형성되어 자아의 정상적 발달과정을 왜곡시킬 수 있다.


결국 아동의 기본적인 욕동 구조는 양육자와 주로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필자의 딸들의 물리적 탄생은 9월이지만, 심리적 탄생은 물리적 탄생일과 일치하지 않으며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아기가 세상 밖으로 태어났어도 자아의 탄생을 위해서는 부모의 사랑과 인내가 요구된다. 아이의 연약한 정신을 양육자가 품어주어야, 비로소 아기의 진정한 자아도 건강하게 탄생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인간 행동의 근원적 동기를 유아적 성과 공격성이라는 원초적 본능으로 보았지만, 프로이트의 이드심리학 이후 안나 프로이트, 하인즈 하트만, 르네 스피츠 등의 자아심리학자들의 연구를 거치며 인간의 심리적 자아는 유기체와 환경 간의 상호관계를 통해 적응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았다.


인간의 자아에 내재된 잠재력은 이미 설계되어 있고, 적응적인 능력을 발전시켜가며 자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자아에 내재된 잠재력이 발현되려면 타인과의 정서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서적 유대를 맺지 못하면 잠재력은 사장된다는 것이다. 즉, 주-양육자와 건강한 정서적 관계가 없다면 좋은 심리적 잠재력은 유명무실해진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양육자가 아이의 반응과 감정을 세심히 읽지 못하고 담아주지 못했을 때 어떤 일이 생길까?보육 시설 아동을 오랫동안 연구한 미국의 자아심리학자 르네 스피츠(Rene Spitz)에 의하면, 부모와 정서적인 상호교감을 경험하지 못하고 보육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은 전반적으로 우울했고 병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아이들 대부분은 시각 반응에 둔감하였고, 운동능력도 현저히 떨어진 상태로 생기를 잃고 침대에서 활동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있기만 했다.

기관에서 신체적 돌봄은 받았지만, 정서적인 상호교감을 경험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아기가 생후 3개월 넘어서까지 정서적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 신체적, 정신 병리적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양육자와 아이 사이 정서적 유대를 쌓는 것은 심리적 산소와 같다. 생존을 위해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인이다. 외부 자극들의 홍수에 아기들이 압도될 때 양육자는 그 경험들을 대신 처리. 조절해주며 과잉 자극으로부터 유아를 보호해주는 ‘보조자아’의 역할을 수행해 주어야 한다.   아이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내면의 기초공사를 닦는 소중한 순간을 우리 아기들과 부모는 보내고 있다. 마음 기초 공사가 잘 다져지지 못하면, 인생의 건물도 취약해져서 외부 충격에 쉽게 흔들리고 삶의 부침을 겪을 수 있다.


연약한 지반에 집을 세우면 무너지듯이 응집력이 부족한 연약한 자아는 심리적 문제에 처할 수 있다. 아기가 갖는 초기 경험은 자신과 타인에 대해 느끼는 지속적인 방식을 결정한다. 이러한 경험의 측면들이 쌓여서 ‘자기이미지’와 ‘대상이미지’라는 심리발달의 결과물로 나타나게 된다. 아기가 양육자와 긍정적인 경험을 많이 쌓게 된다면 사랑과 온정을 베푸는 양육자의 상과 만족스럽고 행복한 자기 이미지 상이 축적될 것이다. 반대로 불쾌한 좌절의 경험이 많은 아기의 내면에는 그 반대의 대상이미지, 자기이미지가 쌓일 것이다.우리 부모들은 자기이미지와 대상이미지가 축적되어 가는 이 시기에 아기들의 감정과 정서에 민감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가 서서히 형성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로켓 우주선은 대기권을 돌파할 때 가장 큰 떨림과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대기권을 통과해 우주에서 자유 유형을 하기까지 우주선은 로켓 보조-연료 추진체의 강력한 에너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우리 아이들이 낯설고 두려운 미지의 세상이라는 대기권을 통과해 꿈을 펼쳐나가기 위해선, 양육자는 아기의 보조 자아로서 로켓 보조 추진체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줘야 할 것이다.우리에게 맡겨진 우주의 소중한 선물이기에…다음 이야기에서는 “어떻게 아이의 감정이나 요구를 양육자가 알 수 있을까?”를 주제로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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