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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헌윤 Apr 04. 2021

유일한 세상, 유일한 타인, 부모!

딸둥이 상담사 아빠의 심리이야기

필자의 아이들은 저체중 미숙아로 28주 만에 태어났다.

그 아이들이 양호한 건강상태와 발육성장 속도로 건강하게 6개월 차에 들어섰다.


본래의 출산 예정일로부터 카운팅 하는 발달-교정일 수로는 4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연약한 아이들을 금지옥엽으로 잘 돌보기 위해 섬세한 많은 에너지를 쏟은 지난 6개월로 기억된다.


지금은 성장발육 차트 상 최상위에 랭크될 정도로 무럭무럭 자라주었다.


수유를 마치고 스윙 체어에 앉혀 놓으면 필자가 움직일 때마다, 아이들도 동시에 필자를 향해 고개를 움직인다.


왼쪽, 오른쪽 움직이는 고개를 쳐다보고 있노라면, 마치 해를 향하는 해바라기가 연상된다.


요즈음은 필자와 아내의 손을 타지 않고 홀로 노는 시간들이 늘어나고 있다.

옹아리를 노래처럼 청아한 목소리로 흥얼거리기도 하고, 손을 빨고, 만지작거리거나 가벼운 손수건을 꼼지락꼼지락 매만지기도 한다.


오늘 아침엔 쌍둥이들이 누워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흥에 겨운 웃음소리와 표정을 짓기도 하였다.


아기들은 서서히 관계 안에서 자신과 타인이 분리 존재함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인간은 관계와 대상을 추구하는 일면을 엿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생의 근본적인 동기는 프로이트의 주장대로 쾌락일까? 아니면 대상을 추구하는 것일까?


프로이트는 인간의 무의식을 최초로 발견하였고, 무의식과 억압의 방어기제에 대한 연구, 환자와의 대화를 통한 정신 병리를 치료하는 정신분석학적 임상 치료의 길을 처음으로 열었다.


그의 결과물에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그것은 모든 이론을 성적 욕구와 연관 지어 설명한 점이다.


이러한 프로이트 주장에 의문을 품은 정신분석학자가 로널드 페어베언(William Ronald Fairbairn)은 우리 안의 리비도(욕동)가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추구한다고 주장하였다.


우리 인간 행동의 기본 동기는 쾌락과 긴장 해소라는 목적을 채우기 위하여 타인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들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


어린 시절 주-양육자들과 가졌던 상호작용은 아이들 성격의 토대가 되고 자신만의 정서생활을 구축해 나간다는 것이다.


만일 아이에게 부모는 의존할 수 없는 존재이고, 부모와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없다면, 아이는 외부에 존재하는 타인과 실질적인 교류를 갖기보다는 자신만의 내면세계로 들어가 환상적인 내적 대상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


페어베언에게 있어서, 내적 대상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과의 대상관계가 실패했을 때, 그 실패를 보상해주는 대체물이었다.


아이는 부모의 반응적인 측면들(좋은 대상)과 반응 없는 측면들(나쁜 대상)을 쉽게 구별해내지 못한다고 보았다.


부모의 반응 없는 측면들과 교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의 그러한 측면들을 내면화시키고, 또 그러한 측면이 자기 존재의 일부라는 환상을 아이들은 갖게 되는 것이다.


6개월 정도에 이르면 유아는 자신과 타인의 이미지를 구별할 수 있게 된다.


현실 인식도 조금씩 가능해진다. 아이는 양육자를 만족과 동시에 때로는 좌절을 주는 개별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되며, 자신에 대해서도 좋고 사랑스러운 존재이지만 때로는 기분 나쁘고 화를 낼 수도 있는 존재로 차츰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좋은 이미지, 나쁜 이미지들을 통합시키는 것은 갈등되는 감정상태들을 통합하는 능력을 촉진시킨다.


아기 자신을 좌절시키는 엄마, 아빠 안에 나쁜 느낌과 자상한 엄마, 아빠가 상존한다는 사실에 눈을 뜬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감정들이 서로 융합되어가며 유아적 리비도의 탐욕스러운 요구들과 원시적인 공격성의 분출은 차츰 완화되어간다.


강렬한 증오와 사랑이라는 양분된 단일한 감정이 좀 더 다양한 층위를 갖추고 미묘한 감정상태들로 교체된다.


지금 필자의 아기들은 통합된 정서적 이미지들을 구축해 가는 시기를 통과 중이다.


획득된 통합적 정서로 아이는 누군가에게 실망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그 대상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부모로서 더 따뜻이 담아줄 것을 다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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